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당국 압력에 은행들 속속 금리 내려 …'최대 실적'이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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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당국 압력에 은행들 속속 금리 내려 …'최대 실적'이 부담스럽다?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6.28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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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예대마진 점검해달라"
NH농협·우리·케이뱅크 금리 인하 계획 밝혀
금융지주 하반기 실적 부담…이자이익 비중 높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은행의 '이자장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안정을 이유로 잇달아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시중은행들도 이에 발맞춰 여수신 금리를 올렸던 움직임에 일단 제동이 걸린 것이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예고하면서 한국은행도 빅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만큼 대출금리는 계속해서 우상향할 전망이다.

정치권·금융당국 연달아 예대금리차 지적

28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대출 수요자들에게만 가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예대마진을 점검해달라고 촉구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 민생물가안정특위 회의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만 올려도 대출이자 부담이 6조7000억원 늘어난다고 한다"며 "급격한 이자 부담은 영끌족과 자영업자들을 줄도산에 직면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5대 금융그룹은 1분기 11조3000억원의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했으며, 이런 초호황은 2018년 6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한 것"이라며 "예대금리차로 인해 이익 창출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문제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경제위기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렵다"며 "특히 국민의 금융을 담당하는 은행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고 예대마진에 대한 시장의 순기능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금융기관들이 이런 현장 분석을 통해 예대마진에 대한 쏠림 현상이 없도록 자율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0일 주요 시중은행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금리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를 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장과 정책위의장의 발언이 연달아 나온 만큼 은행들이 예대금리차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로 예금금리 인상보다는 대출이자 인하를 중심으로 금리차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은행들 대출금리 인하 행진…KB·신한도 고려 중

은행들은 저마다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주택관련대출(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의 우대금리를 0.1%포인트 확대했으나, 다음달 1일부터는 우대금리를 0.1%포인트 추가로 확대해 총 0.2%포인트의 인하 효과를 낼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도 0.1%포인트 확대한다. 

우리은행도 지난 24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기준 고정금리 대출에 적용하던 1.3%포인트의 우대금리(은행 자체 신용등급 7등급 이내)를 모든 등급(8~10등급 추가)에 일괄적으로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우리은행 주담대 금리 상단이 7%에서 6%대로 낮아졌다. 

지난 22일에는 케이뱅크가 차주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대출 금리를 최고 연 0.41%포인트 낮춘다고 밝힌 바 있다.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 고정금리형 혼합금리(고정금리) 상품의 금리를 연 0.35~0.36%포인트, 변동금리 중 금융채연동금리(6개월) 상품의 금리를 연 0.3%포인트 인하했다. 전세대출 상품도 일반전세와 청년전세 금리를 각각 연 0.41%포인트, 연 0.32%포인트 낮췄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관련 부서에서 금리 인하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 4월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국민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최대 0.45%포인트,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낮췄다. 이후 일시적으로 시행하던 해당 조치를 종료 시점을 정하지 않고 연장했다. 신한은행 역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10~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자장사' 압박에 역대급 실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마주한 가운데 각 금융지주의 2분기 이후 실적도 좋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2분기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수혜를 입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는 2분기 전년 대비 8.4% 늘어난 4조5938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에 비해서는 1.7% 줄어든 규모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지난해보다는 순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순이익 개선은 이자이익의 영향이 큰 만큼 금융당국의 압박은 금융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약 15조2100억원으로 예상된다. 연간 이자이익 추정치는 57조4484억원으로 1년 전 대비 약 13%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출금리 인하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미 연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4%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국내 기준금리도 가파르게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한국의 연말 기준금리를 2.75%로 예상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1.75%인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단순 계산해도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는 셈이다. 현재의 대출금리가 1%포인트 그대로 오르는 것이다.

이에 은행권 대출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이날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가계대출 잔액은 전날 기준 700조6265억원으로 전월말(701조615억원) 대비 4350억원 감소했다. 이와 같은 추세가 이달말까지 지속되면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6개월 감소세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가계대출 감소액은 1월 1조3634억원, 2월 1조7522억원, 3월 2조7436억원, 4월 8020억원, 5월 1조3302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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