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리차, 르노코리아 2대 주주로…'한국산 중국차' 美 시장 진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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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리차, 르노코리아 2대 주주로…'한국산 중국차' 美 시장 진출할까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5.11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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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 지분 34.02% 매입, 2대 주주로
국내 시장 '테스트 베드'로, 시장확대 나서
'한국산 중국차' 북미시장 '백도어' 가능성 도
지리자동차그룹이 르노코리아 지분을 확대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그룹 길리(이하 지리차)그룹이 르노코리아의 지분 34.02%를 확보하며 기존 삼성카드를 3대 주주로 밀어내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국내에서 지리차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 그동안 중국 차량에 대해 선입견과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던 국내 자동차 시장에의 변화와 한국을 우회한 북미시장 공략 여부에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르노코리아 2대 주주로 올라선 지리차

11일 르노코리아 측은 지리차 산하 오토모빌 홀딩스가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가의 신규 주식이 발행되면 지리 오토모빌홀딩스에서 이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지분 인수가 진행된다. 주당 가격은 5818원으로 총 매입액은 약 264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르노코리아의 지분 구조는 르노그룹 BV가 80.04%로 최대 주주다. 그 뒤를 삼성카드가 19.90%, 우리사주조합이 0.06%를 보유하고 있다. 신규 취득 방식을 거치면 삼성카드와 우리사주의 주식 수는 변함없이 지분율만 낮아지면서 지리차가 르노코리아의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삼성 브랜드 계약이 만료된 지난해 8월 르노코리아 지분 매각 의사를 밝혔던 삼성카드는 이번 지리차 지분 취득 과정에서 매각을 단행하지는 않았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르노코리아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매각 방식이나 대상, 절차 등과 관련해 구체화 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리 오토모빌 홀딩스는 앞서 르노그룹, 르노코리아 등과 함께 2024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친환경 신차 개발에 의기투합했다. 이번 지분 취득으로 협력 관계는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리차의 친환경 신차는 지리차 산하 볼보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CMA)에 르노의 외관 디자인이 합쳐진다. 

스테판 드블레스 르노코리아 대표는 “지리그룹의 이번 지분 참여 결정은 한국 시장의 높은 잠재력을 기반으로 르노코리아와의 합작 모델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의미”라며 “르노코리아는 지리그룹 합작 모델의 성공적인 준비에 일조할 수 있는 자구 노력도 함께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리차가 출시한 전기차. 사진=연합뉴스

지리차, 국내 시장 파고드나

지리차는 그동안 국내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다. 앞서 지리차와 한국자동차부품업체인 명신은 국내 전기 상용차 시장 공략을 위해 내년 6월부터 군산공장에서 전기 화물차 '싱샹'을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또 볼보와 지리차가 합작한 전기차 '폴스타2'는 1월 사전계약 개시 일주일 만에 연간 목표 판매량 4000대에 육박할 성과를 거두며 뜨거운 인기를 확인했다. 

지리차는 한국을 테스트 베드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 입맛을 충족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차에 대한 거부감과 불신을 불식시키겠다는 계산도 깔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리차와 르노코리아의 합작이 성공할 경우 중국산 브랜드의 국내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 도전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중국 전기버스는 이미 국내 업체보다 1억원 정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업체는 올해 미니트럭 출시까지 예고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버스는 모두 1275대로 이 중 중국 브랜드는 480대로 전체 판매량의 37.6%를 차지했다. 가장 많이 팔린 브랜드는 황해자동차의 E-스카이로 지난해 78대가 판매됐다. 비야디(BYD)의 e-버스와 하이거의 하이퍼스도 각각 76대 팔렸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중국 전기버스의 도전과 관련해 "수소버스 지원을 확대하고 탄소국경세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국경세는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다. 

2024년 지리차와 르노가 협업해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신형 친환경 차량을 생산 및 출시한다. 사진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전경. 사진제공=르노코리아

한국, 지리차 북미 진출 위한 거점?

업계에선 지리차의 한국시장 강화가 한국을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백도어(뒷문)'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본다. 지리차는 고급차 브랜드인 링크앤코로 유럽과 중동 등 주요시장에서 판매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시장은 아직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하고자 한국을 우회로로 쓰려는 시도"라고 해석했다.

로이터 역시 같은 분석을 내놨다. 매체는 지리차와 르노가 한국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할 당시 "지리차가 한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하고 한국서 생산한 자동차를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어 한국서 생산된 지리차는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지리차는 자본력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업체 지분을 잇따라 사들이고 있다. 기술력을 확보하고 내수용 저가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분석이 다수다. 2010년 볼보 지분 100%를 인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영국 스포츠카 업체 로터스 지분 51%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고, 메르세데스-벤츠 지분도 10%가량 인수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메이드 인 차이나로 글로벌 시장 공략이 어렵다보니 합작사 형태로 유럽과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서 "지리차와 볼보의 합작 브랜드 폴스타가 대표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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