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숨막히는 봉쇄 정책, 중국 엑소더스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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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숨막히는 봉쇄 정책, 중국 엑소더스 시작되나
  • 박신희 베이징통신원
  • 승인 2022.05.13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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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자와 고급 금융 인력의 탈 중국 가속화
주변국으로 생산공장 이전 기업 움직임도 빨라져
中 부유층 중심 이민 문의 급증, 자국민 출국 제한
박신희 베이징통신원.

[오피니언뉴스=박신희 베이징통신원] 우크라이나 사태와 상하이, 심천, 광저우,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의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외국 고급 인력과 기업의 탈 중국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우선 해외투자자들이 대거 중국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3월에 중국이 미국 사모펀드로부터 조달한 투자액이 2018년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인 14억달러에 그쳤다. 자산규모가 1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중국스포츠 브랜드 투자를 취소했고 370억달러를 운용하는 영국투자회사 아르테미스 자산운용은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과 중국 최대 자동차 공유업체인 디디추싱의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발을 빼면서 중국에서 일하는 고급 금융 인력들의 탈출도 이어질 조짐이다. 

상하이에서 사모펀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멜빈 쉬는 “상하이시의 봉쇄 정책을 겪으면서 중국의 공무원들이 전혀 융통성이 없음을 느껴서 상하이를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헤드헌터 기업 리포스의 이사인 제이슨 탄은 "금융 인력들은 상하이의 강도 높은 봉쇄에 놀랐다"며 "이들 중 대부분은 봉쇄가 해제되면 상하이 탈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잇츠상하이’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상하이 거주 외국인 응답자 48%가 앞으로 1년 안에 상하이를 떠날 것이고 응답자37%는 봉쇄가 끝난 뒤 상황을 보고 상하이를 떠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금융회사의 100% 외국 지분을 허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금융 부분 통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들을 대거 상하이에 안착 시켰지만 이번 상하이 봉쇄조치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규모 축소 또는 철수 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상하이, 선전,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의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외국 고급 인력과 기업의 탈 중국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진=중신왕<br>
상하이, 선전, 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의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외국 고급 인력과 기업의 탈 중국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사진=중신왕 캡처

주변국 생산공장 이전하는 해외 기업들

해외 자본 및 인력의 탈 중국 움직임과 더불어 해외 기업들의 중국 탈출 움직임은 이미 본격화됐다.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정책, 미중 관계의 악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중국 시장 리스크를 확인한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중국 주하이에 위치한 카메라 제조업체인 캐논은 올해 1월에 공장 철수를 발표했다. 독일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도 코로나19로 인해서 텐진에 있는 자동변속기 공장과 자동차 생산 공장을 폐쇄했다. 지난해 연말에는 타이어 회사인 일본 브리지스톤이 광동성에 있는 공장 문을 닫았고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공장, LCD 공장, 컴퓨터 제조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삼성중공업이 중국 닝보 공장 문을 닫았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링크드인’이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고 미국 에픽게임즈도 중국에서 서버를 폐쇄했다.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터’ 같은 중국에 진출했던 언론사들도 중국 지사를 주변 국가로 옮기거나 확장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탈출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동안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전세계에 물품을 공급했던 해외 제조기업들이 중국 방역 정책에 의한 생산과 업무 차질을 겪으면서 한국,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주변국으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공장, LCD 공장, 컴퓨터 제조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2201년에는 삼성중공업이 중국 닝보 공장 문을 닫았다. 사진=유튜브 캡처

중국 부유층 중심, 이민 문의 급증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봉쇄 정책이 지속되면서 외국인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탈(脫)중국 바람도 거세질 전망이다. 장기간 진행되는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두려움과 실망감을 느낀 중국 부유층을 중심으로 이민 문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이민 서비스 회사인 QWOS의 한 직원은 파이넨셜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토요일에 200건이 넘는 상담을 했다”며 “너무 문의가 많아 만족할 만한 상담을 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트위터인 위챗의 검색지수에서도 4월 들어 ‘이민’에 대한 검색이 전달보다 7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이 일부 부유층은 인맥을 동원해 상하이를 탈출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임원인 자양칭은 지난달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18일간 상하이에서 격리를 경험했고, 지금은 상하이를 떠나 미국으로 왔다”고 올렸다. 중국 네티즌들은 자양칭이 방역 수칙을 어기고 인맥을 활용해 상하이를 빠져나갔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중국 공안부 산하 이민관리국이 12일 위챗 계정을 통해 자국민의 불필요한 출국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면서 향후 출입국 관련 증서 발급 역시 엄격히 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다른 나라로 이주하려는 중국의 부유층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에서는 장기간 진행되는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두려움과 실망감을 느낀 중국 부유층을 중심으로 이민 문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사진출처=바이두

깊어진 봉쇄 피로감, 달래기 나선 중국

2년 넘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해온 중국에서 기업과 국민들의 피로감은 갈수록 극심해지고 봉쇄 과정에서 드러난 인권 유린에 실망감을 느낀 국민도 점점 증가하면서 중국인들의 이민에 대한 요구도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피로감과 실망감으로 글로벌 기업과 고급 인력 그리고 부유층의 탈 중국이 현실화되자 당황한 중국 정부는 급히 글로벌 기업 및 인재 달래기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해외에서의 국내 입국을 신속하게 하고 중국 입국시에 격리기간도 줄여서 해외 기업들이 갖는 우려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최근 상하이에서 보여준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봉쇄 대처로 글로벌 기업들의 실망감이 더욱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과 인력의 탈 중국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탈중국에 있는 외국 기업들에게 탈 중국이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상황으로 변해가면서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강력한 방역 정책이 국제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글로벌 기업과 자본 그리고 인력을 내쫓는 현실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마저 받고 있다.

● 박신희 중국 통신원은 중국대중문화전문가이자 작가로  2006년부터 베이징에 거주하며 한중문화교류사업에 종사하고 있다. 카이스트 MBA를 졸업하고 홍익대 커뮤니케이션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7년 대한민국한류대상시상식에서 글로벌부문 대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중국문화산업', '중국인터넷마케팅', '그대만 알지 못하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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