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흔들리는 자본시장...매력 높이는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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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흔들리는 자본시장...매력 높이는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05.16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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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보유의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자기자본인 주식은 정해진 만기에 갚지 못할 경우 부도가 나며 금융시스템 위험을 키우는 채권이나 대출과 달리 가치 하락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빚을 내 주식 투자하는 경우도 많고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자산 가치 하락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가벼이 볼 문제는 아니다.

특히 신흥국들의 경우 미국의 긴축 속도가 빨라지면 미국보다 더 증시가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신흥국으로 평가되는 증시의 경우에는 다양한 안전판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국제 무역이나 직간접 투자를 위해 기축 통화인 달러 부채를 많이 지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외환시장의 불안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으며, 국내에 투자되어 있는 외국인들의 주식, 채권 매도를 완화시키기 위한 방법들도 강구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 8위권의 교역 규모 순위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여전히 마이너 통화로 인정받는 상황이다. 역대 우리 정부가 정부가 경상수지 흑자 기조의 유지와 외환보유고의 확충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결국 긴축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금융 상황의 악화 시기에 나타날 수 있는 국내 금융, 자본시장의 불안을 막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상당 부분 성공해 왔다고 평가된다.

외국인의 주식매도, 방치할 일 아니다

최근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를 감안할 때 원화 주식의 매력도를 높이고, 보유 필요성을 늘릴 수 있는 추가적인 방법들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특히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나타났던 국내 주식의 밸류에이션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드러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명명된 저평가 현상으로부터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 분명해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주가 급락과 이익 증가,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의 집중적인 원화 주식 투자를 반영해 20배를 넘었던 코스피의 트레일링 PER은 현재 9.6배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KRX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밸류에이션 수준은 과거 2000년 이후 전체 기간 평균보다 낮고, 경기 둔화 초기의 수준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다. 외국인들은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65조원의 원화 주식을 순매도 했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주식 매도는 우리 증시에 큰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러스트=연합뉴스

그렇다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교역을 확대하고,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외환보유고 규모를 꾸준하게 늘려가는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대외적 현상에 기인한 것이긴 하지만, 최근 몇 달간 나타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가 과도한 수준으로 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여기에 작년 말 종료된 한미 통화스왑을 다시 체결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글로벌 외환위기와 코로나19 충격 당시 한미 통화스왑 체결 이후 나타난 외환, 주식, 채권시장의 안정은 달러화로 뒷받침 여부가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 잘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외환시장의 안정성이 높아지면 환율 전망 자체가 자금의 유출로 이어지는 현상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려워져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주식, 채권을 보유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원화 주식시장을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도록 하는 일, 원화 채권시장을 주요 글로벌 국채지수에 포함되도록 하는 일은 늦출 이유가 없다.

이러한 지수들이 투자자들에게 벤치마크로 사용되는 것은 일종의 닻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나빠질 경우에도 투자자들은 이러한 지수를 중심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지수에 포함되는 시장이나 종목을 일정 부분이라도 보유하게 된다. 

게다가 이러한 지수들에 편입되는 것은 우리가 원한다고 바로 진행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의 진입과 마찬가지로 이들 지수에 편입될 때 오랜 기간 손익을 따져 왔기 때문에 지수 제공 기관들 역시 이 같은 부분을 엄밀히 따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그 동안 편입을 위해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을 잘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미 정부에서는 올해 6월 중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관찰 대상 포함, 올해 중 WGBI 편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글로벌 지수 편입의 단초라도 마련된다면, 국내 시장의 불안정성은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자본시장의 매력을 끌어 올려야

한미 통화스왑이나 국내 시장의 글로벌 지수 편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시장의 투자 매력을 끌어 올리는 일이다. 그리고 투자 매력이 높아지려면 결국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각 경제 주체, 즉 정부와 기업의 펀더멘털이 탄탄하게 유지되어야 하고, 자본시장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작동해 적절한 가치가 시장에서 평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적절한 재정 준칙을 준수해야 하고, 우선 순위를 잘 따진 장기적인 산업 및 기업 정책을 통해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기업들 역시 당연히 지금처럼 실적 제고에 힘쓸 뿐 아니라 배당 증대,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 친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여기에 시장 참여자들이 위험의 정도에 따라 가격 체계를 형성하는데 방해가 되는 각종 걸림돌도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더 큰 위험을 가진 투자자가 자금 또는 자산을 차입하는 데 더 낮은 비용을 지불하거나, 충분히 위험이 고지된 원금 비보장 상품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원금을 보전 받는 등의 일은 가급적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취약해진 경제 주체들의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가격 체계가 흔들리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시장의 선별 능력이 저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모든 일들이 이뤄져도 증시와 채권시장이 모두 안정적 가격 상승 흐름만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언급된 것들 이외에도 수많은 부문에 있어서 개선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글로벌화된 우리 기업들과 세계 10위권의 경제 및 교역 규모를 갖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자산가격 움직임을 나타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국가들, 특히 기축통화국인 미국 자체도 자산시장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 자산의 보유 매력도를 증대시키기 위한 각종 노력은 미국이 긴축을 하고 글로벌 금융시장 환경이 엄중해질 때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는 우리나라로부터의 집중적인 자금 유출과 자산 가치 급락 현상을 일정 부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동성의 축소는 우리 증시와 채권시장의 안전성을 높일 것으로 판단된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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