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현대차 파업은 왜 반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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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현대차 파업은 왜 반복되나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7.01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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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1일 파업 찬반 투표
기본급 인상 등 놓고 이견 못 좁혀
가결 땐 생산 차질 더 가속화될 듯
현대차 노조가 지난달 28일 울산 북구 현대차문화회관에서 올해 임협 관련 쟁의발생 결의를 위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현대차 노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꼽자면 '파업'이다. 최근 10년 만 놓고 보더라도 강성 노조 집행부가 집권했던 2012~2018년에는 7년 연속 파업이 일어났다. 이후 3년 간 파업을 하지 않았지만 매년 파업 이슈가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최근 '강성'으로 분류되는 안현호 현대차 노조 지부장이 집권하면서 다시금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안 위원장은 금속연대 출신으로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노조 위원장으로 현대차 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이끈 인물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1일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파업안이 가결되면 노조는 4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다. 현대차 노조 역대 파업 투표에서 부결된 사례는 없는 만큼 파업 가결 쪽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현대차 노조는 왜 매년 파업이라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걸까.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이면을 짚었다. 

멈춰 선 아이오닉5 생산 현장. 사진=연합뉴스

관행과 담합의 공생

총인원 4만8000명 규모의 현대차 노조는 회사조직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사회집단에 가깝다. 노조위원장의 지위는 예산이나 구성원을 감안할 때 왠만한 지방 중소도시의 지자체단장과 견줄만 하다. 이런 이유로 현대차 노조 파업은 생계목적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이 짙다는 게 노동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0여개에 달하는 노조 내 각 계파들은 거대 조직을 추스르고 장악하기 위해 파업을 활용한다는 지적이다. 노조집행부의 세결집을 위해 파업이 이용된다는 분석이다. 현재 현대차 내 현장활동 조직은 각종 선거나 투쟁과정에서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계파 지분확대를 위해 조직원들의 투쟁과 선명성 경쟁에 전력한다. 또 파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제대로 된 노조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도 큰 문제다. 상당수 조합원 및 제조직들은 파업 없이 노사협상을 타결할 경우 결과보다는 노조 집행부를 '어용노조'라고 치부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노조집행부는 매년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차 노조를 심층 분석한 '현대자동차에는 한국 노사관계가 있다'의 저자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노조 집행부는 파업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경영진은 적절한 시기에 파업을 진화해 서로의 성과로 포장하는 일종의 담합 형태의 공생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노조는 1일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포퓰리즘 경쟁

노조가 매년 파업 이슈를 꺼내드는 건 2년마다 치르는 집행부 선출 선거 때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 노조 내부에는 10여개의 계파가 있다. 이들은 사측을 대하는 입장에 따라 강성, 중도, 실리 등으로 분류된다. 각 계파는 선거에 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후보를 내고 당선을 위해 각종 공약을 내건다. 당선된 쪽의 계파는 2년 동안 진행한 단체교섭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 선거에서 재평가를 받는다. 회사 측으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차기 선거에서 거취가 결정된다. 이런 생리를 잘 아는 각 계파는 파업으로 자신들의 선명성을 부각하고 차기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파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회사의 장기적 성장보다는 차기 집행부 입성이 더 중요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현대차와 현대차 노조는 한때 회사 생존을 위한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을 강하게 공유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바뀌게 된다.

현대차 노조 등을 심층 연구한 송호근 포항공대 교수는 저서 '가 보지 않은 길'에서 외환위기 직후 대량해고 사태 후유증으로 남은 트라우마가 노사관계를 대립적으로 바꾼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노조는 사측의 주요 결정에 완강하게 저항하며 더 많은 보상, 더 적은 근로시간, 더 긴 정년만을 고집했고 생산성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노동자들은 노동강도를 죄고 푸는 권한을 가진 노동조합 편에 서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했고 선거를 통해 당선되는 노조 집행부는 점점 더 내부자 연대에 천착했다. 다시 말해 조합원의 표를 얻기 위한 '임금 중심'의 포퓰리즘 정치에 매몰됐던 셈이다. 

송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1997년에 갑자기 외환위기가 발생한 뒤 대량 해고 사태를 겪으면서 현대차 노조는 민주화 등 사회적 이슈보다는 내부 문제에 눈길을 돌리게 됐다.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계파에 몰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이익 투쟁에 함몰된 것이다." 

파업 찬반투표 돌입한 현대차 노조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1일 오전 6시45분부터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투표에서 쟁의안이 가결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이견을 좁히지 못해 조정 중지를 결정하면 현대차 노조는 즉시 파업권을 얻는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3일 사측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냈다. 합법적인 파업을 위한 절차다. 지난달 28일에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쟁의발생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국내 전기차 신공장 건설 ▲정년 연장 및 신규 채용 등을 주장하며 사측과 협상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대내외 불안 요소로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고,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투표는 오후 5시30분에 종료된다. 개표는 전국 투표함이 울산으로 도착하면 실시되고 결과는 밤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생산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는 이미 차량용 반도체 부족 장기화로 신차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가 최근 화물연대 파업으로 생산차질을 겪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현대차 실적에 직격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현대차와 기아는 연도별로 각각 16회와 19회의 파업을 단행했다"며 "해당 기간 평균 생산차질 물량은 각각 6만3000대, 3만4000대로 파악되며, 매출 차질은 1조6000억원, 8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반도체 수급 개선에 따른 가동률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전면 파업에 따른 물량 차질과 매출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파업으로 인한 최대 생산 차질 물량은 각각 2016년 14만2000대, 11만7000대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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