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엔화가치 급락에도 언제까지 '초완화 정책'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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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엔화가치 급락에도 언제까지 '초완화 정책' 고집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2.06.22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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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이 엔화 약세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진=블룸버그
일본은행이 엔화 약세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진=블룸버그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일본은행은 엔화 가치 급락에도 초완화 정책을 고집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완화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국가와 금리차가 지속되거나 더욱 확대되면 엔저 심화와 물가 상승에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느끼는 부담감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서는 정책 변경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영원한 비둘기파' 일본은행 완화 유지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글로벌 중앙은행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정책 차별화에 따른 엔화 약세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은행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가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행은 17일 금융정책 결정 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35엔대로 급락하고 금융정책 결정 회의 즈음 7~9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를 웃도는 왜곡 현상이 나타나자 일부에서 일본은행이 정책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수익률곡선 제어 정책을 폐지하거나 금리 제어 목표 대상을 10년물보다 단기화하는 등의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었다.

일본은행 결정 직전에 스위스중앙은행이 15년만에 금리를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도 정책 변화 기대감을 부채질했지만 결과는 '현상 유지'였다.

구로다 하루히코(黒田 東彦) 일본은행 총재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경기에 하방 압력을 가한다"며 "금융완화를 수정하면 경제 성장에 큰 마이너스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목표하고 있는 물가 상승과 다르다"며 "지금의 물가 상승은 오히려 경기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금융 긴축이 발생해 경기를 더 압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로다 총재는 수익률곡선 제어 정책(YCC)와 관련해 "다양한 오퍼레이션을 궁리해 확고히 수익률곡선을 형성할 수 있다"며 "수익률곡선 제어 정책은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명언했다. 

해외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져도 국채 매입 규모 확대나 지정가 국채 매입을 통해 수익률곡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설명했다.

구고 쇼타로(久後 翔太郞) 다이와소켄(大和總硏) 경제정보팀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안내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일본은행이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선 정책 조정 기대감 여전

일본은행이 정책 변경에 나서지 않은 것은 조만간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일단락돼 일본 국채금리 상승이나 엔저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당분간 대폭의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전 일본은행 정책 심의위원이었던 기우치 다카히데(木内登英)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에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했고 주식시장도 동요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 가속 관측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해외발 금리 상승 압력은 완화된다"고 말했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은 정책을 조정하지 않고도 엔저 비판이나 채권 매도 압력에서 탈출하게 되는 셈"이라며 "지금 정책을 조정해버리면 시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도 정책 동결의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률곡선 제어 정책의 제도적인 한계가 인식되는 가운데, 미국 금리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 일본은행이 장기 금리 상승을 다소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장기 금리(10년물 금리)를 0.25%로 항상 억제한다는 엄격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기 때문에 투기세력의 타깃이 된다"며 장기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목표는 유지하되 유연한 운용에 나서야 투기세력의 공격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은행이 정책 조정에 나선다면 우선 매영업일 실시되는 지정가 매입 오퍼레이션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일본은행 정책은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은 계속 정책 변경 가능성을 반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국가와의 금리차 확대로 엔화 매도 베팅은 당분간 강할 것으로 전망됐다.

ING는 "단기적으로는 정책 조정이 실현 가능하지 않지만, 올해 후반에는 그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증권은 "금리차 확대로 달러당 엔화 가치가 140엔대로 하락하면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이 3%를 넘을 수 있다"며 "연내 정책 수정은 메인 시나리오가 아니지만, 여론에 떠밀려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내년 일본은행 총재 교체 시 정책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13년 3월 취임하고 2018년 4월 연임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내년 4월 8일 임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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