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잃은 엔화] ③국내 수출기업 타격 미미할 듯...수혜주 선별은 까다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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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잃은 엔화] ③국내 수출기업 타격 미미할 듯...수혜주 선별은 까다로워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6.10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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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수출 경합도 완화 추세여서 타격 크지 않을 듯
일본 로봇산업 등은 투자 유효하다는 조언도
국내 수혜주 찾기는 쉽지 않아...원자재 비용 급등 등의 요인 감안해야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로 인해 국내 수출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로 인해 국내 수출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달러당 엔화가 134엔을 돌파하며 엔화 가치가 20년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은 가운데 국내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엔화 약세는 일본 수출 기업들에게는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부분으로 작용하는데, 이는 일본 기업들과 수출 경합을 벌이는 국내기업들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로 인해 국내 수출기업들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그 배경에 주목된다. 

국내 수출기업 타격 미미할 듯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엔저 현상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제한적인 수준일 것으로 분석했다.

엔화 약세는 해외시장에서 일본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부분이며, 이것이 상대적으로 국내 수출기업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한일 수출 경합이 완화되는 추세라는 점에서 그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 수출경합도는 2015년 0.487에서 2021년에는 0.458로 하락했다. 품목별로 보더라도 의료·정밀광학기기, 농수산물, 선박, 섬유·의복·가죽제품을 제외한 주요 품목에서 수출 경합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는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2021년 초부터 원화도 함께 절하되면서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며 "엔·달러 환율이 우리의 대(對) 세계 수출 물량에 미치는 영향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요 시장별로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가 상승하면서 수출 경쟁력이 일본 대비 하락한 품목은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는 경우 영향이 클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장의 경우 화학공업제품, 철강·비철금속제품, 의료·정밀광학기기, 섬유·의복 가죽제품 등의 수출 경합도가 상승했으며, 중국 시장은 기계류, 전기·전자제품, 농수산물, 생활용품, 선박 등의 분야에서 수출 경합도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로봇산업은 긍정적 전망

국내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대체로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아시아 통화에 대한 대규모 매도 우려도 제기된다. 

엔화 약세 현상이 뚜렷한 상황에서 또다른 시장 동력 중 하나인 중국의 경기가 둔화된다면 아시아 통화의 광범위한 매도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는 수급 측면에서 주식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요인이다. 

프랑스 은행인 크레디 아그리콜의 전략가인 발렌틴 마리노브는 "중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악화하고, 비둘기파적인 일본 중앙은행이 리스크를 떠안길 아주 싫어한다면 투자자들은 아시아 통화에서 고금리의 달러화로 빠르게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엔화 약세에 힘입어 일본 증시가 고공행진을 펼치자 일본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증시가 이렇다 할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반면 일본 증시 닛케이225 지수는 9일 장중 한 때 2만8389선까지 오르면서 1월18일 이후 약 5개월래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엔저로 인한 수혜가 기대되는 일본 수출주들이 선방하면서 일본 주식시장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증시는 선진국 증시를 아웃퍼폼하고 있고, 특히 수출주의 1개월 수익률은 +7.4%에 달한다"며 "이는 내수주(-0.5%)의 수익률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민 애널리스트는 "일본 수출주에서는 기계·로봇 산업이 구조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인력난으로 인해 생산설비 자동화 수요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일본의 3월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관련 대표주인 화낙과 SMC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각각 10.1%, 11.2%를 기록하고 있다. 

엔화약세 따른 국내기업 수혜주 선별은 쉽지 않아

반면 엔화약세로 수혜가 예상되는 국내기업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혜가 있다 하더라도 원자재 비용 급등 등으로 인한 부담감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와 일본 정부의 관광객 입국 허가가 맞물리면서 일본 여행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지만, 관련주식의 투자는 신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정부는 10일부터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엔화 약세와 지난 2년간 억눌렸던 일본 여행에 대한 수요가 맞물리면서 일본 여행 수요가 폭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하나투어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본 패키지 상품 예악자는 전주 대비 284% 증가했으며, 그 전주에 비하면 88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여행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가항공사(LCC)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고유가 상황 등을 감안할 때 투자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이 6월부터 조건부 입국을 허가하면서 미지수였던 일본의 재개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팬데믹 전 제주항공의 국제선 매출의 32%를 차지하던 일본의 재개는 LCC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LCC 업체들의 밸류에이션 향방은 유가가 결정한다"며 "유가 전망에 따른 부담을 반영하면 적정주가 하향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 추이.
일본 닛케이 지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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