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연대기 II] ⑩ 넷플릭스 오리지널 10년사 (4) -희대의 망작 '헴록 그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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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연대기 II] ⑩ 넷플릭스 오리지널 10년사 (4) -희대의 망작 '헴록 그로브'
  •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 승인 2022.05.28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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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가 선정한 2013년 최악의 TV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 두 달 뒤 공개되면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평가는 최악
화려한 성공 뒤에는 반드시 이러한 실패도 있는 법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모든 것이 마찬가지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시작한지 10년, 이제는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메인 스트림으로 자리 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지만 과연 지금까지 승승장구만 거듭했을까.

이제는 공룡으로 불리며 업계 최강자, 끝판왕을 연상시키는 넷플릭스지만 분명 그들에게도 실패는 있었다. 최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하나로 꼽히는 헴록 그로브 (Hemlock Grove)는 2013년 발표된 공포물 시리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명성을 세운 기념비적인 작품인 하우스 오브 카드 (House of Card)가 공개된 지 두 달만에 발표된 작품이기도 하다.

공개 시기가 비슷해 당시 승승장구하며 스트리밍 배급의 새로운 가치를 보여준 ‘하오카’와 단순 비교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희대의 망작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이 시리즈를 보고 ‘내상’을 입은 사람들은 둘 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정말 헴록 그로브는 희대의 망작인가?

헴록 그로브는 브라이언 맥그리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공포 스릴러 시리즈다. 펜실베니아의 가상 마을인 헴록 글로브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다뤘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배우 빌 스카스가드와 랜던 리버런이 주연을 맡았다.

공개 전부터 이케아에 버금가는 스웨덴의 수출품이라는 빌 스카스가드와 보기만 해도 훈훈해지는 랜던 리버런 두 주역의 이름 값만 해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물 중 망작으로 꼼히는 헴록 그로브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넷플릭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물 중 망작으로 꼼히는 헴록 그로브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마을의 부유한 고드프리 가족의 상속인인 로만 고드프리와 마을의 새로운 주민인 피터 루만체크가 일련의 잔혹한 살인 사건을 밝히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공개된 시놉시스를 보면 단순한 공포물에 늑대 인간과 뱀파이어라는 당시 핫했던 소재들이 어우려져 있어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배우와 로그 라인만 보고 아마도 다들 트와일라잇 같은 작품을 연상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공개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았고 하오카가 쏘아올린 오리지널에 대한 흥행 기대감까지 어우러져 그야말로 장작이 대량 투입되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가운데 공개된 헴록 그로브에 대한 반응은 아주 처참했다. 

결과적으로 우선 공개 시기가 영 나빴다. 시기적으로 이미 하오카라는 걸출한 오리지널을 배출한 넷플릭스는 당시 많은 가입자가 유입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두 달 후 헴록 그로브가 공개되자 많은 사람들이 기대감을 표했다.

헴록 그로브의 주요 출연진들이 소개된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헴록 그로브의 주요 출연진들이 소개된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당연히 첫 주 흥행은 대박이었다. 넷플릭스는 헴록 그로브가 첫 개봉 주말에 하우스 오브 카드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모았다고 발표했다. 하오카의 흥행이 헴록 그로브의 흥행을 견인했지만 초반 흥행은 독이 되었다.

인터넷 평점 사이트인 메타크리틱에서 헴록 그로브의 평점은 100점 만점에 45점이었다. (현재는 44점이다) 이는 두 달전에 공개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절반 정도의 수준이었다.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컸다. 헴록 그로브는 하오카와 비교되며 안그래도 넷플릭스를 공격하고 싶어하던 사람이 우글대던 미디어-콘텐츠 업계에서 집중 포화를 맞았다. 

실패가 있었기에 다른 성공도 나왔다

시기도 시기지만 스토리가 막장인 것도 큰 문제였다. 아무리 막장 스토리에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요소가 있다고 하지만 완성도 없이 어떻게 보면 배우에만 기댄 전형적인 영상과 스토리 구성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고 넷플릭스가 자랑하는 빅데이터는 어디 갔는지 찾아볼 수 없는 희대의 ‘망작’ 만이 남았으니 결국 하오카의 흥행에 이끌려 묻지마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찾은 시청자들만 ‘안 본 눈 삽니다’를 외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불명예스럽게도 그해 타임 (TIME)지는 2013년에 TV에서 방영된 최악의 프로그램 10에 이 작품을 선정하기도 했다.

헴록 그로브는 방영이 시작된 후 혹평에 시달렸지만 시즌 3까지 제작됐다. 넷플릭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추된 명예는 회복되지 않았다. 사진=넷플릭스 홈패이지 캡처
헴록 그로브는 방영이 시작된 후 혹평에 시달렸지만 시즌 3까지 제작됐다. 넷플릭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추된 명예는 회복되지 않았다. 사진=넷플릭스 홈패이지 캡처

이런 혹평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시즌 3까지 만들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 무서운 건 이 작품이 시즌 3까지 나왔다는 것이라고 할 정도로 넷플릭스가 시즌 3까지 만든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많은 추측이 있지만, 넷플릭스가 3개 시즌을 미리 주문했을리는 없고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기 싫었고 어떻게든 실수를 만회해볼려는 노력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지금도 넷플릭스 최악의 시리즈를 뽑으면 항상 수위에 오르는 헴록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지나고 나니 이런 실패들이 있었고 여기에서 분명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결국 ‘기묘한 이야기’같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헴록 그로브와 기묘한 이야기는 분명 선을 같이하는 작품이지만 그 결은 완전히 다른 작품이기 때문이다.

초기의 실패를 두려워하고 거기에서 멈췄으면 과연 지금의 오리지널 제국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콘텐츠 비즈니스, 특히 OTT 비즈니스가 다양성의 추구와 가늘고 긴 롱테일 법칙에 오는 장기전이라고 생각하면 헴록 그로브를 그렇게 망작이라고 비난할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계속)

●문동열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LG인터넷, SBS콘텐츠 허브,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금융부 등에서 방송,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해왔다. 콘텐츠 제작과 금융 시스템에 정통한 콘텐츠 산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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