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잃은 증시...증권가는 왜 '저가매수' 안 외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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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잃은 증시...증권가는 왜 '저가매수' 안 외치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4.27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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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움직임 눈에 띄게 둔화
주가 하락은 추가 손실 징후라는 인식도 확산
글로벌 주식시장이 마치 날개를 잃은 듯 추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주식시장이 마치 날개를 잃은 듯 추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글로벌 주식시장이 마치 날개를 잃은 듯 추락하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23% 이상 추락해 본격적인 약세장 속에 머물고 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월에만 8% 가까운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 또한 2630선대까지 내려앉으며 저점을 낮춰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면 '저가매수' 심리가 두드러지면서 급격한 하락을 막아내는 역할을 하지만, 최근에는 이같은 움직임은 도무지 보이지 않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 기회'임을 강조하던 증권가 조차도 지금은 저가 매수 기회가 아니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주목된다. 

저가매수 기회 아닌 추가 하락 시그널?

저가매수(바이더딥, Buy the dip)는 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락한 주식들이 빠르게 급등하는 것을 경험했던 투자자들에게 있어서는 더욱 믿을만 한 전략이 됐다. 

그러나 최근의 움직임은 조금 다르다.

주가가 급락하면 저가매수 기회가 아닌, 오히려 추가적인 하락을 암시하는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엿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다리서치가 추적한 옵션 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ETF의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 매수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 전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기술주 중심의 하락세가 지속됐지만, 기술주 상승에 베팅하려는 투자자들은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반다리서치의 분석가인 루카스 맨틀은 "개인 투자자들이 그들의 돈을 잃는 것에 조금 지쳐가고 있다는 초기 징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가매수 전략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둔화된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댄 피피톤 온라인중개업체 트레이드제로의 최고경영자(CEO)는 "올 들어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이른바 밈 주식의 움직임이 잦아들면서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크게 둔화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에는 최근 시장이 전례없는 위기에 놓여있다는 인식도 한 몫했다. 

마켓워치는 "지난 10년간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은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책을 사용해왔고, 많은 이들은 이 과정에서 저가매수 전략을 익혀왔다"며 "하지만 이미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상황에서 중앙은행들은 더 이상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정책을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시장이 약 10% 이상 하락하면 더욱 위험하고 위축된 영역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며 "10%의 하락이 언제 30~40%의 손실로 바뀔지 미리 알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같은 전망은 이어진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물가와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상반기에 선반영됐고, 하반기 그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인플레와 긴축 영향에 따른 본격적인 경기둔화 양상이 증시에 새로운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지는 시점에서 금융시장은 경기침체 가능성을 주가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는 "실제로 경기침체가 도래한다면 역발상적으로 주식은 매수 기회가 되지만, 침체 확률이 상승하는 혹은 침체의 형태를 고민하는 현 시점에서 주식 메리트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저가매수 없다면 증시 하락세 더욱 깊어질 수 있어

저가매수 전략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는 점은 주식시장의 추가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게임스톱이나 AMC엔터 등 밈 주식은 물론이고 테슬라 등의 거대 성장주에도 강하게 베팅하며 코로나19 이후 시장을 움직이는 강력한 세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하락장에서 매수에 나서지 않는다면, 시장 하락세를 방어할 수 있는 힘도 약해진다는 뜻이 된다. 

증권사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이제 저가매수는 믿을 수 없는 전략이 됐다"며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딥을 매수하면 더 광범위한 시장 매도세가 완화될 수 있지만, 이들이 저가매수를 거부한다면 올해 주식시장은 훨씬 혹독한 한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많이 빠진 주식이 아닌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주식이 유리하다는 조언도 내놓고 있다. 

마켓워치는 "투자자들은 종종 많이 오른 주식이 반드시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상 최고가에서 주식을 사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그러나 금융시장이 장기간에 걸쳐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내증시에서는 유틸리티 업종의 역발상 투자 시점이 도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변 애널리스트는 "경기둔화 혹은 침체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한 방어적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유틸리티 업종의 점진적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며 "최악의 업황을 보여주고 있는 유틸리티는 정권이 바뀌었다는 점과 향후 경기둔화 본격화에 따라 2022년 업황이 바닥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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