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글로벌 증시...경기침체 우려 더 커졌다
상태바
휘청이는 글로벌 증시...경기침체 우려 더 커졌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5.19 1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마트·타깃 등 잇따른 어닝쇼크에 경기침체 우려 커져
전문가들 "증시 반등해도 단기적 랠리일 뿐" 
미국의 소매기업들의 어닝쇼크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또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소매기업들의 어닝쇼크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주식시장이 또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글로벌 주식시장이 또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한 풀 꺾인 줄로만 알았던 경기침체 우려가 재차 살아나면서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미국의 소매기업들의 어닝쇼크가 이어지면서 인플레이션이 소비자들의 지갑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확인한 것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미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비에서 인플레이션의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반등한다 하더라도 이는 기술적 반등에 불과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아마존부터 월마트·타깃까지 "어닝 쇼크"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2년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전일 2% 이상 급등하며 경기침체 우려가 한 풀 꺾인 듯 했지만, 결국 소매기업들의 부진한 실적이 우려의 불씨를 되살렸다. 

지난 밤 뉴욕증시에서 직접적인 매도세를 촉발한 것은 타깃의 어닝쇼크였으나, 사실상 그 이전부터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안감은 시장 밑바닥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난 4월 말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21년만의 최저 성장을 보고한 바 있다. 

당시 아마존닷컴의 1분기 매출 성장률은 닷컴 버블 당시인 2001년 이후 21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는데, 치솟는 유가와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악재가 됐다.

투자자들이 더욱 우려한 것은 향후 매출 전망이었다. 아마존은 당시 2분기 매출 전망을 1160억~1210억달러로 전년대비 3~7% 늘어난 수준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1분기에 비해 성장세가 대폭 둔화된 것이며, 증권가 예상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앤디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이를 달성하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통 공룡으로도 불리는 월마트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7일 실적을 내놓은 월마트는 분기 주당순이익(EPS)이 1.3달러로 시장 전망치(1.47달러)를 크게 밑돌았으며, 이는 전년동기대비 23.08% 감소한 것이었다. 

더그 맥밀런 CEO는 "우리는 수년간 국제시장에서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했지만, 식품과 일반 상품 모두에서 인플레이션이 이토록 높고 빠르게 움직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경고했다.

월마트 주가는 17일 11.4% 급락해 1987년 10월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낸 데 이어 18일에도 6.8% 급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깃 역시 어닝 쇼크를 내놨다. 

18일 타깃은 분기 주당순이익(EPS)이 2.19달러로 시장 전망치(3.05달러)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동기대비로도 40.65% 감소한 것이다. 

타깃은 연료비 상승 및 인건비 증가 등에 따른 비용 증가와 동시에 소비가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함을 시사했다. 

마이클 피델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빠르면 2023년까지 글로벌 공급망 압박이 의미있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따라서 비용 상승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수익성에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타깃 주가는 25% 폭락,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마트와 마찬가지로 타깃 또한 미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 수준에 상당히 당황했다"며 "소매업체들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인플레이션이 기업 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고조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플레로 소비 둔화..경제학자들 "경기불황 불가피"

잇따른 소매업체들의 어닝쇼크에 투자자들이 크게 반응한 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조짐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식량·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소비와 생산이 모두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효과가 엄습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물가 상승과 경기후퇴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을 말한다. 

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 역시 같은 결의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버냉키는 지난 16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떠한 낙관적 시나리오를 가정한다 하더라도 경기둔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미 경제는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조치가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적 고통이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경기둔화가 오지 않더라도 많은 소비자들이 불황에 빠진 것처럼 느낄 수 있다는 의견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상무부 자료를 인용해 "많은 미국인들이 전염병 기간 동안 저축을 늘렸으나 이제는 역전됐다"며 "3월 저축률은 9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가계는 점점 더 신용카드를 꺼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부채는 팬데믹 초기에 정체된 후 올해부터 3월까지 빠르게 증가했다. 금리가 인상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점은 가계 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컨설팅회사인 그랜트손튼 LL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지속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궁극적으로 소비 지출을 줄이고, 기업들은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고용을 늦출 것"이라며 "우리가 말하는 기본적인 욕구, 즉 식량과 주거, 에너지 등 3대 축을 잠식하는 이같은 종류의 인플레이션은 경제에는 상당한 위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제에 대한 우려로 확산되고 있고, 당분간 경기둔화 이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주식시장의 반등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기술적 반등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FT는 "분석가들은 투자자들이 세계 경기 침체를 가중시키는 금리 상승에 대해 여전히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하락장에서 주식시장의 반등이 나타나더라도, 이것이 단기적인 안도랠리 혹은 기술적 반등이라고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