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1위 롯데도 손든 '새벽배송'...블루오션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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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1위 롯데도 손든 '새벽배송'...블루오션 아니다?
  • 김솔아 기자
  • 승인 2022.04.14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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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투자비용·출혈경쟁에 적자 일색
마트업계 대안은 오프라인 활용한 '빠른 배송'
​롯데마트몰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한다. 사진=롯데온 홈페이지 캡처
​롯데마트몰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한다. 사진=롯데온 홈페이지 캡처

[오피니언뉴스=김솔아 기자] 유통업계 1위인 롯데그룹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한지 2년만에 전격적으로 서비스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새벽배송 시장의 경제성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일고 있다. 대안으로는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빠른 배송이 떠오르고 있다.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은 오는 18일부터 롯데마트몰의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2년만이다.

롯데온은 "친환경 경영의 일환으로 과대 포장과 탄소 발생을 줄이고, 더 신선한 상품을 안전하게 배송해드리기 위해 새벽배송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중단하는 대신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으로 한 바로배송 서비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면서도 이익은 불투명한 새벽배송을 떠나, 강력한 오프라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빠른 배송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투자 대비 경쟁력 확보 어려운 새벽배송 시장

사진제공=마켓컬리
사진제공=마켓컬리

새벽배송은 높은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며 여전히 '블루오션'으로 불리는 시장이다. 현실은 다르다. 새벽배송에 뛰어들었다가 수익은커녕 손실만 입고 떠나는 업체가 늘고 있다.  

롯데온의 새벽배송 서비스 도입도 이커머스 사업 성장을 위한 당연한 절차로 받아들여졌다. 이커머스 업체들의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며 업계 표준이 '새벽 배송'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벽배송 시장에서 투자 대비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시장을 선점한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과 경쟁하려면 이들과 견줄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갖추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위한 물류 시스템 구축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신선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상온, 냉장, 냉동 물류 센터가 필요하다. 이러한 물류 센터를 전국 곳곳에 세워야 늦지 않게 배송할 수 있다. 심야 시간대에 배송이 진행되므로 배송 인력에 투입되는 비용도 일반 배송보다 크다.

새벽배송 시장의 강자로 일컬어지는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도 시장 진입 후 아직까지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유통 1위인 롯데 역시 신선식품 새벽배송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새벽배송에 기존 대형마트 인프라를 활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오전 0시부터 10시까지의 영업이 금지된다.

롯데의 오프라인 역량에 초점

롯데 세미다크스토어. 사진제공=롯데쇼핑
롯데 세미다크스토어. 사진제공=롯데쇼핑

이러한 상황에서 롯데는 '마트 신선식품 바로배송'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롯데가 가진 오프라인 인프라에 집중해 온라인 시장에서의 경쟁력까지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대형마트 점포의 유휴 공간에 자동화 설비를 갖추고 영업 시간에 바로배송 서비스를 실시하면 전국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새벽배송 물류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것보다 비용 부담이 훨씬 덜하다.

롯데마트는 매장에 피킹(Picking)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스토어와 매장 뒤편에 상품 선별 포장 자동화 설비를 갖춘 세미 다크 스토어를 확대해왔다. 이에 작년까지 수도권, 광주와 제주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했던 바로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이 늘었다.

전국 곳곳의 롯데마트 점포가 물류 거점으로 활용된다면 이커머스 플랫폼의 물류센터보다 더 촘촘하고 빠른 배송이 가능해진다. 오프라인 판매가 기반이니 재고를 폐기 할 일도 없다.

롯데마트 바로배송 서비스의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의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바로배송이 가능한 매장 인근 주민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동네 마트에서 주로 장을 보던 중년 여성 고객분들도 바로 배송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셨다"고 설명했다.

최근 롯데마트는 오프라인이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신선식품'이라는 판단 하에 매장 내 신선식품 비율을 높이는 리뉴얼도 단행해왔다. 배송 경쟁에서도 이와 같은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슷한 길 걷는 홈플러스, 퀵커머스 노선 탄 이마트

롯데와 같은 맥락으로 신선식품 비중을 키워가고 있는 홈플러스는 배송 서비스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다. 오프라인 역량을 기반으로 온라인 사업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홈플러스는 오프라인 점포를 이커머스 배송 기지로 활용하며 온라인 매출을 키워왔다. 점포에서 온라인 주문에 맞춰 상품을 골라 담는 '픽커(picker)' 고용도 확대하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에 1시간 즉시 배송을 도입했다. 1시간 즉시배송 매출은 출시 4개월 만에 275% 늘어난 바 있다.

쓱고우 로고.
쓱고우 로고.

이마트는 롯데마트, 홈플러스와는 결이 다른 퀵커머스 사업을 론칭했다. 기존 점포를 거점으로 활용하지 않고 새로운 물류 거점을 마련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이마트는 지난 7일부터 퀵커머스 배송 서비스 '쓱고우'를 시범운영 중이다. 서울 논현동에 물류 거점을 마련해 강남과 서초구 일부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거점엔 이마트가 쌓아온 그로서리 물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냉장, 냉동, 상온 물류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벅스 배달 서비스도 함께 운영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쓱고우는 최소 2만원 이상 주문 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며 3000원 배달비를 별도로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장을 보는 주요 소비자들은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는 퀵커머스의 물류 기지보다 익숙한 마트의 신선식품이 더 믿음직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대형마트가 이런 인식을 잘 파고든다면 즉시 배송에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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