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BTS가 번아웃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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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의 대중문화 읽기] BTS가 번아웃에 빠졌다?
  • 강대호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6.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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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호 칼럼니스트] 방탄소년단(BTS)의 고백이 K-뮤직의 숨겨진 단면을 드러나게 했다. 지난 6월 14일 BTS는 직접 촬영한 동영상에서 향후 활동에 변화가 생길 것을 암시했다. 이 독보적 아이돌이 발신한 이상 신호가 감지되자 소속사 하이브(HYBE)의 주가는 크게 폭락했고,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주가도 함께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만큼 BTS는 특별한 존재다. 소속사에는 위상을 안겼고 한국 음악산업계에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전 세계 아미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했다. 그래서 BTS를 특별하게 여기는 모든 이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갔을 동영상이다. 이 세계적 아이돌이 털어놓은 그들의 고민은 화려한 모습 뒤에 가려진 아이돌의 진짜 모습을 엿보게 했으니까.

세계적 아이돌의 고민은

이번 BTS 동영상이 큰 파문을 일으킨 이유는 그 안에 멤버들의 속마음이 담겼기 때문이다. 향후 활동 방향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고민을 짐작하게 만드는 대목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아이돌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사람을 숙성하게 놔두지 않는 것 같아요. 계속 뭔가를 찍어야 하고, 계속 뭔가를 해야 하니. (중략) 내가 성장할 시간이 없어요.” 

멤버 RM의 고백이다. K-뮤직을 특징짓는 요소인 ‘아이돌’과 아이돌을 만들고 꾸려가는 시스템에 관한 고민이 보인다. 그 시스템 안에서 육성되고 데뷔한, 그리고 세계적 스타가 된 아이돌 BTS의 존재론적 고민이기도 하다. 이들의 고민은 계속 이어진다.

“제일 어려운 게 가사 쓰는 거야. (중략) 할 말이 없어 진짜. 내가 느끼고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걸 얘기해야 되는데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는 거야. 그냥.”

가사는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특히 가사에 담긴 메시지는 그 어떤 메신저보다 강력한 무기가 되어 세상에 영향력을 미친다. 그래서 아이돌에게 작사는 뮤지션으로 인정받기 위한 필요조건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실은 억지로 쥐어 짜내고 있다는 것.

지난 5월31일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하는 BTS. 사진=EPA/연합뉴스

세계에 영향력이 큰 아이돌인 만큼 BTS의 고백은 국내외 언론의 큰 관심을 얻었다. 특히, 영국의 ‘더 타임스’는 BTS를 '혹사당하는 백만장자'라고 표현했다. 과거 BTS를 인터뷰했던 에디터의 관찰에 따르면 그들은 정상적 생활 패턴이 없어서 연애는 커녕 가족을 만날 시간조차 없어 보였다고 한다. 심지어 '신경쇠약의 공식'처럼 보였다고. 

이는 BTS가 동영상에서 털어놓은 고민과도 연결된다. 동영상에 담긴 발언의 행간을 읽어 보면 이들은 아이돌 활동을 사랑하지만 반복되는 시스템적 활동에 지친 것으로 보인다. 데뷔 9년 차에 들어가며 아티스트의 면모를 더욱 갖추고 싶지만 시스템, 즉 소속사가 정해 놓은 틀 안에서만 관리되는 현실의 자괴감도 보인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병역 문제도 큰 부담일 테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때로는 세계를 대표하는 중압감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들을 세계적 스타로 육성한 아이돌 시스템에서는 이런 무게감을 지탱할 방법까지 가르쳐 주진 않았을 테고.

엔테테인먼트 산업의 한 축 아이돌 시스템

우리나라의 음악 산업은 아이돌 육성 산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 근간에는 음악과 춤에 재능있는 연예인 지망생인 연습생들과 그들을 아이돌로 데뷔시키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있다. 회사는 연습생들에게 아이돌이 되기 위한 노래와 춤 교육을, 때로는 연예인 소양을 키우기 위한 연기 수업이나 외국어 교육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시스템화되어 있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투자에 속한다. 만약 그 연습생들이 데뷔에 성공해 아이돌이 된다면 갚아야 하는 일종의 부채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돌에게 정산 여부와 그 규모는 성공 혹은 실패의 잣대를 의미한다. 

일단 아이돌이 데뷔하면 소속사는 그간에 들어간 비용을 만회하고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회사 관점에서 매출은 성공의 기준이다. 그래서 아티스트에게 충성도 높은 팬덤을 공략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지갑을 여는 데 주저하지 않는 팬덤을 이용해 생일파티나 악수회 같은 팬 미팅부터 크고 작은 콘서트 같은 다양한 수익 사업을 벌인다. 그 장소도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는다. 그 일정들 사이에 이런저런 명목의 음원을 발표하는 것은 기본이다.

팬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아이돌에게 빡빡한 활동 스케줄과 이를 위한 관리는 감내해야 하는 의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이돌의 삶이 바빠질수록 개인적 관심사에 투여할 시간이 없어지는 것을 숙명으로 여길지도. 

하지만 아이돌이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 혹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그들을 개인으로 보면 자연인, 한 명의 인간이다.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고, 상처 나면 빨간 피가 흐르는.

BTS의 신곡 ‘옛 투 컴(Yet to Come)’ 뮤직비디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BTS의 이번 고백을 접한 언론과 전문가들은 그들에게 ‘번아웃’이 온 것은 아닐까 우려한다. 어쩌면 본인들의 상태를 언론이 진단하는 이런 상황도 그들을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아이돌 시스템이 그들을 세계적 스타로 만들었지만, 회사가 정한 틀 안에서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 그 시스템이 이 아이돌을 고민에 빠지게 하고 지치게 한 것이 아닐까.

특히, 그들이 동영상에서 언급한 ‘숙성’의 아쉬움은 변화하고 성장하고 싶은 심정으로 읽힌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싶은데 시스템 안에서 소속사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니까.

그들은 좋은 가사를 쓰고 싶은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하는 바를 끌어내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뭔가 머리에 담거나 담으려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멤버들의 고백을 들어 보면 그런 여유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억지로 쥐어 짜내야' 할 정도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분명 세계적 아이돌을 키울 수 있고 그들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을 갖췄다. 그 시스템이 스타의 상품 가치를 높이며 회사의 매출 증가에 이바지하는 것도 증명했다. 

하지만 번아웃에 빠진 아이돌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과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BTS의 다음 행보를 응원하는 이가 많다. 그런데 엔터테인먼트 산업 구성원 중에는 번아웃에 빠졌지만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들과 연예인 지망생들도 많을 것이다. 어쩌면 그들도 응원의 대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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