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지금은 장기 자산 배분을 다시 고민할 때다
상태바
[최석원 칼럼] 지금은 장기 자산 배분을 다시 고민할 때다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04.15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글로벌 물가가 급등하며 각국 금리도 같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3월 미국 소비자물상승률은 8.5%로 지난 1981년 이후 41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2.7% 이상으로 올라섰다. 작년말 1.5% 수준이었으니, 1.2%포인트 오른 셈이다.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다. 지난 수년간 2%를 넘지 못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3월 4.1%를 기록했고, 국채 10년물 금리는 3.3% 근처까지 올랐다. 작년말 2.25%보다 1%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수년간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던 유럽 각국 금리도 플러스로 올라섰다. 

반면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가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코스피 기준 2700포인트가 상당히 강한 하락 저항선 역할을 하고 미국 증시도 폭력적인 하락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증시는 작년말 대비 7%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도무지 상승하지 못하고 있고 미국 증시도 6% 내려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점 대비 15% 이상 낮은 수준이고,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하락 폭은 더 심해서 코스닥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10%, 12% 떨어져 있는 상태다. 이미 악재를 반영했다는 평가로 반등하는 날들도 나타나지만, 전반적인 증시 상황은 지난 1년 반 정도의 활황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자 이제 10년 이상을 고려하는 장기 자산 배분의 기본적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식을 중심으로 한 위험자산 위주의 장기 자산 배분을, 에너지 가격을 중심으로 한 고물가와 고금리, 위험자산보다는 안전자산에 유지한 환경에 적합하게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실제로 과거 장기적인 자산 가격의 흐름, 자산별 투자수익률의 흐름을 보면 이 같은 주장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주장은 얼마나 타당할까? 확인을 위해 크게 다섯 종류의 자산군에 대해 기간별 투자수익률을 계산해 보았다. 대상으로 고려한 다섯 종류의 자산군은 다음과 같다. 주식, 장기채권, 주택, 원유, 금이다(주식은 S&P500 지수, 장기채권은 국채 10년물, 주택은 중위주택가격, 원유는 WTI 배럴당 가격, 금은 트로이온스당 가격. 원유와 금은 달러 가격 기준).

물론 이 외에도 다른 여러 자산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 다섯 자산군으로 제한한 것은 안전과 위험자산, 금융과 실물자산이라는 매트릭스를 감안할 때, 이 같은 선택은 타당해 보인다. 많은 개별 자산이 이 분류에 포괄되고, 이들 만으로도 상당 수준의 분산 효과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장기 자산가격 추이

일단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들 자산군의 일관된 시계열이 확보되는 1970년부터의 누적수익률을 보면 금과 주식이 각각 약 50배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원유는 45배를 기록했다. 반면 장기채권은 22배, 주택 중위가격의 경우에는 약 17배로 나머지 3개의 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미 있게 낮은 성과를 나타냈다.

52년의 기간 동안 자산 배분을 유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불합리하고, 실질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모든 투자자는 기간에 따른 자산 배분을 통해 경제적 환경뿐 아니라, 산업구조의 변화 등을 반영한 자산 배분 변화에 나선다는 얘기다. 심지어 전략적 자산배분이 부채의 구조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기관투자자조차도 장기 자산 배분에서는 환경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구간을 나누었을 때 어떤 특징이 발견될까? 사실 구간을 나누는 행동 자체가 매우 자의적이고, 이에 따라 실적이 매우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 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주었던 세 개의 사건을 기준으로 구간을 나누면 상당히 의미 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이러한 사건은 크게 오일쇼크, IT버블, 2008년 금융위기를 들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라 1970~1980년, 1981~1999년, 2000~2010년, 2011년 이후 네 구간으로 나누면 첫 번째와 세 번째 구간에서, 그리고 두 번째와 마지막 구간에서 유사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미국 장기 자산가격 추이. 자료=Refinitiv

먼저 오일쇼크가 지속된 기간과 IT버블 붕괴 이후 금융위기 붕괴 직후까지는 원유와 금 가격이 가장 높은 기간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주식과 채권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거뒀다. 그런가 하면 높아진 금리에도 불구하고 실물자산에 대한 수요가 유지되며 부동산 가격도 상승 추세가 유지됐다. 예를 들어 2000~2010년의 경우 비록 금융위기 당시 주택 가격이 급락하긴 했지만, 급락 전의 급등으로 10년 전체로 보면 30%를 넘는 수익률이 기록됐다.

이와는 달리 1981년 이후 20년간, 그리고 2011년 이후 현재까지는 주식이 압도적인 성과를 나타냈다. 특히 80년대에는 완만한 상승을 보이더니 90년대 들어서는 거의 폭등하는 모습을 보였고, 2011년 이후에도 초기 7~8년에 비해서 이후 몇 년간 더 큰 폭으로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반면 두 기간 모두에서 금과 원유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최근 들어 유가가 오르긴 했지만, 지금 WTI 가격은 2011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장기채권과 주택 가격이 선방했다는 점인데, 이는 물가와 금리가 내렸기 때문이다. 다만, 절대금리 수준이 높았던 1981년 이후 20년 간은 채권 투자수익률이 주택 투자수익률을 압도했던 반면, 최근 10년 간에는 낮은 금리로 주택 투자수익률이 더 높았다. 

