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부 삼척 출항의 재조명③…함대 제작지 정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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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부 삼척 출항의 재조명③…함대 제작지 정라진
  • 이효웅 해양전문가
  • 승인 2017.08.1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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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웅 이사부기념사업회 기획이사(해양모험가)]

 

필자는『삼척군지』를 통하여 이사부 장군이 제일 처음 이곳 실직에 올 때는‘수륙군(水陸軍)을 동원하여 오십천 하구로 상륙하였다.’라고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항로탐사를 하고 여러 문헌을 살펴 본 결과 해로가 아닌 육로로 왔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당시 신라의 수군은 왜인들의 침범으로 장거리를 갈 수 있는 전선을 갖출 수 없었다.

자비마립간 10년(468)에 전함을 수리하였으나 수군의 활약상이 『삼국사기』에 전혀 안 보이고, 소지마립간 4년5월(482), 8년4월(486), 19년4월(497) 왜인들이 변경을 침범하였고, 22년3월(500)에는 왜인들에게 장봉진이 함락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위험한 해로를 이용하여 적을 공격할만한 능력이 안 되었다고 본다.

둘째, 이사부 장군이 실직에 있던 기간이 6-7년 정도로 우산국정벌을 위하여 전선과 목우사자를 제작하는데 기간이 오래 걸렸다. 수군이 있었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실직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셋째, 동해안로는 울진·삼척 부근은 해발300-400m 정도이나 대체로 평탄하여 이동하기 쉽고 소지마립간 9년(487) 관도를 수리하게 하였다.

넷째,『삼국사기』고구려본기 문자왕 11년(502)‘겨울 11월에 백제가 국경을 침범하였다.’12년(503)‘겨울11월에 백제가 달솔 우영을 보내 군사 5천명을 이끌고 와서 수곡성에 침입하였다.’15년(506)‘겨울11월에 장수를 보내 백제를 치게 하였다.’등 지증왕 6년(505)을 전후하여 고구려본기에는 백제의 침략 사실은 자세하게 적혀있으나, 실직성을 침략한 사실은 신라와 고구려의 기록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

 

▲ 육향산에서 본 정라항(1928년) /김진원 소장

 

이것은 한 번의 전투로 실직성을 함락한 것이 아니라 국경지역에서 일진일퇴하면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본다. 그리고 수륙군의 공격은 당시 육군이 일진일퇴하는 과정에서 포항(직선거리 약170km)의 수군진에서부터 수륙군과의 합동작전은 어렵다고 본다. 수군의 이동은 매시 약6km정도로 움직일 수 있으나 연안 가까이 항해하면 적에게 노출되어 기마병의 표적이 되므로 연안 멀리서 항해를 해야 하는데, 이것은 수륙군 상호간의 신호가 어려워 원활한 작전을 수행하기 힘들다.

이상 몇 가지 사항으로 보아 위험한 해로 보다는 안전한 육로를 이용하여 이사부 장군 특유의 전략으로 실직성을 함락시키고 적을 완전히 섬멸한 다음, 실직 이남의 12성을 쌓게 하였고 우산국 정벌 계획을 준비하였다고 본다.

 

이사부 함대를 제작하기 위하여서는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있다. 안전한 항구, 제작 장소, 보안, 기술자 및 인력, 선박 재료 및 이동수단, 배후지 등이다. 그 중에서 실직항의 중심이 되는 오십천은 상류지역에 두타산, 근산, 미로, 활기 등에서 예로부터 좋은 나무들이 많이 생산되었는데, 겨울철 농한기에 산에 가서 나무를 베어 뗏목을 만들어 봄철 눈 녹은 물이나 폭우 시에 오십천을 이용하여 하류로 옮기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직의 젖줄인 오십천은 태백산맥 동쪽 경사면의 수량과 태백산맥 서쪽에서 흐르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석회암지대를 관통하여 동쪽으로 흘러 삼척 신기에서 합수되어 연중 마르지 않고 비교적 고르게 흐른다. 이 강물은 오십천 하류의 고성산과 북쪽의 광진산에 막혀 북동쪽으로 흐르면서 정라진에 삼각주를 이루고 양쪽으로 흐른다.

여름철의 폭우, 봄철의 눈 녹은 물 등 수량이 많으면 고성산 아래 물길로 흐르나 시간이 지나면 파도로 인하여 고성산 수로는 모래가 밀려들어 얕아지거나 막혀서 정라진의 육향산 쪽으로 흐른다. 오십천은 육향산에서 부딪히어 소(자라바위)를 이루는데 여기서부터 바닷물이 합수되어 수심이 깊어져 항구를 이룬다. 다음은 삼척포진 영장 겸 토포사였던 홍지호(洪志浩, 1781.12-1783.6)의 삼척포진성의‘진동루’관련 글이다.

