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벨 생수 열풍 잇는다…식품업계 특명 "포장 덜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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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벨 생수 열풍 잇는다…식품업계 특명 "포장 덜어내기"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04.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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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 줄이기로 탄소감축 나선 식품업계
생산방식·소재 연구개발도 활발
트레이를 종이 소재로 대체한 롯데제과 제품. 사진제공=롯데제과
트레이를 종이 소재로 대체한 롯데제과 제품. 사진제공=롯데제과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지난달 25일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시행되며 산업 전반의 탄소중립 행보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농업, 생산, 유통, 소비 등 전 과정에 걸쳐 전세계 온실가스 3분의 1을 수준을 배출하는 식품업계의 체질 개선이 촉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식품업계는 '포장지 줄이기'로 탄소 감축에 시동을 걸고 있다. 친환경 포장으로 가치소비 수요를 잡고 ESG경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식품 포장지 "빼고 줄이고 바꾼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8.0 ECO 1.5L.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8.0 ECO 1.5L. 사진제공=롯데칠성음료

무라벨 생수는 식품업계 포장 줄이기 행보의 롤모델 격이다. 생수 시장에서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2020년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8.0 ECO 1.5L' 제품으로 시작된 무라벨 생수 바람은 업계 전반에 빠르게 퍼졌다. 제주삼다수, 백산수, 평창수, 석수, 용암수 등 주요 생수 브랜드가 일제히 라벨을 없앴다.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무라벨 생수 판매량은 약 2억 9000만개로 전년 대비 1670% 증가했다. 이는 롯데칠성 전체 생수 판매량의 32%에 달한다. 무라벨 생수 열풍은 소비자 역시 불필요한 포장보다 친환경성, 분리수거 편의성이 높은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오리온 플렉소 인쇄 제품. 사진제공=오리온
오리온 플렉소 인쇄 제품. 사진제공=오리온

제과업계 역시 불필요한 포장용기를 줄이고 얇은 포장재나 친환경 포장 소재를 개발하는 등 '덜어내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리온은 초코칩 쿠키의 중국 내수용 공장 생산 물량에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판매 제품에는 여전히 트레이가 사용되고 있으나 제거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오리온은 '플렉소 인쇄'에도 주력하고 있다. 플렉소 인쇄는 기존에 사용되는 '그라비어 인쇄'가 음각 인쇄인 것과 달리 양각 인쇄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잉크 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잉크와 함께 사용되는 유해 화학물인 유기용제 사용량도 함께 줄어든다. 

오리온은 플렉소 인쇄를 활용한 제품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말 플렉소 인쇄설비 2호기 가동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2호기 가동을 통해 오리온 전체 제품 중 80%에 플렉소 인쇄 포장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오리온의 설명이다. 

크라운해태는 올해 홈런볼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친환경 소재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부드럽고 파손되기 쉬운 홈런볼 과자의 특성상 트레이의 완전 제거는 어려워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홈런볼이 트레이를 바꿀 시 연간 700여톤의 플라스틱 감축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심 둥지냉면 띠지 포장 생산 이미지. 사진제공=농심
농심 둥지냉면 띠지 포장 생산 이미지. 사진제공=농심

농심도 제품에 따라 플라스틱 포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 지난해 생생우동 4개 묶음 포장을 비닐이 아닌 '띠지'로 변경한 데 이어 지난 13일 둥지냉면 묶음 포장 제품에도 띠지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농심은 이를 통해 연간 약 27톤의 플라스틱 필름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생생우동과 둥지냉면의 경우 면이 트레이에 담겨있어 띠지 포장으로도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적어 우선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지난 1월 무파마탕면의 묶음포장을 투명 비닐로 교체한 바 있다.

롯데도 친환경 포장에 박차를 가했다. 롯데는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녹생인증사무국으로부터 녹색기술을 인증 받은 '녹색인증 포장'을 마가렛트 제품에 도입한 이후 이 포장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어 트레이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던 카스타드와 엄마손파이의 트레이를 종이로 대체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트레이 소재를 바꾼 후에도 제품 파손에 대한 항의는 없었으며 친환경적 기업 이미지를 얻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 역시 친환경적 인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인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화학물을 줄이기 위해 유기용제 타입의 잉크에서 에탄올 베이스의 잉크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포장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얇은 포장지나 재활용 필름을 연구·개발하려는 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제품의 포장지가 얇아지면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줄어 제작이 필요한 비용도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필름의 경우 대체 포장재로 각광받고 있는 종이가 최소한의 제품 보호 기능을 갖추기 위해 필요로 하는 소재다. 관계자는 "오로지 종이로 식료품을 보호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내부에 사용되는 필름을 재활용 가능 소재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단일재' 포장 사용 촉구…업계 개발 박차 

자료제공=환경부
자료제공=환경부

지난 2월 환경부가 '합성수지 재질 용기 및 트레이 류 포장재'의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조정하면서 글로벌 포장 트렌드인 단일재 포장지 개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그간 '재활용 우수' 등급으로 평가받던 복합재질의 용기나 트레이 포장재를 '재활용 어려움' 등급으로 조정했다. 재질이 복합되어 분리가 불가능한 경우 재활용 또한 어렵다는 이유다. 단일재질 포장재는 '재활용 우수' 등급이다.

홍동곤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이번 개정을 통해 관련 업계에서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재질 포장재를 단일재질로 전환하여 자원순환과 탄소감축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단일재로 이뤄진 '유니소재'가 포장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유니소재란 소재의 재질을 단일화해 재활용성을 높인 미래형 친환경 소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의 등급 조정으로 식품업계가 단일재 포장지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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