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NOW] 슈링크플레이션, 아십니까?…美 살인적 인플레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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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NOW] 슈링크플레이션, 아십니까?…美 살인적 인플레 만연
  •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 승인 2022.06.14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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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슈링크플레이션 확산…제품 크기·가격 유지
도미노피자·버거킹 등 유명 프랜차이즈도 가세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오피니언뉴스=권영일 객원기자(애틀랜타, 미국)] A씨는 모처럼 가족과 함께 다운타운 식당을 찾았다.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서다. 최근 살인적 인플레이션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을 것이라 각오하고 메뉴판을 봤다. 생각보다 크게 비싸지 않은 것을 보고 그는 적잖이 안심을 했다. 하지만 주문한 음식을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1년 전보다 양이 확연히 줄어서다. 나중에 직장동료에게 푸념했더니 흔한 일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현상이다. 규모나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상당수 식당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인상요인을 가격 대신 양을 그만큼 줄이는 것으로 대체한 것이다. 다시 말해 손님에게 내놓는 음식의 양과 크기를 줄여서 수지타산을 맞춘다는 의미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이나, 소비자 입장에 보면 가격 상승이나 마찬가지다.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은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보도했다. 미국이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나타나는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물론 식당들은 이미 대부분 음식값을 올렸다.  실제 미국 전역에서 1년 전보다 평균 7.2%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문제는 그것으로 마진을 제대로 남기기 어려울 만큼 최근 인플레이션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식당들은 추가적으로 음식값을 인상해야 하지만 계속 올리기 힘든 상황이다.인상분만큼 계속 가격을 올렸다가 자칫 고객 감소로 이어지면 더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식당들은 한번 가격을 올린 후, 다음 수순으로 슈링크플레이션을 택하고 있다.

미국에서 유명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대거 가세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살인적 인플레이션 시대의 생존법으로 용량을 줄이고 가격을 유지하는 '슈링크 플레이션'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속속 가담

일반 식당뿐만 아니다. 누구나 알만 한 유명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속속 이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샌드위치 프랜차이즈인 서브웨이(Subway)의 경우 치킨랩과 샌드위치에 넣는 고기류 양을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미노 피자(Domino Pizza)도 마찬가지다. 뼈 없는 치킨 윙을 기존에 10개씩 판매하던 것을 8개씩 판매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햄버거 브랜드인 버거킹(‘Burger King은 치킨 너겟 개수를 줄였다. 멕시코 스타일 타코 전문점 살사리토 타코(Salsalito Taco)도 살사 소스 양을 예전보다 적게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식당들의 이 같은 음식양 줄이기가 인플레이션 시대에 통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음식양보다는 가격에 더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소비자들은 음식값을 인상한 식당을 더 이상 찾지 않고, 가격을 자제한 식당은 양이 다소 줄어도 계속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사회과학자들도 이런 분석에 동의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뇌는 물건의 크기보다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생산비 증가의 부담을 안은 일용품 기업들도 ‘슈링크플레이션’을 선호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기업들 입장에서 가격을 건드리기보다 용량을 조절하는 쪽이 쉬운 선택이다. 용량 조절을 소비자들이 더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단체들은 고객들은 가격 인상에 민감한 반면, 용량 축소에 대해서는 다소 둔감한 경향이 있어 슈링크플레이션이 기업에게는 매력적인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격을 한 번 인상하거나 용량을 줄이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더라도 원상회복이 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품 크기가 줄어들면 대부분 그 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 권영일 객원기자(미국 애틀랜타)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했다. 1985년 언론계에 발을 내딛은 후, 내외경제신문(현 헤럴드경제신문)에서 산업부, 국제부, 정경부, 정보과학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애틀랜타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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