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인플레]② EU, 러 원유 부분 금수...공급부족 해결책 마련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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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인플레]② EU, 러 원유 부분 금수...공급부족 해결책 마련에 고심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5.31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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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시아산 원유 부분적 금수 조치에 합의
대체에너지 확대 등 공급부족 해결에 골머리  
EU 27개 회원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부분 금지하는데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EU 27개 회원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부분 금지하는데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에너지 공급부족 현상으로 인해 국제유가 및 천연가스 가격 등 주요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부분적인 금수조치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00% 수입을 금지하는 완전 금수조치는 아니지만,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의존도를 감안할 때 이것이 에너지 공급부족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분간 에너지 공급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국은 에너지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그간 기후위기를 이유로 멀리 했던 석탄 연료를 당분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반면 또다른 한 편에서는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느 쪽이든 단기간 내 에너지 공급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에너지 가격 강세 현상이 좀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U, 러시아산 원유 완전 금수는 불발됐지만...

30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해외 언론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부분 금지하는데 합의했다. 이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EU의 6번째 제재 패키지에 해당한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합의로 수입이 금지된 규모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중인) 러시아가 무기 비용을 대는 막대한 돈줄에 제약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대해 약 두 달 간 논의를 지속해왔다. 많은 EU 정상들은 전쟁을 지속 중인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입히기 위해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전면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일부 국가들의 반대로 합의에 난항을 겪어 왔다.  

가장 강하게 반대한 헝가리의 경우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무려 65%에 이른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자국의 원유 공급에 안전이 보장되는 경우에만 제재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EU 정상들은 파이프라인이 아닌 해상 운송 방식으로 이뤄지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만을 금지 대상으로 삼는 타협안을 마련했고, 부분적인 금수 조치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가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90%까지 줄일 것"이라고 말하며 단계적으로 제재를 강화해 갈 것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EU 국가들의 이번 합의안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100% 차단하는 방안은 아니지만, 그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에너지 시장과 유럽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WSJ은 "파이프라인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금지되지 않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조치는 러시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석유 금수 조치가 이미 상당히 높아진 에너지 가격을 더욱 높일 수 있다"며 "이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여전히 회복중인 유럽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이번 합의에 걸림돌로 작용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OPEC+ 침묵도 원유 랠리에 한 몫

실제로 EU 회원국들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 합의에 대한 전망으로 인해 유가는 꾸준히 상승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브렌트유 7월물은 만기를 하루 앞두고 1% 오른 배럴당 120.50달러를 기록했다. WTI 역시 1% 가량 올라 116달러를 넘어섰다. 눈에 띄는 점은 시장 트레이더들이 추가적인 공급 부족을 우려해 즉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기꺼이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이다. 7월 인도분 브렌트유가 8월 인도분에 비해 4달러 가량 더 높다는 점이 이에 대한 반증이다. 

FT는 이를 언급하며 "시장의 공급압박에 대한 신호 중 하나로, 트레이더들이 시장의 공급긴축을 우려해 즉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며 "공급이 주요 허브에서 타이트하게 유지되고 있는데 따라 원유 가격의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 또한 원유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OPEC+는 오는 2일 정례회의가 예정돼있는데, 시장에서는 6월에도 일일 40만배럴 증산 계획을 고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FT는 "EU의 러시아산 금수조치에 이어 석유 증산을 가속화하기 위한 OPEC+ 그룹의 침묵도 원유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브렌트유 가격 추이.
브렌트유 가격 추이.

대체에너지 확대에 화석연료 투자까지...대안마련에 고심 

높은 에너지 가격이 유럽 경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각국 정상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신재생 에너지 확대 방안이다. 

최근 EU집행위는 오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석탄 등 모든 화석연료 수입을 중단하고, 이를 대체할 재생에너지와 대체가스 공급 등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내용을 담은 리파워EU(REPower EU) 에너지 안보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집행위는 태양광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 공공건물에는 2025년까지, 신축 주거용 건물에는 2029년까지 태양광 패널 등 발전설비 설치를 의무화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에 덴마크와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 유럽 4개국은 2050년까지 해상 풍력발전 규모를 현재 수준의 10배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 러시아산 화석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 에너지 시장을 더욱 키우겠다는 의지다.

독일은 LNG 수입 터미널 2곳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건설 승인 절차 간소화를 위한 법안 초안을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석탄 사용을 늘리기로 했다. 

중국 내부에서는 석탄을 통한 에너지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신화통신에 따르면 멍웨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대변인은 석탄에 대한 생산과 공급, 비축, 판매 체계를 보완해 가격이 합리적인 구간에서 운행되도록 유도하고, 나아가 전체 에너지 사용 원가도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독일 에너지 기업인 지멘스의 조 케저 회장은 북해 유전 시추와 같은 아이디어가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며,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면서 화석연료 투자에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하는 방안, 혹은 화석연료에 재투자하는 방안이 실질적인 에너지 공급 확대로 연결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부족 상황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CNN은 "러시아산 에너지의 대안을 찾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올 겨울 전세계적인 에너지 부족을 막을 만큼 충분히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고 우려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카유샤이 라메쉬는 "수요 급증으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10여년만에 신규 LNG 프로젝트 러시가 촉발되는 등 각국이 발빠르게 나서고 있지만, 건설 일정은 2024년 이후로, 단기간 내 공급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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