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 24시] 신한은행 김양희 하계동 지점장...'전국 고령층 고객 1위'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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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장 24시] 신한은행 김양희 하계동 지점장...'전국 고령층 고객 1위' 비결은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6.14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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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고령층 방문 많은 영업점
시니어 대상 디지털 금융교육 박차
"10년 후를 대비한 금융교육 진행해야"
김양희 신한은행 하계동지점 지점장. 사진=오피니언뉴스
김양희 신한은행 하계동지점 지점장. 사진=오피니언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신한은행 하계동지점은 전국에 단 5개뿐인 '고객중심영업점' 중 하나다. 아파트단지 근처 벽산상가에 위치한 평범한 은행 영업점이 고객중심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전국에서 가장 고령층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덕분에 하계동지점은 디지털화로 근처 지점들이 통폐합되는 과정에서도 살아남아 지금까지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고령층 이용자 다수…일 평균 100~200명 방문

하계동지점은 1988년 오픈해 2019년 처음으로 고객중심 영업점으로 지정됐다. 직원이 총 11명으로 적지 않은 수임에도 하루 방문객 수가 세 자리수에 달하는 바쁜 점포다. 

김양희 신한은행 하계동지점 지점장은 "근방에 영구임대주택이 많다 보니 장애인연금이나 노령연금을 수급하시는 분들이 연금이 나오는 10·20·25일 아침부터 오시는 경우가 많다"며 "방문객이 많은 날은 200~300명, 평균적으로는 100~200명이 은행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즉 수익성이 크지는 않아도 고령층이 많은 방문객의 특성을 고려해 운영하고 있는 점포가 고객중심 영업점인 셈이다. 사기업에 공익성이 가미된 점포라고도 볼 수 있다. 

김 지점장은 "하계동지점 주변은 모두 30년에서 40년 된 오래된 아파트로, 이 지역은 대표적인 베드타운"이라며 "젊은 분들은 아침에 출근하고 나면 은행 영업시간에 오실 일이 없기에 지점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어르신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은행들은 지점 통폐합을 통해 몸집을 줄여나가는 추세"라며 "하계동지점 같은 경우 내점 고객은 많지만 수익성이 많지는 않아 원래는 정리되었어야 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은행장이 은행의 공익성이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하는 점포도 있어야 한다는 방침이 있었기 때문에 고객중심 영업점 제도가 시작됐다"며 "금융권의 비대면화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대면을 선호하시는 고객들을 위해 은행의 역할을 다하고, 추가로 찾아낼 수 있는 새로운 부가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연소 지점장으로 고객중심 영업 강조

김양희 지점장은 2004년 신한은행에 입사해 올해 19년차가 된 최연소 지점장이다. 올해 1월 하계동지점에 부임해 지점장으로서는 반년째를 맞이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최연소 지점장이 돼 놀라운 마음이 컸다"며 "처음에는 이런저런 혁신을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지금은 고객중심 영업점의 원 취지처럼 이용자들의 행동패턴이나 라이프스타일 중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신한은행 분당지점에서 처음 은행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강북의 서울파이낸스지점, 동부금융센터의 강남PB센터 등을 거치면서 주로 프라이빗뱅커(PB) 직무를 수행했다. 하계동지점에 오기 전까지는 본사의 WM사업부 소속이었다. 

그는 "은행 생활 중에 가장 많이 수행한 업무는 자산관리"라며 "어떻게 하면 자산을 대물림해주고, 잃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 10년 넘게 업무를 해 왔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몸에 밴 고객 중심의 영업 습관이 지금 지점과의 인연을 만들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날도 김 지점장은 은행 입구에 나와 내방객들을 맞이했다. 지점장이라면 안쪽의 별도 사무실에서 홀로 일할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반대였다. 그는 "고객중심 영업점 지점장들은 바쁜 날이면 모두 일선에 나와서 직원들을 도와주고 상담이 필요한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그렇게 되면 창구에 방문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문제를 해결하실 수 있어 자주 나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10년 후 은행의 모습 알 수 없어…지속적 교육 필요"

지점이 위치한 노원구 하계동의 특징은 금융취약자로 불리는 어린이·장애인·노년층이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면 방식의 은행 업무를 선호하는 고객들이 많다. 

