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엔화...글로벌 증시 뒤흔들 악재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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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엔화...글로벌 증시 뒤흔들 악재 되나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4.2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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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정책으로 채권매입 축소 나서는 미 연준
엔화 약세로 일본 투자자들에 미 국채 매력도 낮아져
미 국채 시장 흔들리면 주식시장도 타격 입을 듯  
일본 엔화의 가치 하락이 휘청이는 글로벌 주식시장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일본 엔화의 가치 하락이 휘청이는 글로벌 주식시장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일본 엔화의 가치 하락이 휘청이는 글로벌 주식시장을 더욱 힘겹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본 엔화가 미 달러화에 대해 20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이것이 비단 일본 증시 및 경제 뿐만 아니라 미 국채 시장에도 나쁜 소식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 주식시장이 미 국채금리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엔화의 흔들림이 주식시장의 새로운 악재 요인이 될 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엔화였지만, 이제는 가뜩이나 흔들리는 시장에 새로운 악재 요인이 된 셈이어서 그 위상의 추락에도 주목되고 있다. 

엔화 약세, 미 국채시장에는 큰 악재 

엔화는 25일 기준 달러당 128.3엔을 기록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달러당 129엔을 넘어서기도 했는데 이는 엔화의 가치가 2002년 4월 이후 2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엔화는 올 들어 달러대비 12% 하락했으며, WSJ이 추적한 41개 통화 중 올해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엔화의 약세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온도 차에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가 8.5% 상승했지만, 일본의 경우 1.3%를 기록했다. 일본의 지난달 근원 물가는 0.8% 올라 2019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일본은행이 목표로 하는 2%에는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의 정도가 다른 만큼 미국은 보다 공격적인 긴축 정책으로 방향을 틀고, 일본은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양국간의 통화정책이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장기물 국채 수익률에서도 큰 격차로 이어졌다. 일본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0.25%로 비교적 낮은 반면,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2.9%를 넘어선 상황이다.

이론적으로는 미국의 비교적 후한 수익률은 일본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는 이같은 상황에서 엔케리 트레이드가 성행하기도 했다. 엔케리 트레이드란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미 국채를 비롯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율 변동으로 인해 환헷지 비용이 올라가면서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즉, 엔케리 트레이드 후 이를 청산해 엔화를 확보해야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엔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달러 자산을 다시 엔화로 교환하면 그 수익률이 사라지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환헷지 비용을 감안한 일본과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 차이는 불과 0.2%포인트에 그친다. 

WSJ은 이를 언급하며 "일본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팔고 미 국채를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률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대규모 채권 매입을 축소할 것임을 시사했는데, 미 국채 시장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는 바로 일본 기관 투자자들이다.

연준이 채권 매입을 줄이면 일본 투자자들이 시장에 늘어난 물량을 흡수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앞서 언급한대로 미 국채를 보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제한적인 만큼 이 물량을 소화할 투자자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국채가격의 하락, 즉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고, 이는 미 주식시장에는 큰 악재 요인으로 작용한다. 

피터 부크바 블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는 "국채시장에서 매도가 이뤄지면 주식시장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웰스파고 "가까운 미래에 엔화 135엔까지 오를 수도"

엔화가 강세로 방향을 틀 경우 이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역시 기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WSJ은 "헤지펀드들은 여전히 엔화가 추가 하락한다는 데 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일본은행이 개입할 것이라는 전망 또한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퍼스트이글 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이다나 아피오는 "일본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금리인상을 정당화할 만큼 뜨겁지 않다"며 "엔화가 더 떨어지면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웰스파고는 매우 가까운 미래에 달러당 135엔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브랜던 매케나 애널리스트는 "일본은행과 연준의 정책이 계속 엇갈린다면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우리는 130엔까지 가는 것은 확실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만일 일본은행 정책 입안자들이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달러당 엔화가 135엔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재무상 "나쁜 엔저...일본 경제 피해 클 것"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일본 수출기업들에는 호재로 작용해 일본 경제에 우호적일 수 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포천은 "역사적으로 일본 지도자들은 엔화 약세를 경제적 호재로 환영했지만, 최근 일본 정부와 재계 지도자들은 엔화 하락세가 너무 가파른 것에 겁을 먹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어느 쪽이냐 하면 나쁜 엔저라고 생각한다"며 "엔화약세로 인해 일본 경제에 가해지는 피해가 그 어떤 이익보다도 훨씬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엔화 약세는 수출기업에는 호재가 되지만, 수출은 현재 일본 경제의 약 15%만을 차지한다는 것. 이는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미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기여도다. 

수출 영향력이 적은 반면 엔화 약세는 석유, 원자재, 식품을 포함한 수입비용을 상승시킨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수입 비용 상승을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할 수 없는 상태. 

국제통화기금(IMF)의 라닐 살가도 아시아태평양 담당은 "엔화의 급격한 하락이 수입비용 상승과 소비지출 감소로 연결되면서 일본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가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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