 

이 루는 처음 현종 임자년(1672년)에 세워졌고 영조 계해년(1743년)에 중수했으니 그때부터 지금 까지 112년이 되었다. 아! 누각을 고치는 까닭은 관문을 견고하게 하고 창문을 엄중하게 하고자하기 때문이니 어찌 놀고 즐기기 위해서 이겠는가. 높은 관문으로부터 동북쪽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큰길 을 통하지 않으면 선박들이 정박된 바닷가로 가야하니, 누각 아래를 철저히 지키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바다 지키는 임무가 막중한 것이다.

 

삼척포진성의 진영은 1898년 폐지되고, 정라진은 1916년 정라항 개발로 삼척포진성의 성벽이 허물어지면서부터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오십천 하류는 1930년대 유지공장을 건설하기위하여 고성 밑으로 수로를 변경하고 정라항에는 수문을 만들었으며, 1950년대 삼척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1990년대 항만확장 및 매립공사로 오십천 수로의 옛 모습은 사라졌다.

 

▲ 삼척포진성(1872년0 /서울대 규장각

 

이사부 함대의 정확한 출항지는 고성산(오화리산성) 아래의 오분항이 아니라 정라항이다.

오늘날의‘오분항’을 옛날의‘오분진’과 혼동하는데, 오분진은 고성산(오화리산성) 남동쪽의 작은 어촌 마을로 오늘날‘선창’이라는 지명이 남아있고, <도-1> 삼척포진성 지도에도 고성산 넘어 자진오리에 있다고 표시되어 있다. 오화리산성의 망루 지역인 고성은 삼척포진영의 정라진에 포함되었다가 삼척포진영이 사라진 후 1906년 정상리로부터 분리시켜 오분리에 합쳤다.

<도-2>의 이 곳은 삼척화력발전소를 건설할 무렵 쓰레기장을 매립하여 복토해 놓은 곳에 필자의 부친이 최초로 집을 짓고 살았던 곳으로 1950년대 건너편 오분항에는 선박이 한 척도 보이지 않는다.

 

▲ 건너불과 고성산(1956년) /이효웅 제공

 

정라진에 이사부 함대를 제작하기 적당한 곳은 갑자평야와 삼각주인 건너불 섬이 있다. 육향산 남쪽의 갑자평야는 너른 곳으로 실직의 곡창지대이고 육지와 연결이 되어있어 인력관리 및 보안이 어렵다. 건너불은 오십천 하류의 외딴섬으로 백사장과 송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파도로부터 안전하고, 송림으로 가려져서 항구가 보이지 않아 적으로부터 안전하며 고성산, 광진산, 육향산 세 방향에서 감시하기가 쉽다.

고성산(오화리산성) 정상에서는 멀리 동북쪽에서부터 남쪽까지 볼 수 있으며 산 중턱에서는 건너불과 오십천을 출입하는 모든 선박들을 감시할 수 있고, 광진산 동쪽 끝에서는 북쪽에서 남쪽까지 볼 수 있으며, 육향산은 항구의 정박지가 시작하는 곳으로 백사장인 건너불과 강이나 바다로 출입하는 선박들을 감시하기 좋은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진동루가 세워졌다. 세 곳의 망대는 연계되어 깃발로 광진산과 고성산에서 육향산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정라진은 이사부장군의 비빌병기인 이사부 전선과 목우사자를 만드는 최적지라 본다.

 

▲ 정라진 1980년대 지도 /김진원 소장

 

<도-3>의 김진원의『육향정』속표지에 있는 육향산①을 중심으로 남쪽에 갑자평이 있고, 북쪽②의 호악산(광진산)에 일제강점기의 망대가 남아 있고, 남동쪽의 고성산에는 ③④⑤ 세 곳 정도에 망대 흔적이 보인다. 그리고 육향산①은 항구로 들어가는 길목이라 본부가 설치되었을 것이다.

정라진을 둘러싸고 있는 남쪽의 고성산, 북쪽의 광진산, 서쪽의 육향산은 천연의 요새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은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광진산 망대는 정라진과 가까워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시에도 사용하였고 광진산에는 봉수대가 있었다. 고성산은 2001년 지표조사 결과 망대, 장군대, 우물지, 성곽, 유물 등이 발견되었고 필자는 고성산을 여러 번 답사한 결과 당시 적을 막기 위한 성채 구실보다는 이사부 함대의 보안을 위한 망대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이곳에는 세 곳에 망대를 설치한 흔적이 보인다. 이와 같이 고성산과 광진산에는 망대의 흔적이 여러 곳에 있는데 망대 부근을 집중 발굴한다면 좀 더 확실한 유물들을 발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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