김 지점장은 "장애인연금이나 노령연금을 수급하시는 분들은 옛날 방식대로 현금을 선호하시는 경우가 많다"며 "이유를 여쭤보면 카드는 불안하고 현금이 믿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들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에 그분들은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다 현금으로 찾아가셔야 한다"며 "처음에는 이걸 바꿔드리고 싶었는데 바꾸는 건 그분들이 평생 쌓아온 가치관을 바꾸는 거라 단기간에 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이 현금을 찾아주는 방법을 어떻게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혼자서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지에 방향을 맞추고 있다"며 "요즘은 바이오 인증이라는 기술이 나와 정맥이나 얼굴을 이용해 ATM에서 돈을 찾을 수 있는데 이것이 반응이 좋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바이오 인증의 경우 손목이나 얼굴을 이용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누가 떼어가지 않는 한 분실할 염려가 적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 업무가 많은 하계동 같은 지점에서는 이렇게 방문객 스스로 할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나는 편이 도움이 된다. 

신한은행 하계동지점 창구 모습. 사진=오피니언뉴스
신한은행 하계동지점 창구 모습. 사진=오피니언뉴스

하계동지점은 신한은행 지점 중 처음으로 고령층의 은행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시니어 대상 디지털 금융교육을 시행하기도 했다. 교육은 신한은행 사회공헌부와 서울시 노원 종합복지관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김 지점장은 "의외로 어르신들께서 반응이 매우 좋았다"며 "앞으로 연간 단위로 복지관과 교육을 지속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년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어르신들 중에서도 디지털 기술에 대한 수요가 많이 늘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단절을 겪으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시도를) 안 하면 안되겠구나'라고 느끼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이를 위해 교육용으로 제작된 실습용 앱이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배포하는 교육용 앱은 가상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고 송금 연급도 해볼 수 있는 앱이다. 김 지점장은 "어르신들께서 너무 좋아하시더라"며 "본인도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만족감이 크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은 대면 서비스를 강화한 점포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영업하면서도, 이에 안주하지 않고 점점 디지털화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100세 시대에 디지털을 완전히 배제하고 살 수는 없다"며 "인력이 더 감축되거나 점포가 더 없어졌을 때도 스스로 업무를 볼 수 있게끔 소비자들을 교육시키는 작업이 10년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이후에 은행이 어떤 모습이나 역할을 하고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일시에 모든 금융소비자를 교육할 수 없기에 장기적으로 고객을 변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객의 진짜 의도 파악이 중요…사람에 대한 연민 가져야"

김 지점장은 평소 직원들에게 '고객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우선시하라고 강조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직원이 가진 시각과 고객이 가진 시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를 들어 현금을 1억 가량 인출하겠다고 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 경우 직원은 고객이 요청한 팩트만 가지고 고액 현금의 일시 인출은 불가능하다고 안내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경우 실제로 얘기를 들어보면 당장 1억이 현금으로 필요한 게 아니라 다른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메뉴얼대로만 고객을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고객의 소리를 듣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친절해야 한다거나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말이 요즘 젊은 직원들에게는 잘 와닿지 않는 것 같다"며 "좋은 서비스나 친절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에 그보다는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가지라는 말을 하게 된다"며 "어르신들을 대할 때 이를 한번 더 생각하면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올해 하반기 신한은행 하계동지점은 ESG 관련 상품과 학생 대상 청약상품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신한은행은 어린이부터 고등학생까지 폭넓게 청약을 지원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인근 학교와 접촉해 학생들에게 금융교육도 지원하고 청약상품도 홍보하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의 모토는 '은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람은 직원을 가리킬 수도 있고 고객을 가리킬 수도 있지만 핵심은 모두가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은행 역시 사람을 위해,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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