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물 들어오는데…기술자 없는 '조선업계'
상태바
[이슈분석] 물 들어오는데…기술자 없는 '조선업계'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6.16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주 호황에도 7년 새 인력 54% 줄어
인력난에 공기 등 차질 우려도 커져
업계 "불황 언제 올지 몰라 신규 채용 꺼려"
조선업계 인력 수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오랜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조선 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수주를 이어가며 사실상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인력 부족 문제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만 1만 명 안팎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조선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인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실상 물 들어오는데 노를 저을 기술자가 없는 게 현재 조선 업계의 실상이다.

삼성중공업의 LNG 운반선이 바다 위를 가르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중공업

韓 조선업 1Q 수주 점유율 50%…1996년 이후 최고

한국 조선업계가 올 1분기 글로벌 선박 수주에서 세계 발주량의 51%를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또한 1분기 실적도 세계 발주량의 49.7%를 수주하며 선두를 달렸다. 관련 데이터가 공개되기 시작한 1996년 이후 처음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은 3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 323만CGT(88척) 중 51%인 164만CGT(35척)를 수주했다. 중국은 전 세계 발주량의 42%인 136만CGT(46척)를 수주해 2위를 차지했고 일본은 12만CGT(3척, 4%)를 수주했다.1분기 전 세계 발주량은 920만CGT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감소했으나, 한국은 457만CGT(97척, 49.7%)으로 전 세계 발주량의 절반을 수주해 중국(386만CGT, 130척, 42%)을 8%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한국 조선업계가 1분기 기준으로 세계 발주량의 49.7%를 수주한 것은 클락슨 리서치가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는 1996년 이후 26년 만에 처음이다. 지금까지 수주 점유율 최고 기록은 2000년의 43.8%였다. 1분기 수주 집계에서 중국을 앞선 것은 지난 2015년(당시 한국 29%, 중국 28%) 이후 7년만이다.

선종별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한국은 1분기 발주된 1만2000TEU급 이상의 대형컨테이너선 38척 중 21척(55%), 14만m³ 이상의 대형 LNG선 37척 중 26척(70%)을 수주하는 등 주력 선종에서 절대적 우위를 보였다.

주요 선종별로 1분기의 전 세계 누계 발주량을 보면 대형 컨테이너선은 219만CGT(38척)으로 전년 동기 610만CGT(101척)에 비해 64%가 감소했고, 대형 LNG선은 296만CGT(34척)으로 전년 동기 17만CGT(2척)에 비해 1641%가 급증했다. 초대형 유조선(VLCC)과 A-Max급 유조선은 1분기에 발주가 전혀 없었고, 벌크선(Capesize)은 12만CGT(4척)이 발주돼 전년 동기 92만CGT(29척)에 비해 87% 감소했다.

3월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지난 2월 말 대비 155만CGT 증가한 9471만CGT로 집계됐다.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 3948만CGT(42%), 한국 3238만CGT(34%), 일본 912만CGT(10%) 순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한국은 758만CGT가 늘었다.

증권업계에선 국내 조선업이 바닥을 찍고 이르면 올해 4분기부터 상승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주 산업에서 수주 증가 지속은 기업가치 향상을 가져온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천연가스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 천연가스 수출을 위한 LNG선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업계 종사자가 최근 7년 사이 5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수주는 호황인데…인력난에 '골머리'

국내 조선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선 일할 사람이 없어 인력난을 겪고 있다. 2014년 이후 지속된 불황으로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 조선업체가 인력을 꾸준히 줄여온 영향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2014년부터 적자폭이 확대되는 등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의 경우 2015년과 2016년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당시 퇴직을 신청한 인원은 모두 3500여명에 달했다. 2018년에도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과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삼성중공업도 2016년부터 상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2019년 11월에도 상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9년과 2020년에 이어 올해 1월에도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그 결과 빅3 조선업체는 물론 협력사 직원 수도 급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및 빅3 조선업체 사업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빅3 업체의 2014년 직원수는 모두 5만5712명이었으나 2016년 4만6235명, 2020년 3만2748명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기준 빅3 조선사의 직접고용 인원은 3만1522명으로 파악된다. 협력업체 직원도 감소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0만3441명이었던 국내 8개 조선사의 직영·사내 협력사 인력은 지난해 9월 기준 9만2207명으로 7년 새 절반 이상 줄었다. 

올해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지난해 8년 만의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하는 등 업황 개선으로 올 하반기 95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하지만 장기 불황 여파로 숙련 인력 이탈과 신규 인력 유입이 감소해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안정적 생산을 위한 인력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며 "인력 현황 상시 모니터링 및 민관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고 생산 인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조선소와 생산 인력 공급기관 간 협력, 조선소 기술 교육원 활성화, 인력 양성 사업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엿다. 

올 상반기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사 중 상반기 공채를 진행한 곳은 한국조선해양 뿐이다. 한국조선해양의 그룹사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3월21일부터 400명 규모의 신입 사원을 공개 채용했다. 연초 선발을 완료한 수시 채용 인원 400여 명을 포함해 올 상반기에만 약 8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2014년 조선업 불황이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업이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신입 채용을 이어왔다"며 "업황이 회복돼가는 만큼 친환경, 스마트 선박 분야 연구개발 및 엔지니어링 인력 등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조선사는 신규 인력보다 경력직 채용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호황이라고는 하나 급작스럽게 매출이 확 늘어나는 상황은 아니다 보니 기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사 사정이 안 좋다 보니 예전만큼 뽑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수주가 잘 되고 있지만 과거 수주에 비해 회복 중일 수 있다"며 "조선사 경영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인력 채용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부와 업계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의기투합한다. 정부는 지난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K-조선 비전 및 상생 협력 선포식'에서 올해 조선업 생산과 기술 인력 약 8000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조선업 밀집 지역인 울산, 부산, 목포 등을 고용유지 모델로 선정했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가 훈련비와 인건비를 지원하고 지자체가 4대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하게 된다. 또한 ▲퇴직자 재고용 기업에 장려금 월 30~50만 원 최대 8개월 지급 ▲2022년까지 2660명 양성목표로 생산·기술인력 양성 교육사업 확대 ▲신규 채용자 인센티브제 신설 ▲외국인 근로자 전문 취업 비자(E-7)를 신설 등을 진행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