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삼성전자, 최고 실적과 최저 주가의 딜레마
상태바
[권상집의 인사이트] 삼성전자, 최고 실적과 최저 주가의 딜레마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2.05.02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급변을 넘어 격변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 외부 환경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늘 기대 이상의 실적을 만들어낸다.

지난 달 28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삼성전자는 78조원에 육박한 매출과 14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 연속 역대 최고 분기매출을 지속적으로 경신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늘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남긴다. 

아이러니한 건 최고 실적이 발표된 날, 삼성전자는 6만 4800원이라는 52주 신저가를 또 한 번 경신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분기 대비 19%에 가까운 매출 향상과 50%가 넘는 영업이익 향상을 기록하는 경이적인 성과를 창출했음에도 주가는 경이적인 속도로 빠르게 하락했다. 보통 호실적이 발표되는 날 주가가 상승하는 것과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의문부호가 달린 삼성전자의 경쟁력 

삼성전자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현상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 중 핵심은 역시 반도체와 모바일에 있다. 두 사업부문은 59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1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서버, PC 수요 증가와 갤럭시 S22 출시 등의 효과로 시장 전망을 훨씬 상회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외부 불확실성을 상쇄할 정도의 탄탄한 기본 역량을 입증한 성과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분기마다 새로운 기록을 창출하고 있음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미국 금리 인상과 외국계 자금 이탈 현상 심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외부적 요인은 삼성전자의 주가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주가를 모두 끌어내렸다. 주가를 하락시키는 불확실한 요인을 두 가지 꼽자면 단언컨대 금리와 전쟁이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내부 역량에 대해서도 여전히 수많은 전문가들은 의문부호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호실적을 해마다 기록한 삼성전자로선 억울할 수 있지만 이미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는 글로벌 최상위 기업에 맞춰져 있다. 예컨대,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삼성은 항변하지만 라이벌 TSMC와의 격차는 올해 더 벌어질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파운드리는 시스템 반도체 외주 생산을 뜻하기에 5G, 자율주행, AI 등의 트렌드와 맞물려 중요성이 한층 더 높아진 분야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TSMC와의 격차를 어떻게 메울지 뚜렷한 전략적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누적 주가 상승률에서 TSMC가 14%의 상승률을 보인 반면 삼성전자는 정반대의 마이너스 14%를 기록했다. 

올해 초 스마트폰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게임최적화서비스(GOS) 이슈도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았다. 신뢰를 강조한 삼성전자가 고객을 기만했다며 수천 명의 갤럭시 구매자들은 집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첨단산업에서 차별화 전략을 추구해야 할 삼성전자가 원가절감 전략을 고수해 제품의 질적 혁신보다 양적 성장에 치중했다는 평이 나온 이유이다. 

삼성전자가 9조원 넘게 투입, 인수한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에서도 아직 괄목할만한 실적이 나오진 못한 상황이다. 하만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6% 넘게 성장했으나 올해 1분기 실적은 여전히 매출 2조 67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M&A 당시 하만의 순자산보다 4.4조원 넘게 초과 지출했음에도 하만의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역대 최고의 실적을 발표했으나 주가는 하락세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폭락 후 다시 2배로 떠올랐던 삼성전자 주가 법칙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떨어지자 삼성전자의 임원 21명이 총 5만주 넘게 장내에서 주식을 매수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다.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을 하면 보통 주가가 상승 곡선을 타는 것과 달리 주가는 그 날도 하락세를 거듭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3월 24일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이후 25일 연속 매도 공세를 펼쳤다. 유례 없는 집중 매도였다. 

물론 삼성전자의 주가에 대한 음모론 역시 존재한다. TSMC와의 격차,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역량 보완, 반도체 및 스마트폰 이외 신성장동력의 부족은 몇 년 전부터 삼성전자의 보완사항으로 꾸준히 거론된 요인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초, '십만전자'라는 목표까지 다다를 정도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았다. 

높은 주가 상승을 보이자 국내 소액투자자가 정기예금보다 삼성전자 주식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판단, 매수한 이후 주가 하락이 거듭되고 있다는 음모론은 그래서 나돈다. 삼성전자 주식에 참여한 국내 개미투자자는 현재 600만명에 육박한다. 수익에 민감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600만명의 개미투자자와 수익을 나눌 마음이 없는 건 불편한 진실이다.

그럼에도 개미투자자가 삼성전자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일종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폭락 후 1~2년 사이에 2배 이상 주가가 오르는 패턴을 항상 보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40만원이던 주가는 2009년 80만원선을 회복했고 2011년 9월 72만원으로 떨어진 주가는 2012년 9월 136만으로 뛰었다. 폭락 후 2배는 삼성전자 법칙으로 불린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4만8000원까지 떨어진 주가가 2021년 초, 9만6800원으로 다시 떠오르자 폭락 후 2배는 삼성전자 주가 법칙으로 개미투자자들에게 각인되었다. 끊임없는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폭락 후 2배를 변함없이 믿는 다수의 투자자들은 지속되는 하락에도 삼성전자 주식 사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소액투자자들은 폭락 후 2배를 기다리고 있다. 

평범한 성과 아닌 초격차 혁신이 필요하다

이보다 중요한 점은 삼성전자의 내부 혁신에 있다. ‘삼성전자는 절대 안 망한다’는 투자자들의 믿음과 달리 조직 내부에선 ‘삼성전자는 절대 안 변한다’는 믿음이 팽배해 있다. 직장인들이 애용하는 블라인드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성과와 달리 내부는 여전히 원가절감과 단기성과에 집착하고 있다는 구성원들의 불만,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만의 TSMC처럼 주식 일부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방법을 거론하는 전문가도 있으나 이는 모두 단기 처방에 불과하다. 폭락 후 2배가 아닌 지속적인 2배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평범한 호실적보다 초격차 혁신을 할 수 있는 실험정신이 강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내부 구성원이 가장 불만을 제기하는 사항은 원가절감과 미래 안목 부재에 있다.

원가 절감으로는 삼성전자가 자주 언급하는 구글과 애플을 넘어설 수 없다. 어쩌면 원가절감으로 인한 최고 실적이 시장의 실망을 불러내 최저 주가로 돌아왔는지 모른다. 시장은 이제 삼성전자에게 평범한 성과가 아닌 초격차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