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지구촌을 덮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쓰나미'의 파고가 올해 하반기에 더 높아져 각국의 시름이 한층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올여름 재유행이 우려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기 때문이다.
각국은 인플레이션 악화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후퇴의 위험이 있지만 생계와 직결되는 고물가를 잡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물경제에 미칠 충격을 줄여야 하는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막 내린 저물가·저금리 시대…인플레 정점은 3분기?
"저금리와 저물가 시대는 끝났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앤드루 베일리 잉글랜드은행(BOE) 총재 등 세계 주요 중앙은행 수장들은 지난달 29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ECB 포럼에서 이런 목소리를 냈다.
10년 넘게 지속한 저금리·저물가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고 금리 인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예고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들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작년 12월 4.4%에서 올해 6월 8.8%로 갑절로 올렸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수급에 큰 차질을 빚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대해선 2.7%에서 7.0%로 대폭 높여 잡았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보다 8.6% 뛰어 40여 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유로존은 같은 달 8.1% 올라 1997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영국의 경우 1982년 이후 최고치인 9.1% 상승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9월에 8.7~9.4%로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 물가의 정점은 3분기 9%대로 점쳐지고 있다.
소비자 불안 심리도 커지고 있다.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가 조사한 미국 소비자들의 향후 12개월 동안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5월 7.5%에서 6월 8.0%로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식량 위기 가중,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국제 공급망 차질 확대 가능성, 주요국의 임금 상승세 확대 등으로 물가 정점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주요국, 경기 우려보다 고물가 잡기 대책 시급
이런 상황 탓에 각국은 시중 유동성을 회수해 물가 오름세를 꺾기 위한 긴축의 고삐를 한층 조일 것으로 보인다.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보다 높은 물가를 잡지 못했을 때 겪을 고통을 더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연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1.50~1.75%로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28년 만에 밟은 데 이어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도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ECB는 이달 인상을 예고하는 등 주요국의 긴축 행보도 본격화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은 시중금리 상승과 대출자의 이자 부담 증가, 소비·투자 위축 등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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