'억만장자 모임' 불참하는 이재용, 다음 출장지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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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모임' 불참하는 이재용, 다음 출장지는 일본?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7.05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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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2016년 이후 6년째 선밸리 불참
윤석열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방미 가능성 커
이재용 부회장, 일본 게이단렌 수장과 연이어 회동
한일 교류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민간사절 역할론 커져
2019년 일본정부의 수출 규제 당시 일본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첫째도 기술, 둘째도, 셋째도 기술"을 강조하며 사실상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행보에 재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애초 참석이 예상됐던 전 세계 미디어·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의 모임인 '선밸리 콘퍼런스' 참석이 유력했지만 이를 포기했다. 대신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단을 연이어 만나 얼어붙은 한·일 기업 간 교류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2016년 이후 6년째 불참한 선밸리 콘퍼런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6~9일(현지시각) 미국 아이다호주(州)의 휴양지 선밸리에서 열리는 '앨런&코 콘퍼런스'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2016년 이후 6년째 불참이다.

일명 ‘억만장자 클럽’으로 알려진 선밸리 콘퍼런스는 매년 7월 미국 아이다호주의 휴양지 선밸리에서 열리는 모임이다. 미국 투자사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주최하는 행사로 초청장을 받지 않은 인물은 참석할 수 없다.

구글, 애플, 뉴스코퍼레이션, 타임워너 등 글로벌 미디어와 빅테크 거물 300명이 참석한다. 지난해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워런 버핏,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팀 쿡 애플 CEO 등이 자리했다.

해당 모임은 대형 인수합병(M&A)이나 협력 등이 논의되는 자리로 이 부회장이 상무 시절인 2002년 한국 인사로 처음 초청장을 받은 뒤 2016년까지 매년 이 행사에 참석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2014년 이 모임에서 쿡 CEO를 만나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외 지역 스마트폰 특허 소송 철회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2015년 선밸리 콘퍼런스 당시 이스라엘 출신 거물 벤처 투자자 비비 네보와 만나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삼성전자가 대규모 인수합병을 예고한 상황에서 선밸리 콘퍼런스를 기점으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올 1분기(1~3월)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6조원으로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후 대규모 인수합병을 멈춘 상태다. 굵직한 인수합병 추진을 앞두고 미국을 방문해 이 부회장과 미국 주요 IT기업 경영진과 회동을 통해 인수합병이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재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이 부회장은 애초 행사에 참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취업 제한 상태에서 출국을 강행하는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현재 해외에 나가기 위해서 일일이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관련 1심 재판에도 매주 출석하고 있다. 

업계에선 지난해 11월 가석방으로 풀려난 이후 미국을 찾지 않고 있는 이 부회장의 미국 방문 시기로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기간을 유력하게 꼽고 있다. 순방 경제사절단만큼 확실한 명분이 없다는 분석에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20일 방한 당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직접 찾는 등 삼성전자와 공급망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착공식 등 현지에서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하다. 

日 경제계와 한일 교류와 공급망 안정화 논의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서울 모처에서 도쿠라마 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과 만찬을 했다. 이어 이튿날엔 삼성그룹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히가시와라 도시아키 게이단롄 부회장(히타치그룹 회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스미토모화학과 히타치그룹 모두 삼성전자와 인연이 깊다. 스미모토화학은 삼성전자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마트폰용 편광필름을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사파이어 웨이퍼 합작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히타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고객사다. 

도쿠라마 사카즈 게이단렌 회장. 사진제공=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히가시와라 부회장과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소부장 수출 규제가 시작된 2019년에도 게이단렌 임원진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9년 9월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일본 재계의 초청으로 '2019 일본 럭비 월드컵' 개회식과 개막전을 참관하는 등 두터운 친분을 뽐내기도 했다. 

이 부회장과 일본 경영계 대표단의 회동을 계기로 향후 한일 민간 차원의 협력 관계가 구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과 일본 경제계의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에도 일본산 반도체 소재를 차질 없이 공급받아 왔다. 또한 삼성전자는 현재 NTT, 도코모·KDDI 등 일본 1·2위 통신사업자에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의 노력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광범위한 일본 네트워크를 지닌 이 부회장이 민간외교관으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차기 출장지가 일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2019년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문제 삼으며 반도체 제조과정에 필수적인 감광액(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가지 품목의 수출 규제에 나섰다. 이후 우리 정부는 세 품목 모두 국산화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포토렌지스트는 각각 93.1%와 81.2%에 달하는  대일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소재 뿐만 아니라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필요한 장비도 일본 의존도가 높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용 레이저 절단기나 웨이퍼 절단기 등 장비는 일본으로부터 90% 이상 수입해 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부회장이 일본 기업과 관계 설정에 힘써 반도체 소재와 장비 공급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해 일본을 찾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 출장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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