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법인세 인하=국민 혜택'...부활한 '낙수효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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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법인세 인하=국민 혜택'...부활한 '낙수효과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6.23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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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법인세 인하=국민혜택'
과거 정권서 9년간 시행, 효과 인증 안돼
경실련 "법인세 인하 폐지 및 재검토해야"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를 표명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부자 감세'와 규제 완화를 전면에 내세운 이른바 '낙수효과'가 5년여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낙수효과는 대기업과 부유층에 혜택을 줘 소득이 늘어나면 그 이득이 중소기업·저소득층에까지 흘러간다는 이론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비즈니스 프렌들리', 박근혜 정부 때는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는 풀어 법 질서를 세운다)라는 이름의 시행됐지만 9년여 동안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윤석열 정부가 다시금 꺼내든 낙수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법인세 인하=국민 혜택'이라는 尹 정부

지난 1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민간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특히 정부는 법인세 인하 방침을 밝혔다.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인 22%로 내리고 현재 4단계로 세분화 된 과표구간도 단순화할 계획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000년대 이전 최고 28%였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22%까지 낮췄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다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까지 올렸고, 과표 구간도 3단계에서 4단계로 늘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이 내는 세금은 결국 그 부담이 국민들께 전이되는 소비와 관련된 부분"이라며 "법인세 인하를 통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세수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장치"라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가 곧 국민 혜택으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추 장관의 이런 시각의 이면에는 새 정부의 경제 기조인 낙수효과론이 있다. 기업 성장을 통해 절대적 '파이'를 키워 분배를 통해 그 과실을 사회 전반에 퍼트린다가 핵심이다. 소득 주도 성장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분수효과론'과 대척점에 있다. 

낙수효과론은 과거 보수 정권의 단골 아이템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747 공약(연평균 %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국력 세계 7위)을, 박근혜 정부는 '줄푸세'를 통해 친기업 정책을 추진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인하가 국민혜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대기업에 집중된 세액공제 혜택

현재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은 4단계로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은 25%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과표 구간을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하면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렸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다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법인세 최고 세율(세전이익 3000억 원 초과)을 초과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119곳 정도다. 새 정부 구상대로라면 사실상 국내 주요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기업 증세', '윤석열 정부=기업 감세'로 이분화해서 보는 건 무리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중후반으로 가면서 기업의 세금을 깎는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단적으로 2020년 7월 발표한 '2021년 세법개정안'은 경제 활력 제고라는 명목 아래 다방면에서 세액 공제를 실시했다. 대기업은 투자액의 1%, 중견기업은 3%, 중소기업은 10%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 납수 때 돌려줬다. 신성장 원천기술 투자로 인정받을 경우 대기업 세액공제율은 투자 비용의 3%까지 올라갔다. 

임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핵심전략기술'로 지정된 업종에 대한 기업의 시설투자 때 세액공제율을 6%로 끌어 올렸다.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한 번에 10%포인트나 높여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우 투자 비용의 최대 40%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르면 올 하반기 시행될 '반도체특별법' 역시 세액공제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문재인 정부는 집권 중후반기조를 변경한 반면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대기업 위주의 성장 노선을 표방한 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9년 동안 시행된 낙수효과론의 성과가 검증되지 않은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또다시 낙수효과를 꺼내 들었다. 사진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 사진=연합뉴스

검증되지 않은 낙수효과

법인세를 인하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논리는 현실로 증명되지 않았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했다. 당시 약 37조원 가량의 세수가 덜 징수됐다. 하지만 4대 기업의 투자는 오히려 줄었고, 사내유보금은 88조원에서 94조원으로 늘었다. 더욱이 한국은 '고용 없는 성장'과 '임금 인상 없는 성장'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빠져 있다. 법인세 인하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퍼질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역시 법인세 인하로 인한 낙수효과에 부정적이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임금과 일자리 증가보다 자사주 매입에만 열을 올렸다. 법인세 인하로 생긴 여유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고 월가로만 흘렀다는 뜻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낙수효과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일(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 노퍽에서 가진 연설에서 부자 증세를 역설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낙수 경제는 결코 작동한 적이 없다"면서 "이제는 경제를 밑바닥부터 그리고 중간부터 살려야 한다"고 '낙수효과'를 정면으로 부정했다.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주장도 근거가 빈약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주요 선진국들은 확대 재정을 감당하기 위해 감세보다는 증세에 방점을 찍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현행 19%인 명목 법인세율을 2023년 4월부터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1974년 이후 47년 만의 법인세율 인상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인세 인상을 공약해 당선됐고, 당선 후에도 줄곧 인플레이션 해법으로 법인세 증세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전 세계 130개국 역시 오는 2023년부터 글로벌 최저법인세 시행에 합의했다. 지난해 7월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서 130개국은 기업들에 최저 15% 세율의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징수하는데 합의했다. 글로벌 최저법인세가 시행되면 다국적 기업 등으로부터 1500억달러(약 170조원)의 세수가 더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최저법인세 징수에 반대한 국가는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헝가리 등 낮은 법인세율로 투자를 유치해 온 국가다. 반면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은 모두 지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법인세율 인하 정책을 폐기 또는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세 부담 능력 있는 법인과 부자의 세금을 낮춰줌으로써 부자감세 논란이 야기될 것이며 새로운 세원발굴 없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복지지출과 정부지출을 감당하기 위한 부담이 서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크다”며 “더군다나 보유세 완화는 부동산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가격상승을 유발하고 거품을 떠받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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