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낙규의 "철학, 축제에 빠지다" <2회> 인류의 위대한 행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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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낙규의 "철학, 축제에 빠지다" <2회> 인류의 위대한 행진의 시작
  • 오피니언뉴스
  • 승인 2015.07.0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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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들뢰즈가 본 연천 구석기 축제
②최초의 인류의 이름은 '삶의 희망'이었다

전곡선사박물관은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당선된 프랑스 X-TU사가 설계한 작품이다.

원시생명체의 아름다운 곡선을 모티프로 건축된, 원시성과 현대성이 공존하는 박물관이다. 부지 2만2,200여평, 건축면적 1,530평으로 1층 상설전시실과 고고학체험실, 지하1층 매표소와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관에서는 ‘인류의 위대한 행진’이라는 주제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복원한 조형물을 볼 수 있다. 바닥에 그어진 ‘시간의 선’을 따라 아프리카에서 한반도 연천까지 고인류와 함께 머나먼 여행을 떠나보자.

연천구석기축제의 상징물인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전시되어 있다.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과 미군 병사의 ‘위대한 발견’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 선사체험마을에서 석기를 만들어 보고 있는 소년.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는 인류의 큰 발걸음을 내딛게 한 위대한 발명이었다. /사진=강낙규

첫째, 주먹도끼는 만들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다. 제작 과정을 재현해 본 결과 약 20개 중 3~5개 정도만 성공할 정도로 숙련도와 운(運)이 필요하다.

프랑스에서 발견된 주먹도끼에 비해서 연천 주먹도끼는 단단한 규암 재질이라 만들기가 더 힘들다. 타원형의 좌우, 전후 대칭인 양날 도끼! 동물 가죽 벗기기, 나무 자르기, 구멍 내기, 가죽 가공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어 구석기시대의 맥가이버칼로 불리기도 한다. 조명 아래 전시된 주먹도끼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자 예술작품이다.

둘째, 우연한 주먹도끼의 발견! 고고학을 전공한 미군 병사 그렉 보웬(Greg Bowen)은 1978년 3월 한탄강 유원지에서 커피를 끓이려고 돌을 모으다가 특이한 모양의 돌을 발견한다.

이 돌을 촬영한 사진을 프랑스의 저명한 구석기 전문가 보르드 교수에게 보내자 교수는 이렇게 답장한다. “이 유물들이 유럽이나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다면 분명히 아슐리안 문화의 석기로 말하겠습니다.”

이후 17차례에 걸쳐 조사한 결과 8,500여 점의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다.

이 주먹도끼의 발견은 모비우스의 구석기 이원론이 허무맹랑한 가설이었음을 반증하며 우리 민족뿐 아니라 아시아인들의 자존심을 되찾게 해주었다.

모비우스는 아시아인에게 준 아픔의 댓가를 받아야 한다. 1940년대 이 이론이 다수설로 받아들여지면서 유럽제국주의의 식민지론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였던 것이다.

아시아 사람들은 한반도의 호모 에렉투스에게 모두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발걸음을 옮겨 전시관의 하이라이트인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을 본다.

700만년 전 투마이(Toumai)로부터 1만년 전 만달인(晩達人·평양 근교 만달리에서 발견된 후기 구석기시대의 인골)까지, 14개체의 화석인류가 전시되어 있다. 프랑스의 엘리자베스 데이너스가 실제 발견된 고대 인류의 뼈 모양을 만든 뒤 살을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투마이(Toumai)

‘생명 또는 삶의 희망’(Hope of Life)이란 의미로 인류의 기원으로 본다. 2001년 아프리카 차드공화국에서 발견되었다. 뇌 크기가 360~370cc로 침팬지와 비슷하나(인간은 1,300cc) 척추뼈가 두개골로 연결되는 부분인 대후두공 위치가 직립보행의 해부학적 증거로 제시되고 있으며 뇌를 안정적으로 받쳐주어 뇌의 발달을 촉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루시(Lucy)

320만년 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로 화석이다. 발굴 후 축하 파티에서 비틀즈의 ‘Lucy in the sky with Deiamonds’란 노래가 흘러나와 '루시'라는 애칭이 붙여졌다. 107cm의 키에 28kg의 몸무게를 가진 성인 여성으로 밝혀졌다. (여성의 키와 몸무게를 이렇게 밝혀도 될까?)

