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움직임에 양대노총 거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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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 움직임에 양대노총 거센 반발
  • 유태영 기자
  • 승인 2022.05.17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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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68.7%, "법 이해 못해 대응에 어려움 겪어"
정부, 올 하반기 시행령 개정 방침
양대노총, 시행령 개정에 결사반대
중대재해처벌법일러스트. 자료=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일러스트. 자료=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유태영 기자]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10일을 넘어가는 시점에서 중대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일선 기업들의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뚜렷한 중대산업재해 효과가 없는 것에 비해 경영자 책임 소재를 묻는 시행령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줄곧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서 올 하반기에 시행령 개정 방침을 적시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대응조치 여부. 자료제공=상공회의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대응조치 여부. 자료제공=상공회의소

기업 68.7%, "법 이해 못해 대응에 어려움 겪어"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5인 이상 기업 930곳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기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기업의 30.7%만 '중대재해처벌법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으며 대응 조치가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기업의 68.7%는 '법을 이해하지 못해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재해법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 여부에 대해선 양극화가 더욱 두드러졌다. 응답 기업의 63.8%는 ‘조치사항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고, ‘별다른 조치 없다’는 기업도 14.5%로 집계됐다. ‘조치했다’는 기업은 20.6%에 불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현행 적용되고 있는 50인 이상 기업에서도 ‘조치했다’는 응답은 28.5%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정부에 시행령 개정을 건의했다. 지난 16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경영계 건의서’를 관계부처에 제출했다. 건의서에는 ▲‘직업성 질병자’ 기준에 중증도를 명시 ▲‘중대산업재해 사망자’의 범위 설정 ▲‘경영책임자’의 대상 및 범위를 별도 조문으로 구체화 ▲중대산업재해 관련 경영책임자의 의무 내용 명확화 ▲‘관계 법령 및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 특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경총은 "법률상 위임 근거가 많이 부족해 시행령 개정만으로는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책임자의 범위와 의무 내용 등을 명확하게 하고 과도한 처벌 수준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보완 입법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올 하반기 시행령 개정 방침

지난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올 하반기에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유출된 대통령직인수위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보면 고용노동부는 올 하반기에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등과 관련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하게 된다.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상 처벌도 함께 받게 된다.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안전·보건 목표 ▲전담 조직 ▲유해·위험요인 확인 개선 절차 등 9가지로 규정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양대노총, 시행령 개정에 결사반대

경영계와 정부의 시행령 개정 분위기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적극 반대의사를 표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16일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시행된 지 100일 갓 넘은 법에 대해 경영계가 지속해서 산재감소 효과 없이 현장 혼란이 심화되고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호도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발생한 사망사고들이 대부분 기초적인 안전보건 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과 다름 없이 경영책임자의 방만한 안전보건경영으로 사람이 죽었고, 경영책임자와 법인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수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경총이 언론이 호도하는 것을 넘어 지속해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건의서를 제출했고, 경총이 낸 건의서는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생명권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라고 발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16일 경총의 시행령 개정 건의서 제출에 대해 비판성명을 냈다. 민노총은 성명을 통해 "경총 및 사용자 단체의 중대재해법 관련 개악, 무력화 요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그동안 산재예방에는 동의하나 중대재해법이 사업주가 지키기에 모호한 것이 문제라고 호도하더니 결국 경총과 사용자 단체가 원한 것은 대표이사가 처벌에서 빠져나가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에서 기초적인 법 위반을 밥 먹듯 하고,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 특수고용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던 경영계가 국민의 72% 찬성으로 제정된 법의 무력화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후안무치한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밝혔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시행령 개정은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3~6개월 정도 기간에 개정이 가능하다"면서 "처벌을 피하는 데 급급하게 만든 현재 법을 장기적 관점에서 법리에 맞게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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