한국은 어땠나

같은 자산군을 대상으로 한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안타깝게도 한국의 경우에는 의미 있는 채권가격과 주택가격 지수를 구할 수 있는 시점이 길지 않아 1986년부터 살펴봐야 한다(한국의 경우 채권은 3년만기 회사채, 주택은 서울아파트매매가격 기준).

먼저 전체 구간을 살펴보면 1986년 이후 35년간 우리나라 자산시장의 승자는 회사채였다. 3년만기 회사채 투자를 매년 반복했을 경우 해당 기간 중 약 19배의 성과가 난 것이다. 반면 주식은 3000포인트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10배를 기록해 12배 오른 주택 가격보다도 낮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미국채 10년물기 5배, 주가가 19배 오른 것과 반대의 모습이다. 같은 기간 주택 가격은 미국에서 4.5배 올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압도적으로 더 올랐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장기 자산가격 추이. 자료=Refinitiv

한국의 경우에도 구간을 나누어 살펴봤다. 전체 구간의 길이는 다르지만 미국과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1986~1999년, 2000~2010년, 2011년 이후 현재의 세 구간으로 나누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유사한 현상과 함께 다른 현상도 발견됐다.

일단 첫 번째 구간을 보면 주식, 채권, 주택 투자가 금과 원유 투자에 비해 압도적 실적을 내 준 것은 같지만, 우리는 회사채 투자가 가장 수익률이 높았고, 주식과 주택이 비슷한 정도의 수익률을 보였다.

두 번째 구간에서는 금과 원유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나타낸 점은 비슷하지만, 미국에서는 가장 저조했던 주식이 유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올랐던 점이 달랐다.

마지막 구간에서도 주식과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같았지만, 주식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미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에는 작년부터 서울 아파트 가격이 주가 상승률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주목해야 할 몇가지 시사점

이 같은 관찰은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 번째는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산군 선택은 투자자에게 매우 다른 투자수익률을 안겨 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초기 포트폴리오를 지금까지 유지한 경우보다, 새로운 구간을 앞두고 금, 원유→주식, 주택→금, 원유→주식, 주택으로 포트폴리오를 변경한 경우의 수익률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반대로 선택을 잘못했을 경우에는 매우 낮은 수익률을 경험했을 수 밖에 없다. 장기 전망에 따른 자산 배분의 변경이 의미를 갖는 이유다.

둘째, 금리의 방향성과 수준이 전체 자산군 선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하락하거나 장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국면에서 주식과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반대의 경우에는 금과 원유 등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결국 물가가 금리를 통해 자산군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셋째, 위험자산 선호 시기에 미국에서는 주식이, 우리나라에서는 주택(특히 서울지역 아파트)이 상대적으로 좋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특히 우리나라 주식의 매우 높은 변동성과 부진한 과거 실적은 계속 이러한 경향성을 강화하는 형태였다. 산업구조와 신흥국 시장으로의 한계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앞으로도 참고할 만한 시사점이다. 이는 미국의 경우 장기적 자산 배분상 주식이 유리하지 않아 보여도 비중을 극단적으로 줄일 필요가 없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주식 비중을 의미 있게 줄이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미국이나 우리나라 모두 주택 가격은 다른 위험자산에 비해 일관되게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물가가 높아 금리가 오를 경우에도 주택은 중위험, 중수익 자산군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얘기인데, 높은 금리에 따른 디레버리징 효과에도 불구하고 고물가를 헤지하기 위한 실물자산 투자가 이를 상쇄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든 우리나라에서든 전체 자산 배분에서 부동산을 일정 부분 유지해야 할 이유다.

다섯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구간에 대한 판단이다. 특히 지금은 과연 어떤 시기로 봐야 할 것인가? 주가의 투자수익률이 압도적인 네 번째 구간이 더 연장될 것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다시 한번 원유와 금 등의 자산이 금융자산을 압도하는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봐야 할까?

만약 이번 물가 상승과 금리 상승이 대세의 시작이라면 주식 비중을 줄이고 금과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이 주식과 채권 투자에 비해 바람직할 것이다. 특히 앞의 시사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의미 있는 배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고점 이후 내려가고 이에 따라 금리도 내려가기 시작한다면, 이는 여전히 주식 투자 구간이 유지되는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현재 모든 투자자들이 물가와 금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4일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1.25%에서 0.25% 포인트 올린 1.50%로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심상찮은 물가상승 압력을 이번 금리인상 결정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 상반기가 중요한 이유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올해 상반기는 매우 중요하다. 경기 침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기대 물가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가 판명될 시기이기 때문이다. 기대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결국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강도가 높아지면서 경기 침체가 잇따를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훼손과 에그플레이션이 잡히더라도 전쟁과 탈세계화, 에너지 무기화 등이 나타날 경우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사실 아직까지 상당 수의 투자자들은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을 믿고 있고, 경기 연착륙과 물가 안정을 기대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증시 하락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반등이 나타나는 것은 이러한 기대를 반영한다.

하지만 아직 예단할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상반기 중에는 위험자산 투자에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 장기 자산 배분의 대대적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 살필 필요가 있다. 즉, 실제로 물가가 내려갈 것인지, 즉, 중앙은행들이 경기 방어와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한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