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나의 벗, 방황은 나의 좌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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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나의 벗, 방황은 나의 좌우명
  • 김이나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8.01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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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니까 사람이다…열심히 사는 당신,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최근 서점의 베스트 셀러에는 작은 변화가 감지된다고 한다. 물론 여전히 강해지기 위한 (적어도 멘탈은) 자기 계발서, 에세이, 심리학 전문서적들은 아직도 가로로 누워있는, 말하자면 특별 진열되는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이런 책들 바로 옆에 제목부터 신선한 심리학 에세이들이 자리잡고 있다.

 

▲ '이움받을 권리' / 인플루엔셜

가장 주목받은 책은 아마 “미움 받을 용기” 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제목은 일단 우리가 전혀 시도해보지 않은 조합의 두 단어이다.

미움과 용기.

어릴 때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즉 나의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게 되면서부터 가장 처음 말하는 단어가 무엇일까. 아마도 ‘좋아’, ’싫어’ 일 것이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 ‘사랑해’, ‘미워’ 를 할 줄 알게 될 것이다. ‘싫어’나 ‘미워’ 를 말하는 것 만으로도 아이는 동요하고 마음이 아프고 때로는 눈동자에 눈물이 차오를 텐데 더군다나 그런 말을 누군가로 부터 듣는다면 모든 걸 잃은 기분일 것이다. 누군가로 부터 미움을 받는다는 것만큼 힘든 것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런데 그걸 기꺼이 받아들이는, 아니 오히려 그걸 자초하는 데 용기를 내야하다니. 하지만 원치 않는 착한 사람 코스프레가 심각한 무력감과 의존성을 야기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되면서 미움을 감수하더라도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강한 의지로 이에 맞선다는 것은 충분히 납득되는 현상이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미움이라면 사회인으로서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단어는 실패일 것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 또 사회인으로 하루 하루 성과와 목표를 염두에 두고 살아가면서 실패는 가장 두려운 단어다. 미움 받기도 싫지만 실패했다고 낙인 찍히는게 더 두렵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고 그것도 어려움 없이 누구보다 순탄하게 목표를 달성 하고자 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성공”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았다. 무려 1만3,468권의 책이 추려졌다. 실패를 검색하니 1,498 권이었다. 사실 “실패”가 제목으로 들어간 책들도 “절대 실패하지 않는 0000” 라거나 “실패를 두려워지 않는 삶”, 뭐 이런 류의, 말하자면 실패의 전문서가 아니라 실패를 피하는 비결을 알려주는 지침서들이다. 미움받을 용기는 있을지 몰라도 실패할 용기는 없어보인다. 어느 누가 “루져”로 보이고 싶겠나.

작고한 대기업 회장님의 전무후무한(?) 성공 지침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역시 필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좌절했던 수많은 순간들을 성공의 스토리에 적절히 버무려 놓은 것이다. 성공이 있었기에 실패조차도 아름다워 보인다.

 

실패는 영어로 failure 혹은 fail로, 사실 실수라는 뜻도 포함한다. 실수라고 하면 잊혀질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패는 그야말로 나쁘게 마감한, 내가 예상한 결과와는 다른 끝맺음이다. 즉 우리가 자주 쓰는 “실패”란 단어는 타인에게 쓰기엔 너무나 가혹하고 나에게는 결과에만 연연하게 하는, 다소 매정하고 교조적인 근엄한 얼굴을 하고 있다.

살면서 겪게 되는 예기치 않은 결과들을 모두 다 실패라고 단정 짓기엔 우리의 삶은 정말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인데 말이다..

수 백 혹은 수 천번의 실수를 실패라고 여기며 좌절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자. 시험을 잘못 봤다면 실력 아님 실수 탓이다. 실패는 아니다.

결혼 생활이 순탄치 않아서 배우자와 헤어지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심사숙고의 함량이 부족했던지 더 이상 사랑으로 충전되지 않는 오래된 트랜지스터 라디오의 처분일 뿐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

 

실수와 시련은 나의 벗이고 방황은 나의 좌우명이다.

시련을 겪더라도 좌절하지 말자. 섣불리 실패를 논하지는 말자. 시작부터 넘어지고 생채기나도 언젠가는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게 되는 것처럼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에서나 대차대조표를 살펴보면 될 일이 아닌가.

 

그러하니 이런 묘비명은 어떨까.

 

“실수해야 사람이다.

열심히 살다가 떠난 당신은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단지 회한만 있을 뿐.

이것 역시 사람이기에.”

 

 

김이나씨 ▲몽고식품 마케팅 총괄 고문 ▲서울대학교 대학원졸(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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