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수 에세이] 영화 『오두막』에서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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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 에세이] 영화 『오두막』에서 얻은 것
  • 조병수 프리랜서
  • 승인 2017.08.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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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를 통한 치유로 새로운 삶의 싹을···

 

[조병수 프리랜서] 지인으로부터 "오두막이란 영화를 한번 보라"는 권유를 받고 케이블 TV앞에 앉았다.

유괴살인사건으로 어린 딸을 잃고 “거대한 슬픔(The Great Sadness)”에 빠져있는 아버지에게, 사랑과 죄악의 의미를 일깨우고, 믿음과 용서를 통한 치유(治癒)에의 길로 인도하는 기독교 영화였다.

조금은 느릿느릿, 짐작할 수 있을 듯하게 전개되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부터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그 동안 지식으로, 때로는 마음으로 듣고 느껴왔던 하나님 말씀과 성경의 얘기들이 장면이 바뀔 때마다 하나씩 툭툭 던져진다. 어쩌면 다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쉽게 잊어버리거나 실천하기 어렵던 명제(命題)들을 하나씩 짚어주는 대화들이 큰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 영화 속의 ‘오두막(The Shack)’ 모습

 

이 영화에 나오는 대사(臺詞)들의 의미를 좀더 새겨보고 싶어서, 이번에는 가족들과 함께 다시 TV앞에 앉았다. 며칠 전 딸들 사이에 "진짜 제대로 하나님을 믿어본 적이 있어?"라는 말이 오가는 것을 들으며, ‘이 영화가 그 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터였다.

‘흰 턱수염’이 아닌 흑인여성으로, 상황에 따라서 중년 남성으로도 나타난 하나님, 중동(中東)계 남자 외모의 예수님, 사라유(Sarayu)라는 이름의 아시아계(系) 여성으로 표현된 성령님, 그리고 스스로를 ‘지혜(Wisdom)’라고 부르는 라틴아메리카계 여인의 역할분담이 멋지게 어우러진다.

오로지 자기고통만 바라보며 아픔에 함몰되어있는 주인공 맥(Mack)에게,

“아픔은 우리를 날개 잘린 새처럼 만드니, 아픔을 풀지 않고 오래 두어 스스로의 삶을 제한하지 말라”는 일깨움,

"죄(罪) 자체가 벌(罰)"이라는 설명,

“상처 준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 천 번을 되풀이해도 쉽지는 않지만, 계속 자신을 옭아매는 것에서 벗어나도록” 설득하는 과정들에서,

늘 쉽게 수긍이 가지 않던 ‘용서’라는 말에 대해 나 스스로 가졌던 물음표 하나도 사라지게 만든다.

그리고 고통 속에서 흘린 눈물을 모았다가 바로 그 고통의 근원(根源) 에서 치유의 싹이 자라는 데에 쓰임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에서는 가슴이 벅차 오른다. 상처받고 비탄(悲嘆)의 눈물만 흘려 보낼게 아니라, 흐르는 눈물을 병에다 모으는 작은 수고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각을 하게 만든다.

주인공이 타고 있던 보트에 구멍이 나고 시꺼먼 물에 잠겨갈 때에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에 사로잡히지 말고, 과거도 고통도 생각하지 말고, 나를 믿고 나만 바라보라”고 외치는 장면들은, 어려움이나 고통에 처해서 갈팡질팡 헤매는 순간에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다.

“틀릴 수도 있는 각자의 기준으로 선과 악을 판단하며 신(神) 노릇을 하려고 한다”는 얘기나, 늘 심판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지적하는 '지혜'라는 여인의 얘기들은 새삼 나의 언행과 처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인간이 저지르는 죄의 근원이 아담까지 올라가고, 사랑하는 자식 대신 벌을 받는 아버지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아, 그런 것이었구나!'하는 감탄이 터져 나온다.

 

도대체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하나님에 대해서나 성경의 내용들을 얼마나 잘 꿰뚫고 있으면 이런 상황을 구상(構想)하고,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흔히 갖게 되는 질문과 답을 이렇게 산뜻하게 풀어낼 수 있는가 싶었다. 그러면서 이 영화의 원작소설 내용과, 그것을 실화(實話)를 근거로 쓴 것인지도 궁금해 졌다.

윌리엄 폴 영(William P. Young)이란 저자가 2007년에 출간했다는 『오두막(The Shack)』이란 소설의 ‘시작하는 말(Foreword)’에, “이웃에 사는 주인공 맥이 겪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라고 되어있어서 실화인줄 알았다. 그런데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오두막』의 뒷이야기’에 반전이 있었다.

저자가 어린 시절 성폭행 당하는 등의 쓰라린 경험을 하나님의 은혜로 치유하고, “자신의 아이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서 아빠가 그토록 사랑하는 하나님과 아빠에 대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이 주인공 맥 대신 이야기를 대필해 준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사용한 것”이라며, 완전한 소설임을 밝히고 있다.

처음에는 크리스마스선물로 15부정도 제본해서 돌린 것이 입 소문을 타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4월에 개봉되었다는데, 무더위의 끝자락에서야 그 멋진 영화와 원작소설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이런 소설을 쓰고, 또 그 내용을 2시간 12분짜리 영화로 표현해내는 사람들의 능력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덕분에, 수시로 마음 속에 솟구쳐 오르는 시꺼먼 오물(汚物)들이 아니라, 눈을 들어 오로지 한곳만 바라보며 살아야 함을 되새기게 된다. 아울러, 알게 모르게 주고받은 상처와 아픔들도, 용서를 통한 치유로 함께 ‘자유(自由) 함’을 얻게 되고, 새로운 삶의 싹으로 자라나게 되기를 감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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