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연대기Ⅱ]⑧ 넷플릭스 오리지널 10년사 (2)-OTT 제국의 시작, '하우스 오브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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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연대기Ⅱ]⑧ 넷플릭스 오리지널 10년사 (2)-OTT 제국의 시작, '하우스 오브 카드'
  •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 승인 2022.04.22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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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선택, 13시간짜리 영화를 고민하던 데이비드 핀처
넷플릭스, 파일럿 없이 1억 달러 질러
새로운 관점, 미디어-콘텐츠 시장 새로운 강자 만들어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겸임교수

[문동열 우송대 테크노미디어융합학부 겸임교수] 전체 시즌 평균 로튼 토마토 평점 77%, IMDb 평점 10점 만점에 8.7.

이 유명한 두 사이트의 평점이 콘텐츠의 완성도를 전적으로 대표할 수는 없겠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시작을 상징하는 작품으로서 ‘하우스 오브 카드 (House of Cards)’는 상대적으로 완벽하게 훌륭한 작품 만은 아니다.

우리가 ‘릴리해머’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첫 작품을 이야기할 때도 그랬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작품을 이야기할 때 작품의 완성도가 아닌 이 작품이 현대 콘텐츠 비즈니스에 끼친 산업적 영향을 먼저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OTT 공룡이라 불리며 전 세계 2억이 넘는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사람들에게 인지되기 시작한 첫 작품으로서 ‘하우스 오브 카드’는 아마도 100년이 지난 뒤에도 반드시 거론될 ‘역사적인 작품’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1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 1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캡처

새로운 프로덕션 방식에 대한 도전

하우스 오브 카드는 1990년 방영된 영국 BBC의 정치 드라마 시리즈를 각색한 작품이다. BBC는 1989년에 출판된 마이클 존 돕스 (Michael John Dobbs)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영국 보수당 정치인이자 작가인 돕스는 자신의 정치 경험을 소설에 잘 녹여냈고 BBC 판 하우스 오브 카드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8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제작을 마무리 중이던 영화 감독 데이비드 핀처는 에이전트로부터 BBC 판 '하우스 오브 카드'를 소개받았고, 그는 이 작품이 주는 매력에 관심을 가진다.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1을 제작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 사진출처=뉴욕 필름 페스티발
하우스 오브 카드 시즌1을 제작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 사진출처=뉴욕 필름 페스티발

많은 사람들은 핀처가 영화가 아닌 TV 시리즈에 관심을 주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고, 그들의 우려에 대해 핀처 감독은 이 작품이 2시간짜리 영화가 아닌 13시간짜리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다.

핀처 감독의 이러한 접근은 그가 늘 가지고 있던 2시간짜리 영화에서 보여줄 수 없던 새로운 캐릭터 묘사에 대한 그의 탐색과 고민에 대한 답을 제공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그의 이러한 생각이 그때까지의 TV 드라마가 가지고 있던 제작 산업 구조와는 조금 결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에피소드 별로 매주 1회씩 끊어서 방영을 해야 하는 TV 드라마는 유입된 시청자를 계속 드라마에 묶어 두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고민해야만 했다. 하나의 에피소드에 하나의 이야기를 결말 지으며 전체 에피소드를 구성해가는 전통적 방식의 TV 드라마는 핀처가 생각한 13시간짜리 영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러한 핀처의 생각과는 별도로 하우스 오브 카드 미국 판권을 가진 독립 스튜디오 MRC (Media Rights Capital)는 전통적인 방식대로 HBO나 Showtime, AMC같은 전통적인 드라마 제작 네트워크와 접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MRC는 전혀 새로운 제안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넷플릭스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데이빗 핀처 감독과 주연 배우들. 2013년 1월 17일 영국에서 열린 하우스 오브 카드 프리미어에 참석한 모습. 사진=게티 이미지
하우스 오브 카드의 데이빗 핀처 감독과 주연 배우들. 2013년 1월 17일 영국에서 열린 하우스 오브 카드 프리미어에 참석한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새로운 관점

릴리 해머 이후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한 넷플릭스는 HBO나 다른 네트워크가 부른 금액보다 더 많은 1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을 불렀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넷플릭스의 이러한 행보를 ‘무모하다’고 평가했다.

‘넷플릭스가 네트워크 강자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1억 달러를 쓴다고 하지만 큰 지출이 반드시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넷플릭스의 무모한 도전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하우스 오브 카드의 주연인 케빈 스페이시는 ‘모든 네트워크가 하우스 오브 카드에 관심이 있었지만, 그들은 파일럿 (드라마를 만들기 전에 미리 제작하는 한편, 만일 파일럿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본편은 제작되지 않는다)을 원했다. 넷플릭스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시청자 데이터만 가지고 1억 달러를 쓰겠다고 결정했다’며 넷플릭스의 이러한 행보를 ‘전혀 새로운 관점’이라고 불렀다.

스페이시가 말한 넷플릭스의 새로운 관점은 파일럿 없이 1억 달러를 지르겠다고 한 넷플릭스의 결정에 ‘감동한’ MRC와 시즌 전체 공개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새로운 방식으로 13시간짜리 영화에 대한 정답을 찾아낸 핀처 감독을 만족시켰다. 모두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지금의 OTT 공룡이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 걸린 데이비드 핀처와 케빈 스페이시라는 두 이름값은 넷플릭스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그들의 행보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게 했다. 2013년 2월 1일 하우스 오브 카드의 첫 번째 시즌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고 그 동안 무모한 넷플릭스의 도전을 비난하던 목소리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선구자를 칭송하는 목소리로 바뀌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같은해 9월 스트리밍 오리지널 콘텐츠로서는 처음으로 에미상 3개 부문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미디어-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계속)

●문동열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LG인터넷, SBS콘텐츠 허브,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 금융부 등에서 방송,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해왔다. 콘텐츠 제작과 금융 시스템에 정통한 콘텐츠 산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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