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㉟ 바이든표 'GVC' 핵심은 '자율주행차'부품...기승전 '반도체·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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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㉟ 바이든표 'GVC' 핵심은 '자율주행차'부품...기승전 '반도체·배터리'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5.22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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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전기차 중심 미국 주도 GVC 구축 '큰 그림'
바이든, 韓 반도체·배터리 등 한국 기업의 역할 강조
'바이든式 바이 아메리칸', "韓에 부담된다" 우려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 국가로 한국을 찾았다.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그리는 큰 그림이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20일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 국가로 한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았다.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시설이로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평택캠퍼스를 찾은 건 이번 방한이 미국 주도로 진행되는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등 경제안정에 있음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같은 파트너 국가와 협력해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전략이 동맹과 협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고,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라고 했다. 이어 "삼성과 같은 기업은 미래를 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주요한 힘이 될 것"이라면서 "한미 동맹은 역내 평화, 안정,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리고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가진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은 그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을 구체화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에너지 플랫폼 혁명을 준비하면서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가치 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을 재편하고 있다. 미국이 향후 에너지 플랫폼 혁명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면 바이든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직면한 과제인 '고용, 환경, 중국과 기술 패권 전쟁'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전기차, 2차전지, 반도체' 기업들과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바이 아메리칸'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주도의 에너지 플랫폼 혁명의 핵심, 전기차

바이든 대통령의 '빅 픽처'의 핵심은 미국 주도의 에너지 플랫폼 구축이다. 에너지 플랫폼은 전기차 인프라를 통해 전기의 이동과 교환을 자유롭게 해주는 도구를 말한다. 에너지 플랫폼 혁명을 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기를 자유롭게 교환하고 이용할 수 있다. 단적으로 현대차가 개발한 EGMP라는 전기차 전용 모델 아이오닉5에는 V2L(Vehicle to Load) 기술이 적용돼 있다. V2L 기술은 전기차에 탐재된 고전압 대형 배터리의 전력을 외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기능이다. 즉, 전기차에 전기를 충전할 뿐만 아니라 전기차에 충전된 전기 또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실제 아이오닉 내부에는 이른바 '돼지코'라고 불리는 220볼트 파워 아답터가 장착돼 있다. 아이오닉5의 V2L은 최고 3.5kw 출력으로 일반 가정에서 쓰는 최대 출력 한도인 2~4kw와 유사하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웬만한 가전 제품을 모두 쓸 수 있다. 아이오닉5는 모두 72.5kw를 충전할 수 있는데 이를 5~7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평균 전기 용량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의 글로벌 가치 사슬(GVC)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이번 방한 기간 내내 삼성전자를 비롯해 SK그룹, LG전자 등 한국 기업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왜 삼성전자를 찾았나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미국 주도의 전기차 GVC 구축이라는 새 판을 짜는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왜 삼성전자를 찾았느냐다. 큰 그림에서 보면 해답이 있다. 전기차의 핵심은 바로 배터리다. 배터리는 또다시 자율주행과 연결돼 있다. 자율주행을 위해선 수 많은 센서, 프로세서,네트워크 모듈 등에서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기능과 함께 차량에 적용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까지 대규모 소비 전력이 요구된다. 이런 차량 컴퓨터(센서, 프로세서 등)는 전기로 동작하므로 전기차의 에너지원인 배터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자율주행 기술을 위해선 '산업의 쌀'인 반도체 기술이 중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타개와 자율주행을 위해 필요한 반도체의 차질 없는 공급을 위해 이례적으로 19개 주요 반도체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외국 기업으로 유일하게 이 회의 등에 참여했다. 회의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글로벌 반도체 대표들에게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독려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등 바이드 대통령의 요구에 적극 화답했다.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테일러 공장의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약 22조원)로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배터리 부문에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적극적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4월11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에서 발생한 배터리 소송에 합의했다. 여기서 주목할 건 바이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미국 행정부가 적극 개입한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 결과에 관한 거부권 행사까지 거론하며 압박해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배터리 공장을 통해 포드 등 미국 자동차 회사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게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배터리 공급을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단상 오른쪽)이 한국 기업의 대규모 미국 투자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韓에 부담이 될 바이든노믹스의 '바이 아메리칸'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직접 투자하라"며 조세정책 등 동원 가능한 방법을 모두 가동해 적극적으로 '바이 아메리칸'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표 '아메리카 퍼스트'가 오히려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 아메리칸'은 미국 연방정부 기관이 물품과 서비스를 조달할 때 미국산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정부'가 '미국 납세자'의 돈으로 '미국 노동자와 기업'이 만든 제품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동맹국들은 미국이 결과적으로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는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미국 내부에서도 이런 우려가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 아메리칸'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매체는 "공격적인 바이 아메리칸 활동은 중국의 영향력 심화를 다루기 위해 동맹들과 연합 전선을 구축하려는 바이든의 희망사항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미국의 주요 동맹들은 수익성 좋은 계약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하면서 바이 아메리칸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대통령은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같은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도 WP와 인터뷰에서 같은 의견을 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상업 무역 이익을 적극 보호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의 희망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시기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캐나다와 유럽 여러 국가를 포함한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 및 전략적 동맹들은 바이 아메리칸 조치가 미국 경제에 다국적 기업을 차단하는 보호주의라고 오랫동안 불평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LG, SK,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은 이미 지난해 한미정상회담 당시 삼성전자 170억 달러, LG·SK 140억 달러, 현대차 74억 달러 등 모두 394억 달러(약 44조원) 규모의 미국 현지 투자를 결정했다. 이런 국내 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미국의 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기업들로선 불가피한 선택이겠지만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 투자가 적어져서 국내에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 국내 고용 사정이 미국보다 나은 건 결코 아니다. 또 '바이 아메리칸' 정책의 저변에 중국의 기술 굴기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어 이 또한 미국과 중국 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기업엔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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