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규제 논란] ① 혁신기업 시장진입마저 막진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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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규제 논란] ① 혁신기업 시장진입마저 막진 말아야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5.03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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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 규제보다 '상생'·'성장'에 집중해야
샌드박스, 네거티브 규제 등 혁신 필요해
지난해 스타트업 시장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훈풍이 불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 결과 지난해 스타트업 총 투자 건수는 1186건으로 약 11조7287억원이었다. 외형적 성장과 함께 질적인 성장도 이루고 있는걸까. 해외에서 혁신기업으로 평가 받은 국내 스타트업이 정작 우리나라에선 규제에 발목이 잡힌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혁신을 가로막고 실효성마저 불분명한 규제라면 풀어야 마땅하다. 규제로 인해 성장판이 닫힌 스타트업들 실태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확인된 국내 유니콘기업은 18개사다. 유니콘기업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기업으로 창업·벤처 생태계의 규모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국내 유니콘 기업은 13개사였으며 지난해 집계 이래 최다인 7개사가 추가됐다. 새롭게 탄생한 국내 유니콘기업은 두나무(업비트, 가상자산거래소), 직방(부동산중개), 컬리(마켓컬리, 신선식품배송)와 빗썸코리아(빗썸, 가상자산거래소),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인테리어커머스), 당근마켓(중고거래플랫폼), 리디(리디북스, 콘텐츠플랫폼) 등 총 7개사로 각자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들로 나타났다.

'제2의 두나무' '제2의 컬리'를 꿈꾸며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불철주야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기술과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규제라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제한된 운동장 안에 갇힌 모습이다. 

휴대전화에서 펫나우가 개발한 앱을 켜고 강아지를 비추자 앱이 강아지 비문을 인식하며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펫나우

세계가 인정했지만 규제에 막힌 K스타트업

전 세계 스타트업의 무대이기도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국내 스타트업으론 유일하게 최고혁신상을 받은 기업이 있다. 펫나우는 반려견의 비문(鼻紋·코 무늬)을 인식하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반려견의 비문은 사람의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해 앱에 등록하면 유기됐을 때 주인을 손쉽게 주인을 찾을 수 있다. 펫나우의 기술은 펫 보험 대중화와 유실·유기동물 없는 세상을 향한 기술적 진보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국내에선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현행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선 동물등록 수단을 '무선식별장치(마이크로칩)' 부착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펫나우의 기술은 규제의 벽에 막혀 있는 실정이다. 한해 유실 또는 유기되는 반려동물은 13만 마리에 달하며 전국적으로 유기동물 보호소에 지출되는 예산은 해마다 37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해마다 9월이 되면 동물등록 캠페인을 벌이지만 실적은 미미하다.

정부는 법령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의 평가는 '아쉽다'로 요약된다. 절차가 너무 길고 그 사이 사업을 전개할 타이밍을 놓친다고 입을 모은다. 

공유 모빌리티 스타트업 이주상 네이처모빌리티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에서 외면받는 것보다 더 힘든 건 충분한 수요가 있는데도 법적인 규제로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라면서 "기존 시장의 이해관계로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을 막는 건 장기적으로 볼 때 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스타트업의 부흥을 위해 '상생'과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샌드박스 3년 

올해 초 정부는 2019년부터 2021년말까지 3년간 규제 샌드박스 혜택을 본 신기술 사업은 모두 632건이라고 밝혔다. 이 중 129건은 법령 개정 등 규제 개선으로 이어졌고 샌드박스에 참여한 기업은 4조8837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은 "심의를 통과한 기업 90%가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애초 규제샌드박스는 국내 스타트업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정작 외국 대기업이 수혜를 받는 아이러니를 낳기도 했다. 

2017년 9월 애플은 '애플 워치3'를 공개하면서 심전도 측정 기능을 처음 선보였다. 당시 애플은 "애플 워치를 통해 심장 건강 상태를 더 유의미한 방식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한국 구매자에게 있어 현실은 달랐다. 이 기능은 출시된 지 3년이나 더 지난 2020년 말이 돼서야 한국에서 상용화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웨어러블 기기로 심전도를 측정해서는 안 된다'는 정부 방침때문이다. 의료법은 '의료인은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 지식을 지원하는 원격 의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과거 보건복지부는 '웨어러블 기기의 데이터로 내원을 권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유권 해석했다.

국내 스타트업 휴이노가 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 '메모 워치'를 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문을 두드렸다. 휴이노는 메모 워치의 심전도 측정을 통한 부정맥(맥이 불규칙적으로 뛰는 증상) 진단 정확도를 99%까지 끌어 올린 뒤 상용화를 위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과기부는 2019년 2월 휴이노에 실증 특례를 허용했다. 향후 2년 동안 2000여명에게 메모 워치를 채워 심전도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다록 허용했다. 휴이노는 고려대 안암병원과 함께 환자 심전도를 24시간 모니터링하다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의사에게 전달하고 진료 결과에 따라 '병원 방문'을 안내했다. 

실증 특례 과정 끝에 보건복지부는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심전도 측정을 허용했고 2020년 3월 기존 유권해석을 폐지했다. 애플은 이를 근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애플의 심전도 측정 기능 사용 허가를 신청했고, 승인을 받아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시행해 한국에서 판매하는 애플 워치 4, 5, 6 제품에서 심전도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공유 킥보드도 비슷한 사례다. 국내 스타트업 '매스아시아'는 경기 화성과 세종 등지에서 실증 특례를 해 정부로부터 '자전거 도로에서 킥보드를 운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이후 이 혜택은 전 세계 1위 미국계 공유 킥보드 기업 '라임'도 함께 누리고 있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는 "혁신적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에게 있어 실증 특례를 위해 들이는 비용과 시간이 꽤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규제 샌드박스 역시 하면 안되는 것만 명확히 지정하는 '네거티브 규제' 등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샌드박스란

사업자가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일정 조건(기간·장소·규모 제한) 아래에서 시장에 우선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신기술이나 서비스가 국민의 생명·안전에 저해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임시허가’나 ‘실증특례’를 받아 사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합리적으로 규제를 개선하는 제도다. 오래된 법령이나 규제가 신사업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간을 벌어주고 그 동안 제도를 고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규제샌드박스는 지난 2016년 영국 정부가 처음으로 도입해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60여개국에서 운영중인 제도다. 아이들이 모래놀이터(sandbox)에서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것처럼 시장에서의 제한적 실증을 통해 신기술을 촉진하는 동시에 이 기술로 인한 안전성 문제 등을 미리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9년 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금융위원회·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가 각각 샌드박스를 운영하고 있고 국무조정실이 이를 총괄하고 있다.

임시허가는 법령 개정 전까지 시장 출시를 선제적 허용해 주는 방식으로 유효기간은 보통 2년+2년(처음 2년 후 1회 연장)이다. 사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유효기간 만료 전까지 법령 정비가 안될 경우 임시허가 연장이 가능하다. 실증특례는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하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사업을 테스트할 수 있게 허용해주는 방식이다. 통상 2년이고 이후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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