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지수 1위 덴마크인의 꽃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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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1위 덴마크인의 꽃 문화
  • 코트라
  • 승인 2017.08.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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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영 Katrik Holding Director(전 코펜하겐 무역관장)

 

행복지수 1위 국가 덴마크의 슈퍼마켓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무엇일까? 단연 입구에 즐비하게 늘어놓고 파는 꽃이다. 튤립, 수국, 장미, 라벤더, 서양란 등 다양한 종류의 꽃을 다발로도 팔고, 화분이나 모종으로도 판매하는데 가격이 덴마크 물가치고는 상당히 저렴한 편이다. 꽃의 종류별로 가격 차이가 있지만 작게는 10덴마크 크로네(약 1800원 내외)에서 많게는 150덴마크 크로네(2만7,000원 내외)에 불과하다. 꽃을 쉽게 가꿀 수 있도록 꽃 근처에 다양한 흙과 영양제도 같이 놓고 판매한다.

 

가게 골목이나 기차역 앞 등에도 꽃가게가 참 많다. 그냥 꽃도 팔지만 꽃모종도 많이 판다. 모종이 많이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꽃을 가꾸는 문화가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정원이 있는 주택이든, 테라스(베란다)가 있는 아파트든지 상관없이, 크고 작은 생화를 가꾸는데 정성을 쏟으며 정원이나 테라스를 가꾼다.

 

덴마크에서는 생일 파티나 일반 모임을 위해 손님을 집에 초대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때도 초대받은 손님들은 의례적으로 꽃 다발이나 화분을 선물한다. 정말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 같다.

 

▲ 일반 동네 슈퍼마켓 앞 꽃 가판대 /사진=정보영

 

이렇게 덴마크인들의 삶의 일부로 꽃이 자리 잡게 된 이유를 따져보자면, 자연과 융화되는 삶을 가치 있게 바라보는 덴마크인들의 국민성과 변덕스러운 날씨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바람이 정말 많이 불고 하루걸러 하루꼴로 비가 온다. 11월 말부터 2월에는 오후 3시가 조금 넘으면 어둑어둑하고 3, 4월도 날이 궂기는 마찬가지다. 5월부터 8월, 길면 9월 초까지만 쾌청한 날씨가 허락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 자연스레 집 안팎을 가꾸는 문화가 발달했다는 말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 일반 동네 슈퍼마켓 앞 꽃 가판대 /사진=정보영

 

최근에는 선인장이 대세

 

왕실에 꽃을 납품하는 전통 있는 꽃집 Bering Flowers(베어링 플라워즈)를 방문해 직원에게 물어보니 요즘 선인장이 아주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가시가 많고 길쭉한 대형 선인장 말고, 조그마하고 낮은 크기의 아기자기한 선인장을 찾는 손님이 최근 들어 정말 많이 늘었다고 한다.

 

시내에 있는 꽃 전문점 Fiol Blomster(피올 블럼스터)를 방문했더니, 여기 직원도 역시 최근 들어 선인장이 아주 큰 인기라고 한다.

거주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꽃이 다르다고도 한다. Fiol Blomster는 코펜하겐 중심부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에 매장이 하나 더 있는데, 두 매장에서 잘 팔리는 꽃을 비교해 보니 도시 중심부에서는 주로 좀 더 자연스러운 꽃이나 화분이 판매되는 반면, 외곽으로 갈수록 좀 더 화려하고 특이한 꽃이 많이 판매된다고 한다.

 

▲ 덴마크 주택 정원 전경 /사진=정보영

 

 

네덜란드 화훼경매(알스미어) 통해 수입되는 꽃이 대부분이나 덴마크 자체 개발 꽃도 있어

 

덴마크인들이 이렇게 사랑하는 꽃 대부분은 네덜란드에서 수입(약 78%)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화훼 경매 Aalsmeer(알스미어)를 통해 구매가 이뤄지는데, 여기서는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주변 유럽국가 뿐만 아니라 아시아, 중남미, 호주 등 먼 나라로부터 수입돼 온 제품이 총망라된다. 특이하게 덴마크에서 키운 튤립이 네덜란드로 수출됐다가 역수입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덴마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 중 하나인 캄파눌라(Campanula, 초롱꽃)도 덴마크 기업 Gartneriet PKM A/S가 자체 개발해 판매되는 꽃이다. 일명 페어리 테일 플라워(Fairy Tale Flower)라고도 불리는 이 꽃은 안데르센 동화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 신전 과수원 황금 사과지기였던 예쁜 소녀 ’캄파눌라’는 사과를 훔치려고 침입한 도적을 눈 100개 달린 용에게 알리려고 은종을 울리려 했다. 이를 눈치 챈 도적은 은종을 빼앗고 캄파눌라를 죽였는데, 꽃의 신인 ’플로라’가 이를 슬퍼해 캄파눌라를 종과 같이 예쁜 꽃으로 변하게 했다는 것이 동화의 줄거리다.

 

Gartneriet PKM A/S는 1948년 Poul Madsen과 Marie Madsen 부부가 조촐하게 가족사업으로 시작했으나 캄파눌라의 성공에 힘입어 현재는 200명의 직원을 거느린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연간 매출 총이익이 약 1,000만~1,500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개발.연구를 담당하는 Christian Hald Madsen에 따르면, 끊임없는 개발 투자로 인해 일년에 2000만 개의 화분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중 90%가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이 수많은 화분들은 19만 평방미터의 큰 온실에서 키워지는데 스마트 농업 기술장비를 설치해 친환경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2008년에는 케냐 파트너사와 합작투자를 설립, 선인장(Schlumbergera, Rhipsalidopsis 등)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캄파눌라 못지 않은 정말 아름다운 꽃들이 많은 것 같다. 어서 덴마크PKM과 같은 기업이 많이 생겨나서 덴마크, 더 나아가 전 유럽으로 한국 꽃들이 수출이 될 날을 꿈꿔본다.

 

▲ 캄파눌라 사진 /PKM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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