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의 파산③…채권시장의 대부
상태바
천재들의 파산③…채권시장의 대부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8.30 1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리웨더, 미국 국채 사기사건에 억울하게 연루돼 살로먼에서 사표

 

존 메리웨더는 월가에서 JM(존 메리웨더의 약칭)으로 통했다. JM이 투자했다는 소문이 나돌면 투자자들이 일제히 몰려들 정도로 그는 월가 채권시장의 대부로 알려져 있었다. 그후 그는 살로먼 브러더스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메리웨더는 경제학 이론을 월가 금융시장의 현실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한 이상주의자였다. 박사 학위를 하고 나서 학계에 남지 않고 월가에 들어온 것은 경제학을 현실의 장(場 )에서 실천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살로먼 브러더스에서 펀드매니저를 하면서 미국 동부 명문대의 젊은 교수들에게 손짓을 했다. 첫번째로 걸려든 사람이 하버드 경영대의 젊은 교수였던 에릭 로젠펠드(Eric Rosenfeld)씨였다. 메리웨더가 로젠펠드에게 손짓을 한 것은 그가 똑똑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를 통해 하버드와 MIT를 연결하는 채널을 구축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승진 시험에 실패한 로젠펠드는 하버드를 그만두고 살로먼에 입사했다.

메리웨더 곁을 찾아온 로젠펠드는 교수 영입에 나섰다. 그는 출신인 하버드를 비롯, 캘리포니아의 버클리대를 찾아가 유명 경제학 교수들에게 살로먼에서 함께 일하자고 부탁했다. 메리웨더는 로젠펠드의 덕분에 큰 건을 건졌다. 하버드대의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 교수와 스탠포드대의 스타교수인 마이런 숄스(Myron Scholes)가 함께 일하겠다고 마음을 열었다. 살로먼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이들 두교수는 10년후 메리웨더와 함께 일하면서 배운 경험을 이론화함으로써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메리웨더는 학계에 줄을 대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는 이름있는 경제학자들에게 금융시장에 관한 논문을 써달라고 부탁하고, 미국 금융학회 모임에 참석, 학자들과 섞이는 것을 좋아했다. 빡빡한 봉급을 쪼개 쓰던 교수들이 수십만 또는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에 혹해서 하나둘씩 메리웨더 곁으로 찾아왔다. 그는 쉽게 학자와 펀드매니저로 구성된 팀을 운영할수 있었다.

 

살로먼 브러더스는 1980년대말에 월가의 돈을 다 긁어 모으고 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뉴욕 채권시장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했다. 투자자들은 “또 JM이 해냈어” 하면서 살로먼을 부러워했고, 메리웨더를 존경심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납을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사였다.

메리웨더의 팀은 살로먼에서 별도의 회사나 다름없었다. 학자들은 채권시장의 금리변동과 차이를 수학적으로 분석해주었다. 펀드매니저들은 그 수학공식을 현실에 대입했다. 그들의 투자 기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그의 상급자와 살로먼의 다른 채권 팀들도 메리웨더의 팀이 어디에 투자했는지를 모를 정도였다. 당연히 그는 사내에서 많은 적을 갖게 됐다.

그렇게 잘나가던 그도 살로먼 브러더스를 떠나야 했다. 월가를 떠들석하게 한 채권 사기 사건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 /위키피디아

 

워런 버핏과의 운명적 만남

 

1991년 4월 폴 모저(Paul Mozer)라는 채권 딜러가 부정을 저질렀다. 사기를 친 것이다. 살로먼에서 모저는 메리웨더보다 한등급 위의 상관이었다. 메리웨더는 재무부 채권 매입 과정에서 자기 회사 내에서 누군가 장난을 치고 있다는 사살을 감지했다. 모저는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메리웨더에게 사실을 고백했다. 자수하면 살려주겠지 하는 심정이었으리라.

그러나 메리웨더는 부정을 참지 못했다. 아니, 부정을 안 이상 숨기는 것 자체가 죄일른지 모른다. 월가 트레이더들의 세계는 살벌하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어야 하는 정글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세계다. 메리웨더는 직속 상관인 굿프렌드와 토머스 스트라우스(Tomas Strauss)에게 모저의 부정을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그들은 감독기관인 연준(FRB)이 언젠가 이 사실을 눈치챌 것이라고 결론을 냈으나, 신고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4개월후인 8월 마침내 연준(FRB) 조사팀이 들이닥치고, 살로먼은 부도덕한 투자회사로 낙인이 찍혔다. 부하의 부정을 감독하지 않았고, 또 사실을 알면서도 자진신고를 하지 않은 굿프렌드와 스트라우스는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시장은 살로먼을 처벌했다. 투자자들이 부도덕한 회사에서 돈을 빼내갔고, 살로먼은 파산 위기에 몰렸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월가의 금융황제로 불리우는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사의 워런 버핏(Warren Buffett) 회장이다. 메리웨더와 버핏의 운명적 관계는 여기서 시작된다.

버핏은 망해가는 살로먼을 인수하고, 회장에 올랐다. 메리웨더의 운명은 버핏의 손에 달려 있었다. 메리웨더도 굿프렌드나 스트라우스처럼 모저의 부정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살로먼에 있는 경쟁자들은 메리웨더도 잚못이 있으므로 회사를 떠나야 한다고 버핏에게 말했다. 그러나 버핏은 메리웨더가 직속 상관에게 보고한 사실을 중시, 그를 살려두고 싶어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탁월한 재능을 활용하고 싶었다.

그러나 메리웨더는 스스로 사표를 냄으로써 버핏을 떠나고 말았다. 차제에 자신의 펀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버핏은 그때 메리웨더를 붙잡지 못했다. 두 사람의 기구한 인연은 10년후 메리웨더의 LTCM이 몰락했을 때 다시 연결된다. 버핏은 메리웨더의 펀드를 통째로 인수하기 위해 덤벼들었지만, 좋은 결과를 맺지 못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