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낯선 경제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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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낯선 경제 패러다임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7.2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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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정책방향’ 발표…시장원리에 부합하는지 점검 필요

 

문재인 정부가 2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우선 돈이 많이 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 발표 내용)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정책 방향은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패러다임을 요약한 것인데, 결론은 국민의 가처분 소득 증대를 적극 유도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쓸 돈을 넉넉히 쥐어주어 소비를 키우고, 이를 통해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 /기획재정부

 

문제는 국민들이 쓸 돈을 누가, 어떻게 마련해 주느냐는 것이다. 그 돈은 정부가 세금을 더 걷고, 기업으로 하여금 잉여 수익을 근로자들에게 더 나눠주게 해서 조성한다는 것으로 함축된다. 그러면서도 경제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4차 산업혁명이니, R&D 투자니,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니 하는 말들을 개념 없이 나열해 놓았다.

이번 발표에는 재정 소요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지난번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과제에서 5년간 소요금액 178조원을 예고했으니, 더 내놓을 게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니나 다를까,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명목세율 인상문제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경제장관회의에서 제기됐고, 더불어민주당의 요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은 세금을 더 걷어 국민들의 손에 쥐어주고,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노동 댓가를 많이 주라는 얘기다. 정부는 이를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패러다임이 어느 이론에서 나왔는지, 어느 나라에서 성공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경제부처 괸리들이 새정부 코드에 짜 맞추느라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성공할 가능성에 대한 담보가 없다.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를 3% 올린 것은 자랑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현 정부가 두 달 동안 이룩한 업적이 아니라, 대외 여건이 좋아지고 어쩌면 과거 정부가 해놓은 결과물이다. 특히나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긴 착시현상일수도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번 정부는 운이 좋다. 예정보다 일찍 정권을 잡았는데,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어려울 것이라던 경제가 갑자기 확 풀린 상태에서 정권을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수 확보 여건이 좋다. 이 좋은 여건에서 세금을 더 걷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려주면 이를 마중물로 해서 내수 진작을 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호조건이 언제까지 갈까. 중국 경제가 부채 더미에서 허우적거리고, 커져가는 글로벌 자산시장의 거품이 갑자기 터질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는데, 지금 날씨가 맑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우리 경제는 가물면 땅이 쩍쩍 갈라지다가 갑자기 폭우가 내리면 땅이 쓸려 내겨가는 천수답 경제나 다름없다. 대외여건에 좌우되는 우리 경제의 입장에서 보면, 언제 도 가뭄이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새 정부의 정책을 곰곰 씹어보면, 상당히 많은 압박이 기업에 가해지게 된다. 세수를 늘리면 가장 먼저 기업에 세금 부담이 커지게 되고, 근로자 임금을 올리면 그 부담도 기업이다. 기업을 옭죄어 내수를 부양한다는 것이 새 패러다임인가. 미국이나 프랑스를 보면 기업 활동을 지원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내수부양을 하는데,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패러다임은 거꾸로다.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기보다, 경제원리에 역행하는 구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그간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저하하고 기득권을 공고히 하는 구조적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낯설더라도 용기를 내고 도전하자"며 국민의 이해를 당부했다. 성공을 자신하지 못하면서 낯선 정책을 밀고 나가겠으니 도와달라는 것인데, 어쩐지 미심쩍다.

기업이 국민경제에 과중한 부담을 져야 할 경우 해외로 떠나기 쉽다. 굴지의 국내 기업들이 국민정서 상 그렇게 하지 못하더라도 투자를 꺼려하게 된다. 이미 국내 몇안되는 100년 기업인 경방은 최저임금 인상을 견디지 못해 베트남으로 떠나기로 했다. 기업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고 국내에 투자하라는 것은 넌센스다. 기업이 일자리의 원동력이다. 엔진이 꺼진 상태에서 정부가 홀로 밀어붙이는 수레가 제대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믿고 있단 말인가.

소득 주도 성장론에 결정적 결함이 있다. 가난한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빚 갚는데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가 많기 때문에 소득이 늘어나는 비율만큼 가처분소득이 늘지 않는 구조다.

 

▲ /기획재정부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은 또 인플레이션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완화를 동시에 취할 경우, 재정확대는 인플레이션을 야기하고, 이 경우 저소득층의 실질소득 증가분은 거품이 되고 만다.

일본 아베노믹스는 세가지 화살, 즉 재정확대, 금융완화, 통화절하를 통해 경제를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아베노믹스의 재정 확대만 차용했을뿐 금융완화, 통화절하에 대한 대책이 없다. 가계부채 억제정책을 강화하고 원화 절상이 이뤄질 경우 재정확대 정책은 다른 거시변수와 함께 상쇄되거나 반쪽 성공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경제에는 원리가 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른다. 시장은 물흐르듯 놓아두어야 하고, 정부는 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시장 원리와 어긋나게 인위적으로 조작할 경우, 시장은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보복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시장의 원리에 부합하는지를 다시 한번 점검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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