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中, 33주년 톈안먼사태 앞두고 시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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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中, 33주년 톈안먼사태 앞두고 시위 확산
  • 한동수 기자
  • 승인 2022.06.0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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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앙된 민심, “타도 형식주의”, “타도 관료주의” 외쳐
시위 장소, 언론, SNS 등 전방위적 통제 나서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의 톈안문 사태 침묵 요구 강해져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 통신원] 오는 4일 '6·4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시위'(톈안먼 사태) 발발 33주년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어느 해 보다 33주년 톈안먼 사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민심이 격앙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중 관계 갈등 악화로 인해 인권문제 등 톈안먼 사태와 관련한 서방 국가들의 중국정부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 33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는 단체 행동을 전면 차단하고 언론 통제를 시행하는 등 강력 통제에 나섰다.

‘제로 코로나’에 격앙된 민심, “타도 관료주의” 외쳐

좀처럼 시위가 발생하지 않는 중국에서 올해는 수많은 시위들이 발생했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에 반대하며 지역 봉쇄를 당한 상하이 시민들은 지속적으로 봉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 때문에 주민들과 방역 요원의 마찰이 여러 차례 발생했고 중국 정부 관리들이 주민들로부터 무시당하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시위가 이어졌다. 베이징대, 정법대, 베이징사범대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벌어졌고 이러한 시위 움직임은 인근 도시 톈진에 있는 톈진대, 난카이대까지 번졌다.

시위를 벌인 학생들은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코로나19 감염자 급증을 이유로 학교 측이 학생들을 외부로 나가지 못하도록 봉쇄하자 불만을 터트렸다.

베이징 대학가를 중심으로 벌어진 시위가 인근 도시 톈진에 있는 톈진대, 난카이대까지 번졌다. 사진은 톈진대 시위 모습 사진출처=트위터캡처
최근 베이징 대학가를 중심으로 벌어진 시위가 인근 도시 톈진에 있는 톈진대, 난카이대까지 번졌다. 사진은 톈진대 시위 모습. 사진출처=트위터캡처

학생들의 시위에는 "타도! 형식주의”, “타도! 관료주의" 등의 구호가 등장했고 '자유로운 대학생이 되고 싶다', '제로 코로나에 반대한다'는 글이 대자보로 붙었다.

학생들의 시위는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벌어진 톈안먼 사태와는 성격을 달리하지만 톈안먼 사태 또한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벌어졌다는 점에 중국 정부는 대학생들의 시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학생들의 시위는 학교측이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시위대를 해산시키면서 소강 상태지만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관료주의에 대한 학생들의 격앙된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베이징 당국은 5월 25일부터 6월 15일까지 천안문 광장 관람을 중단시켰다. 사진출처=베이징인민정부홈페이지캡처
베이징 당국은 5월 25일부터 6월 15일까지 천안문 광장 관람을 중단시켰다. 사진출처=베이징인민정부홈페이지캡처

시위 장소, 언론, SNS 등 전방위적 통제 나서

톈안먼 사태 33주년을 앞두고 관련 시위와 부정적인 소식 전파를 막기위한 언론 통제 및 온라인 게시물 검열 수위가 높아졌다.

중국 정부는 톈안먼 사태와 관련한 시위의 상징적인 장소를 봉쇄했다. 베이징 당국은 6월 15일까지 천안문 광장 관람을 중단시켰다. 홍콩 당국도 천안문 사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위의 상징 장소인 빅토리아파크의 사용예약이 끝났다며 접근을 차단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스포츠 행사로 한정된 장소 등 톈안먼과 빅토리아파크 관람 및 사용 금지에 대한 이유를 들었지만 톈안먼 사태 33주년을 기념해 일어날 수 있는 만약의 시위에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홍콩 명보는 “톈안먼 사태 33주년을 앞두고 중국 본토의 많은 학자, 언론인, 인권운동가들이 국제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중국 당국이 매년 톈안먼 시위 기념일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올해는 긴장이 더 고조되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 반체제 인사들과 외국의 통신을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통제도 강화됐다. 중국 대학생 시위 현장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등은 SNS에 올라오는 대로 모두 삭제되고 있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톈안먼 사태와 관련한 주요 단어들은 검색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SNS에 부정적인 소식을 전하거나 정부 정책에 반하는 글을 올린 계정들을 차단하거나 실형을 선고하며 강력 대응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와 중국 경제 정책을 비판한 동북 증권의 수석 경제전문가 푸펑, 선전 오리엔탈 하버 인베스트먼트 대표 단빈, 베이징 펀딩 캐피털의 펀드 매니저 우웨이펑의 웨이보 계정을 차단한 바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온라인 검열과 SNS 계정 차단 그리고 반국가혐의로 실형까지 선고하는 등 강력 대응이 이어지면서 중국내 언론이나 SNS에서 톈안먼 사태와 관련한 글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지난해 톈안먼 사태 32주년 맞아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엔진 '빙'(Bing)에서 '탱크맨'(Tank Man) 검색 결과가 제한되고 홍콩 디즈니+에서 2005년 처음 방영한 심슨 가족 시즌 16의 12화 '베이비 인 차이나'편에서 천안문 광장의 한 장면을 다룬 심슨 가족의 에피소드가 삭제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6·4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기념일인 4일 촛불을 밝힌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 사진출처=연합뉴스
6·4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기념일인 4일 촛불을 밝힌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 사진출처=연합뉴스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의 톈안문 사태 침묵 요구 강해져

톈안먼 사태는 중국 톈안먼 광장에서 1989년 4월 15일 시작해 6월 4일 진압된 대규모 민주화 운동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사망자 수는 수천 명으로 추산된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2주년 톈안먼 사태를 맞아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각각 SNS를 통해 추도의 뜻을 밝혔다. 

차이 총통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촛불을 켜져 있는 사진을 올리며 "우리는 32년 전 이날 톈안먼 광장에서 희생된 젊은이와 지난해 촛불로 6·4를 기념한 홍콩 친구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트위터에서 "6월4일은 톈안먼 광장에서 PRC(중화인민공화국)가 치명적인 탄압을 가한지 32주년이 되는 날로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 달라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목숨을 잃었다"며 "인권은 보편적이며 모든 정부는 그것을 보호하고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33주년 톈안먼 사태는 미중 관계 악화로 서방과의 관계가 매우 악화된 상황에서 맞이하는 만큼 서방 국가들의 톈안먼 사태 추모 분위기와 중국정부 비판은 어느 해보다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중 관계 악화, ‘제로 코로나’ 정책 지속으로 인한 민심의 이반, 우크라이나 사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짓는 20차 당대회를 맞이한 중국 정부의 톈안문 사태에 대한 침묵 요구는 더욱 강해진 모습이다. 

●박신희 베이징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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