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폭락에…엔화 예금 늘자 은행도 유치경쟁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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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의 폭락에…엔화 예금 늘자 은행도 유치경쟁 나서
  • 권상희 기자
  • 승인 2022.06.10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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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엔 환율 134엔대까지 올라가
은행권 '외화정기예금' 이용 시 차익 실현 가능
분할 매수 추천…135엔대까지 현실성 있어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권상희 기자] 달러·엔 환율이 최근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엔화를 통한 재테크가 각광받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환테크족을 잡기 위한 외화예금을 경쟁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추세다. 

달러·엔 환율 133엔대…저항선 135엔 가까워져

10일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33.79엔을 기록하며 133엔대에서 머물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장중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34.54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2년 2월 이후 20년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엔화는 지난 1년 반 동안 줄곧 하락세를 지속했다. 지난해 1월 1일 달러·엔 환율은 103.2엔이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일본 정부의 통화 완화 정책, 고유가 등의 여파로 꾸준히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환율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치솟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빠르게 금리를 올리고 있는 반면, 일본은 고용시장이 불안정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는 것도 배경이다. 국제유가는 중국 상하이 재봉쇄 소식에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제재로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유가를 지지하는 상황이다. 

일본으로서는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유가가 오르면 해외에 지불할 달러 수요가 늘어나 달러의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은행권, 외화예금 적극적으로 유치…올해만 22% 늘어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엔화 예금에 투자하는 금융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들의 엔화 예금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6044억엔(약 5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2월(4964억엔)보다 약 22% 늘어난 금액이다. 특히 증가분의 절반이 넘는 579억엔(약 5450억원)은 지난 3월에 급증했다. 

이에 은행들은 외화예금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29일까지 'KB TWO테크 외화정기예금 환율우대 100% 이벤트'를 시행한다. 

'KB TWO테크 외화정기예금'은 상품 가입시점에 목표환율을 지정해 이자와 환차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재테크용 외화정기예금이다. 은행이 매일 고시하는 최초환율이 고객의 목표환율 이상인 경우 자동으로 해지돼 가입 기간에 따른 이자뿐만 아니라 환차익도 얻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이달 말까지 외화예금에 신규 가입하면 우대환율과 경품을 제공하는 '해외여행 레디-고' 이벤트를 시행한다. 신한은행 대표 외화예금 10가지 중 1가지에 신규 가입하면 된다.

신한은행 대표 외화예금으로는 Tops 외화적립예금, 외화정기예금, 외화체인지업 예금, 썸데이 외화적금, 모아 More 환테크 회전정기예금 등이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말까지 하나밀리언달러통장 보유자에게 최대 80%까지 환율 우대를 제공한다. 

달러·엔 150엔대 넘어가면 외환위기 올 수 있어

일각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150엔까지 치솟으면 1997년식 아시아 외환위기급으로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이 자국의 수출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처럼 추가적인 엔화 약세는 제한될 수 있다고도 전망하고 있다.

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의 시니어 고문인 이코노미스트 짐 오닐은 "엔화가 계속 약세를 이어가면 중국은 이를 불공정한 경쟁우위라고 판단할 것이며, 이는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자국 경제를 위협하는 통화들의 약세를 원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엔화 약세는 이미 끝자락에 진입했으며, 엔화의 추가 약세는 일본 혹은 나머지 세계에도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필요할 시 조금씩 나눠서 사는 분할매수를 추천한다. 엔화의 경우 지속적으로 절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은 주식보다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무리한 매수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연구원은 "달러당 엔화 환율은 앞으로 135엔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며 "결국 미국채 금리가 얼마나 상승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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