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느끼고, 만져라… 『아날로그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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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느끼고, 만져라… 『아날로그의 반격』
  • 김송현 기자
  • 승인 2017.08.22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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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클릭하지 말라…디지털 시대, 정점 이르렀다

 

디지털 시대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아날로그의 모든 것 - 신문과 TV, 레코드, 필름 카메라, 오프라인 서점과 매장 - 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를 이루었다. 그렇게 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스마트폰은 많은 것을 잡아먹었다. 계산기, 녹음기, 사진기, 신문, 유선전화기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새로운 디지털이 낡은 디지털을 죽이기도 했다. 핸드폰 사진의 질이 좋아지면서 디지털 카메라도 위축되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나오면서 전자책의 기기들이 사라졌다.

하지만 디지털 인간들은 뭔가 부족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진짜가 아니라는 느낌, 만져지지 않는 허공의 것. 디지털의 가장 큰 약점이다.

 

캐나다 작가 데이비드 색스(David Sax)가 쓴 『아날로그의 반격』(The Revenge of Analog)는 이런 분위기를 설명하는 책이다. 직역하자면, '아날로그의 복수'다.

이 책이 시사하는 것은 ① 디지털의 발전이 정점에 이르렀고, ②퇴조하던 아날로그가 새로운 위치를 잡아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색스는 아날로그가 부활하고 있는 예를 여러 가지로 들었다. ① 아마존은 맨해튼에 오프라인 서점을 나고(인쇄물) ② 실리콘밸리 리더들이 몰스킨 노트에 빠지고(종이) ③ 오바마가 사랑하는 아날로그 시계, 시놀라가 부활하며(일) ④ 레이디 가가가 스트리밍 서비스 대신 LP레코드로 돌아서고 (레코드판) ⑤ 10대들이 턴테이블(전축)과 필름 카메라(필름)에 열광하며 ⑥ 교육현장에서 아이패드가 교사를 대신할 수 없는 현실 (학교)을 예로 들었다. 아울러 낮에는 코딩, 밤에는 수제 맥주 만드는 실리콘밸리의 밀레니얼 세대 일상을 그렸다.

 

저자 색스는 오프라인 매장들이 보여주는 반전을 우연이나 일시적인 유행으로 보지 않고 있다. 애플 제품을 가장 비싸게 판매하는 애플 오프라인 매장, 뉴욕 한복판에 들어선 대형 서점 북컬처, 유니온스퀘어 그린마켓에서 벌어지는 농산물 직거래 장터까지. 그는 오프라인 매장의 성공 요인은 오프라인을 온라인의 보완재라고 치부하는 세간의 평가와 다른 견해를 가졌다. 즉, 오프라인 시장이 온라인 시장보다 훨씬 크며, 오프라인이 주는 즐거움에 포인트를 두었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썼다.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는 하드 드라이브의 음악을 꺼내 듣는 것보다 더 큰 참여감을 주고, 궁극적으로 더 큰 만족감을 준다. 레코드판이 꽂힌 서가에서 앨범을 골라 디자인을 꼼꼼히 들여다보다가 턴테이블의 바늘을 정성스레 내려놓는 행위, 그리고 레코드판의 표면을 긁는 듯한 음악 소리가 스피커로 흘러나오기 직전 1초 동안의 침묵.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손과 발과 눈과 귀, 심지어 (레코드 표면에 쌓인 먼지를 불어내기 위해) 가끔은 입도 사용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물리적인 감각을 더 많이 동원하게 되는 것이다. 레코드판이 주는 경험에는 계량화할 수 없는 풍성함이 있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더 재미있는 경험이다.”

 

아날로그는 만져지는 물건과 감각적인 경험이 점점 사라져가는 영역에서 손으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소유하는 기쁨을 준다. 내 생각을 종이 위에 펜으로 써내려가면서 느끼는 오감의 만족이, 찍는 즉시 눈과 손으로 만져지는 폴라로이드 사진의 마술이, 매끈하게 인쇄된 토요판 신문을 손으로 넘기는 동작의 질감이, 턴테이블의 바늘이 반짝반짝 빛나는 레코드판으로 내려가면서 음악이 재생되는 순간의 희열이, 모두 아날로그가 가져다주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이러한 즐거움을 기억하거나 이 경험 전부를 스마트폰과 모니터 화면으로만 접했던 이들에게는 값을 매기기 힘든 짜릿한 경험일 것이다. (출판사 서평)

 

▲ 데이비드 색스 /트위터

 

승자독식의 경제 구조 해소…이윤의 분배에 활력

 

색스가 발견한 또 다른 아날로그의 장점은 이윤이다.

승자독식, 소득 격차라는 문제를 야기한 디지털 경제와 달리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경제 모델은 기업들 간 이익의 균형을 맞춰준다. 색스가 발견한 바,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이 하나 더 생기는 것보다 작은 레코드점이나 시계 공장이 들어서는 것이 지역 경제에 더욱 넓고 크고 분배적인 이윤과 활력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실직 상태인 대다수의 디트로이트 사람들은 대학 학위가 없습니다. 지역사회에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면서 도대체 왜 대졸 일자리만 가져오는 겁니까? 아날로그는 성장 트렌드가 아니지만 현명한 비즈니스예요. 이 도시에 유통 창고와 야후 중 하나를 유치할 수 있다면 인력 풀에 도움이 되는 쪽을 택해야 하지 않겠어요?” (7장, 일)

 

다른 한편 기존의 비즈니스 세계가 디지털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 기술을 새롭고 참신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돋보이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적은 숫자의 가치 있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소량 생산한 고품질 잡지가 등장하고 중쇄를 거듭하면서 대형 출판 기업이 독립 잡지 모델을 흉내 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 하나의 예로 소개된다. (5장 인쇄물)

또한 아날로그는 때때로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는 최고의 솔루션이기도 하다.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흐름을 기록할 때는 키보드나 터치스크린이 펜을 이기지 못한다. 책에서는 디지털 트렌드의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애플 오프라인 스토어의 성공이, 오바마가 사랑하는 디트로이트산 시계 ‘시놀라’의 부활 스토리가, 어도비와 구글, 유튜브의 디지털 프리존과 아날로그 디자인 코스가 불러온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날 수 있다.

 

아날로그,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키워드

 

“모든 오래된 것이 머지않아 새로운 것으로 탄생할 것이다.”

작가 스티븐 킹의 문장은 그래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으로 들린다. 포스트디지털 시대의 핵심 키워드가 된 아날로그. 독자는 이 책에서 디지털 일상에 반격을 가한 아날로그가 열어젖힌 강렬하고 새로운 우주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로봇과 인공지능, 데이터 알고리즘 등 디지털의 혜택과 도구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무엇을 실행하고 어떤 사업을 시작하고, 어디에 기회가 있고, 틈새시장의 현실과 가능성을) 되짚어준다.

 

1부 ‘아날로그 사물의 반격’에서는 레코드판, 종이 제품, 필름 사진, 보드게임의 새로운 시장을 살펴봄으로써 과거의 아날로그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 어떻게 소비자의 근본적 욕망을 활용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과정에서 성공을 이끌어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2부 ‘아날로그 아이디어의 반격’에서는 출판, 유통, 제조, 교육은 물론 실리콘밸리로에서도 교훈을 이끌어냄으로써 오늘날의 디지털 중심의 경제에서 아날로그적 아이디어가 가진 혁신적이고 파괴적인 잠재력, 그리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에게 누릴 이점들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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