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와 소나무가 한몸으로 사는 태백산 신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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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와 소나무가 한몸으로 사는 태백산 신흥사
  • 김인영 기자
  • 승인 2017.07.2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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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줄기 천년 고찰에서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다

 

태백산 신흥사는 신라시대에 지어진 고찰이다. 이 절에서 감동적인 것은 경내에 자라는 나무다. 두 가지 종류의 나무가 한데 한 몸이 되어 자라는 색다른 모습을 이 절에서 볼수 있다.

배롱나무와 소나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배롱나무에 소나무가 얹혀 있다. 뿌리와 아랫 부분은 배롱나무, 줄기와 윗부분은 소나무다.

근덕면에 빠져나와 마읍천에 걸린 좁은 다리를 건너면 울창한 숲길이 나오고, 태백산 신흥사라고 쓰여진 일주문이 나타난다. 마을 이름은 동막리.

통일신라 말 민애왕 1년(838년)에 범일(梵日)국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범일은 나중에 대관령 산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승려로, 강릉 단오제의 주신중 하나다.

 

▲ 신흥사 보호수. 아래는 배롱나무, 위는 소나무. /사진=심성학

 

태백산의 한 줄기가 동해로 뻗어 내려오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주변에 아름드리 나무가 가득하다. 실개천이 흐르고, 울창한 숲 속을 따라가다 빛 바랜 단청의 고찰이 어우려져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촬영지로 알려진 곳이다.

대웅전 앞에 보호수로 지정된 배롱나무를 만나게 된다. 배롱나무 등걸 안쪽에는 소나무가 우뚝 자라고 있다. 소나무를 뱃속에 부둥켜 안고 있는 배롱나무의 삶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가끔 일란성 쌍둥이가 몸이 붙은 채 태어났다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하지만 이 나무는 쌍둥이는 아니다. 서로 탄생시기가 다른 것이 분명하다.

이 나무 앞 안내판은 “배롱나무에 소나무가 자연적으로 생육 공생”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먼저 자라던 배롱나무 위에 소나무가 얹혀 자라면서 한 몸으로 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 이 나무는 배롱나무일까, 아니면 소나무일까. 설명서는 배롱나무(소나무)라고 쓰여 있다.

찬찬히 살펴보면 아래는 배롱나무이고, 그 중간에 소나무 줄기가 솟아나 자라고 있다. 뿌리를 내린 것은 배롱나무이고, 소나무는 배롱나무 뿌리에서 올라온 영양분을 나눠 먹고 있는 것이다.

수령은 200년이라고 했다. 그 수령은 배롱나무의 나이를 말하는 것이다. 소나무가 언제 배롱나무에 빌 붙어 살았는지는 알 길이 앖다. 소나무의 나이가 어림잡아 20~30년쯤 될까.

아마도 배롱나무가 늙어 수명을 다할 무렵에 소나무 씨가 배롱나무의 썩은 부분에 내려앉아 뿌리를 내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높이 5m, 둘레 1m이고, 이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버팀목을 대어 놓았다. 2001년 9월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08호로 지정되었다.

 

배롱나무

배롱나무는 여름내 꽃이 핀다. 여름내 꽃을 피우므로 ‘나무백일홍(木百日紅)’이라고도 한다. 한 송이가 오랫동안 버티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꽃들이 차례로 피어나는데 그 기간이 100일이라는 얘기다.

낙엽성 교목이다. 대개 3∼4m쯤 자라고 간혹 10m쯤 되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롱나무는 강릉 오죽헌에 있다. 전남 순창군의 군화(郡花)로 이 지역에 군락지가 많다.

줄기가 매끄럽다. 중국에서는 파양수라고 부르는데 매끄러운 줄기를 긁어주면 모든 나뭇가지가 흔들리면서 간지럼을 타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청도에서는 ‘간지럼나무’라 하고 제주도에서는 ‘저금 타는 낭’이라고 부른다. 배롱나무는 중국이 원산으로 그 꽃을 자미화(紫薇花)라 부른다. 배롱나무는 사람이 일부러 심지 않으면 스스로 번식할 수 없는 나무다.

 

배롱나무에 소나무가 안긴 모양은 우리나라에서 종종 발견된다.

경북 문경시 산북면 운달산 소재 김룡사 경내에는 배롱나무 줄기에서 싹이 튼 소나무 한그루가 10여년 전부터 자라고 있다. (관련글, 배롱나무 줄기에 웬 소나무가?????????)

또 경남 진해시 불모산 성흥사 대웅전 마당에도 배롱나무 중간쯤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관련글, 배롱나무에 억지로 안긴 소나무)

 

강원도 태백산 신흥사, 경북 운돌산 김룡사, 경남 불모산 성흥사 모두 신라시대 만들어진 사찰들이다. 천년 이상 이 땅을 지킨 고찰에 무슨 조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근년에...

 

▲ 보호수 아랫모습. 배롱나무와 소나무가 접해 있는 부분이 뚜렷하다. /사진=심성학
▲ 신흥사 보호수 겨출 모습 /사진=김인영

 

배롱나무와 소나무의 결합. 참으로 특이하다.

배롱나무는 온대성 식물이며 활엽수, 낙엽수다. 이에 비해 소나무는 냉대성, 침엽수, 상록수다.

성질이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수종이 좁은 공생지역에서 하나의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설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 다른 종자가 하나가 되어 더불어 사는 것, 그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요, 대관령 산신의 뜻이 아닐까.

 

시인 최두석(강릉대)의 시 ‘불혹의 소나무’를 소개한다. 이 시에도 배롱나무와 소나무 얘기가 나온다. 아마 강릉 오죽헌에 있는 배롱나무와 소나무(율곡송)를 읊은 게 아닌가 생각된다.

 

<< 불혹의 소나무 >>

 

꽃샘바람 부는 날

나는 문득 불혹의 소나무 되어

몸 벗은 배롱나무 바라보네

 

칙칙한 껍질에 비늘잎 촘촘히 달고

겨울을 견딘 소나무 되어

바람을 알몸으로 맞는

배롱나무 아름다운 몸매 바라보네

 

꽃다운 꽃 한 번 피우지 못한

궂은 생애의 사내가

온몸의 숨구멍마다 꽃송이 돋을

목백일홍 화사한 여름날 그려보네

 

질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배롱나무 꽃가지에 앉았다가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가는

숨막히는 그날을 그려보네

 

꽃샘바람에 새삼 목은 일 떨구며

몇 살이 되면 껍질을 벗고

붉은 살결로 봄맞이 할까 생각하네

 

▲ 신흥사 동종 /사진=김인영
▲ 신흥사 /사진=김인영
▲ 신흥사 /사진=김인영
▲ 신흥사 /사진=김인영
▲ 신흥사 대웅전 /사진=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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