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그룹, '성수동 공장 부지 매입'... 3세 승계위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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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그룹, '성수동 공장 부지 매입'... 3세 승계위한 결정?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4.27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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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사돈' 삼표에 성수동 부지 수의매각 결정…
현대제철 "특혜 아니다"
업계 "시장가 바녕된 매매가 결정돼야"
서울시 성수동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서울에 남은 몇 안되는 금싸라기 땅이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684번지 일대의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 

삼표그룹이 현대제철로부터 임대해 사용하던 해당 부지는 그동안 소음, 미세먼지, 폐수, 교통불편 등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지난 2017년 이후 공장이전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공장 운영주인 삼표산업, 땅주인인 현대제철 간 100여차례 넘는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매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삼표그룹이 공장 부지를 현대제철로부터 사들인 뒤 서울시 등과 협의해 개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면 공장을 철거하겠다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결국 공장 건립 45년 만에 철거가 성사됐다. 공장은 6월까지 철거될 예정이다. 재계는 오랜 진통 끝에 철거 수순을 밟는 성수동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를 주목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매매 대금관련 특혜 논란이며 또 다른 하나는 3세 승계다. 

"굳이 사돈 기업에"…현대제철 특혜 의혹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삼표 레미콘 공장과 부지에 대한 재산평가를 실시했다.

평가 결과 부지의 평가액은 3965억원으로 4000억원에 조금 못미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1종일반주거지역인 해당 부지의 용도가 준주거지나 일반상업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가치는 수직상승할 것"이라면서 "주변 시세를 감안할 때 준주거지역만 돼도 평당 2억원, 일반상업지역으로 바뀌면 용적률에 따라 평당 3억~4억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장부지가 약 2만8000㎡(약 8500평) 정도임을 감안할 때 1조원에서 2조원 가량의 미래 가치가 점쳐진다. 

상당한 개발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대제철은 삼표그룹에 부지를 매각했다. 이 지점에서 현대제철을 거느리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처가'인 삼표그룹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다.

유학 중 만난 정지선 씨와 결혼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맏사위다.

이에대해 현대제철은 "특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혜 시비와 관련해 핵심은 매매 가격이다. 재계 관계자는 "수의계약 형태로 친족기업에 매각이 결정된 만큼 특혜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합당한 수준에서 매매가격이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용도변경과 용적률 조정 등 부담이 큰 부지인데다 활용 방안을 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도 짙어 해당 부지의 가치를 단정짓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당장 철거에 주력하고 있고 한동안은 공터로 남을 공산이 커 여러 기회비용을 감안해 매매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사진)이 2016년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빈소를 침통한 표정으로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성수동 부지, 삼표 3세 승계 '돈줄'되나

성수동 레미콘 공장 부지가 삼표그룹 경영권 승계에 있어 '돈줄'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지난 2004년 설립된 에스피네이처(설립 당시 대원)는 2013년 신대원, 2017년 삼표기초소재, 2019년 경한·네비엔 등 그룹사들과 연이어 합병하며 몸집을 키웠다.

그룹 차원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에스피네이처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71.95%를 보유한 삼표그룹 장남 정대현 삼표시멘트 사장이다.

이외 24.48%는 정도원 회장의 두 딸 정지선(9.6%)·지윤(14.4%) 씨 등이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정 사장의 개인회사다. 

증권가에선 삼표그룹의 승계를 마무리 짓기 위해 에스피네이처를 상장하거나 아예 지주사인 삼표와 합병 또는 주식교환 등을 추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제기한다. 어떤 시나리오가 됐건 에스피네이처스의 기업가치 극대화는 승계를 위한 핵심 사안이다. 

승계에 있어 성수동 부지는 호재다. 우선 공장 철거로 삼표산업의 자산과 실적은 축소된다. 자연스럽게 지주사인 삼표의 기업가치도 하락한다. 삼표와 에스피네이처스의 합병 시나리오를 상정할 때 삼표의 기업가치 하락은 상대적으로 에스피네이처스의 기업가치가 더 커 보이는 효과를 내며 합병비율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오너일가에 유리한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성수동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에스피네이처스에 상당한 일감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피네이처스는 삼표그룹의 주요 사업인 레미콘, 시멘트, 물류, 환경자원 등 사업과 함께 슬래그(철강 제조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로 시멘트 원료가 됨)·플라이애시(화력발전소에서 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연소재로 콘크리트 혼합재로 주로 사용), 건설 폐기물 중간·재생 등 처리업을 영위하고 있다. 공장 철거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사업군이다. 또한 에스피네이처는 자회사 농업법인 대원그린 등을 통해 조경사업도 병행하고 있어 성수동 공장 부지 개발 과정에서 상당한 일감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에스피네이처는 부동산 임대 및 개발업도 영위하고 있다. 

삼표그룹은 정도원 회장이 지분율 65.99%로 지주사인 삼표의 최대주주다. 정대현 사장의 지분율은 11.34%다. 삼표는 삼표산업과 삼표시멘트를 각각 지분율 98.25%와 54.96%로 지배하고 있다. 에스피네이처는 지주사 삼표의 지분 19.43%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대현 사장은 에스피네이처의 지분 71.95%를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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