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바이든이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찾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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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바이든이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찾은 까닭은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2.05.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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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불확실한 환경에서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인 외교안보는 국가 지도자의 중요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외교안보가 아닌 경제안보로 시대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대통령의 정상회담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지난 주 방한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국내 기업가들의 만남이 여러모로 다양한 해석과 긍정적 기대를 낳는 이유이다. 

미국과 한국은 안보동맹 관계에 있다. 그렇기에 역대 미국 대통령은 늘 방한할 때 북한 이슈를 빠지지 않고 언급하며 안보 그리고 군사적 측면의 협력관계를 약속한다. 다만, 21세기 들어 외교안보 경쟁은 군사력에서 기업혁신과 경제성장으로 바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대로 정부청사, 군사기지가 아닌 삼성 반도체 공장을 제일 먼저 방문했다. 

대통령의 동선은 늘 치밀하고 철저하게 준비된다. 어떤 곳을 먼저 찾아가고 어떤 곳을 마지막으로 찾아가느냐에 따라 대통령의 메시지가 주는 무게중심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지로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택한 점 그리고 방한 마지막 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단독회동을 가진 건 그래서 더 의미심장한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 유치는 필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미국 내 선거를 좌우하는 키플레이어인 셈이다. 그리고 중국과의 패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내내 국내 기업가들을 만났다. 경제안보는 기업 경쟁력으로 요약된다. 

미국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유럽 역시 경제가 안보이고 안보가 곧 경제라는 점을 항상 강조한다.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실장과 새로 임명될 국정원장이 모두 외교관 출신인 건 우연이 아니다. 외교가 국가 간 협력 관계에 방점을 둔다면 당연히 모든 국가는 조금이라도 강력한 기업 경쟁력을 갖고 있는 국가와 동맹을 맺길 원한다. 

세계 제일의 경제안보 패권을 자랑하는 미국이 한국 기업들을 우대하는 이유는 바로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의 분야에 54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미국 시장에 투자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차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 SK, 삼성SDI 등도 2025년까지 20조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자,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신설을 약속했다. 

기업 경쟁력이 국가안보의 핵심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의 안보동맹 관계를 경제동맹, 기술동맹으로 확장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했다.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한 공급망 상황을 미국에게 우호적인 국가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위해 정치인보다 기업가와의 미팅 성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기회를 삼성과 현대차 역시 놓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반도체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중국과의 글로벌 경쟁은 결국 반도체에서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그런 바이든 앞에서 세계 최초의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를 선보였다. TSMC와 초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기술혁신의 전진기지임을 보여준 장면이다. 

현대차는 미국에 총 13조원이 넘는 투자를 약속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거액을 투자한 이유는 자율주행, AI, 모빌리티 등에서 선도기술을 보인 미국 기업과의 협력 강화에 있다. 이미 전기자동차를 넘어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경쟁이 격화되는 업계 상황을 감안할 때 현대차는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통해 차세대 모빌리티에 승부수를 던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20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격차로 나아가야 할 한국 그리고 뒤처지는 일본 

이런 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일본 방한은 여러모로 우리와 비교된다. 한국에서 기업가들과의 약속과 경제동맹에 모든 노력을 쏟아 부은 미국은 일본과는 전통적인 안보 협력관계만 강조했다. 특히, 일본 기업인과 바이든 대통령의 미팅이 없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기업 경쟁력이 안보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알 수 있다. 미국에게 일본 기업은 관심 밖이다. 

그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할 때 첫 번째 방문지는 항상 일본이었다. 지난 20년간 미국 대통령은 먼저 일본을 방문한 후 순차적으로 한국을 포함 동맹국들을 방문했다.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을 우선순위에 두고 정치인이 아닌 기업가를 주로 만나면서 일본 내에서는 자국 기업의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음을 한탄하고 있다. 

그러나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미 차세대 기술과 융합의 핵심영역인 자율주행차 시장은 미국과 독일, 일본이 앞서나가고 있고 한국은 뒤를 빠르게 쫓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바이든 대통령 앞에서 핵심기술력을 선보였지만 아직도 시장은 인텔과 TSMC의 경쟁력이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초격차로 나아가기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한 줄로 요약하면 외교안보는 경제안보로 이제 전환되었고 그 핵심에는 기업의 경쟁력이 자리잡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그리고 자국 내 선거 승리를 위해 한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와 경제동맹을 선택했다. 한국 기업에게도 미국 시장은 기술혁신과 실험정신을 학습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국내 기업들이 어떻게 미국을 성장의 지렛대로 삼을지 지켜볼 일이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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