루시는 두 발로 사바나의 광활한 초원을 걸음으로써, 인류의 위대한 진화의 행진을 시작했다고 추정된다. 인간은 뇌를 10%만 사용한다는데 100%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상상으로 만든 최근 개봉된 영화 ‘루시’의 주인공 이름은 바로 이 루시에서 따왔다.

전시장 오른편엔 사바나 최초의 인류가 살던 환경을 다양한 동물박제 전시와 함께 설명하는 공간이 있다.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은 살아남기 위해 사바나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고 나무에서 내려와 생존하기 위해 두 발로 일어서야만 했던 것이다.

루시앙

루시가 발견된 곳 근처에서 루시의 두개골보다 상당히 큰 두개골이 발견되었는데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어 루시의 남자 친구 루시앙으로 불리게 됐다.

초기 인류의 진화과정에서부터 남성과 여성의 신체 크기가 차이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되지만 이런 차이가 남녀 간의 차이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쟁이 진행 중이다.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lis)

석기를 제작해서 ‘손재주가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뇌는 650cc 이상으로 250만년 된 화석인류다.

빙하기라는 자연환경의 변화에 따라 식물성 음식이 감소하자, 인류는 죽거나 다치거나 다른 동물이 먹다 남긴 사체에서 고기를 섭취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충분한 영양 공급과 자극으로 두뇌가 급격히 발달하게 된다.

호모 루돌펜시스(Homo Rudolfensis)

케냐 투르카나 호수의 옛 이름인 루돌프 호수에서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뇌가 800cc로 호모 하빌리스보다 크다. 250만년 전부터 170만년 전 사이에 살았다.

호모 하빌리스는 키가 1m로 작다. 20만년 후 등장했다고 여겨지는 호모 에르가스터(Homo Ergaster)의 키는 1m70cm에 육박하는데, 20만년 만에 키가 이렇게 클 수 없어 하빌리스는 인류의 직접 조상이 아니라는 반대 의견이 거셌다. 이 둘의 연결고리가 호모 루돌펜시스다.

약 200만년 전 호모 하빌리스, 호모 루돌펜시스, 호모 에르가스터 3가지 인류의 조상이 현재의 케냐 지역에서 살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셋 가운데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가장 잘 적응한 한 종이 살아남아 인류 역사를 이었을 것이다. 인류는 3가지 종이 동일 지역에 거주하면서 공존·경쟁·자연선택됐다는 복수종이론이 정설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 인류는 700만년 전부터 진화해 와서 오늘의 모습으로 살고 있다. 티없이 맑은 아이들의 웃음에서 인류의 미래를 본다. /사진=강낙규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약 160만년 전에서 25만년 전까지 존재했으며 화석이 발견된 장소에 따라 자바원인, 베이징원인으로 불린다.

160cm의 키에 750~1,225cc의 뇌 용량을 가졌으며 직립 보행하였다. 불을 능숙하게 사용해 고기를 익혀 먹음으로써 단백질을 풍부하게 섭취하여 두뇌가 발달하였다. ‘슬프고 우울한 표정에 납작한 코’를 가진 호모 에렉투스는 아프리카를 떠난 최초의 인간이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Homo Neanderthalensis)

10만년 전에서 3만5,000년 전까지 유럽과 지중해 연안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이다. 다양한 석기와 나무창을 사용하였으며 매장 풍습이 있었다. 165cm의 키에 80kg의 체중. 뇌 용량은 1,600cc로 현대인보다 크다. 원시적인 형태의 종교가 있었으며 호모 사피엔스와 가까운 종이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슬기롭고 슬기로운 사람’이란 뜻이다. 5만년 전에 출현한 현생 인류의 직접 조상으로 유럽의 크로마뇽인, 중국의 산정동인이다.

정교한 석기를 제작하였으며 동물의 뼈와 가죽으로 만든 옷과 장신구를 착용하였다. 동굴벽화를 제작하였으며 막집이나 움막생활을 하였다.

700만년 전 최초의 인류에게 붙여진 이름이 ‘생명 또는 삶의 희망’이란 뜻의 투마이이고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의 상자에 남은 한 가지는 ‘희망’이었다.

그 희망을 간직하고 긴 진화를 해 온 결과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슬기롭고 슬기로운 인간이다. 현생 인류가 정말 슬기롭고 슬기로운가? 100만년 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어떻게 진화할까? <2회 끝>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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