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버티는 MLCC' 개발 삼성전기, 日 아성 기술 균열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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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버티는 MLCC' 개발 삼성전기, 日 아성 기술 균열 내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4.12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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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日 독점 150℃ 보증 파워트레인용 MLCC 개발
사실상 日 독점 MLCC 시장, 삼성전기 시장점유율 확대
韓·日 간 MLCC 시장 글로벌 점유율 경쟁 격화
삼성전기자 섭씨 150도의 보증온도를 제공하는 파워트레인용 MLCC 개발에 성공했다. 사진제공=삼성전기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삼성전기가 오직 일본만 넘었던 MLCC(적층세라믹캐파시터) 사용환경 섭씨 150도 벽을 뚫었다. 삼성전기는 섭씨 150도를 보증하는 전장용 MLCC 13종을 개발해 글로벌 자동차 부품 거래선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지난 11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섭씨 150도를 보증하는 고신뢰성 전장용 MLCC는 일본 무라타와 TDK 등 일본이 사실상 독점해 생산해 왔다. 삼성전기가 이번에 기술력을 확보하면서 일본의 아성에 균열을 내는 동시에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에 개발한 제품은 가로 3.2mm, 세로 2.5mm인 3255 크기에  22㎌(마이크로패럿)의 고용량 제품부터 1608 크기에 220㎋(나노패럿) 용량의 소형 제품까지 다양한 크기와 용량으로 구성됐다.

쌀알보다 더 작은 크기의 MLCC. 사진제공=삼성전기

섭씨 150도가 중요한 이유

파워트레인은 자동차 엔진부터 구동바퀴까지 모든 장치로 동력을 만들어내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력과 열을 발생한다. 내부 동작 온도가 섭씨 150도까지 올라가기에 자동차 파워트레인용 MLCC는 부품 내구성과 신뢰성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MLCC는 보증온도 이상의 환경에서 오히려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전기용량이 감소하는 특성이 있다. IT 기기에서는 보증온도 섭씨 85도, 일반 전장에서는 섭씨 125도, 자동차 파워트레인에선 섭씨 150도 보증이 요구된다. 

삼성전기가 개발한 MLCC는 섭씨 150도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용량 감소 없이 정상 동작이 가능한 특성을 만족한다. 김두영 삼성전기 컨포넌트사업부장(부사장)은 "IT보다 가혹한 극한환경에서 사용하는 자동차 제품은 개발이 어렵고 그 중에서도 파워트레인용이 가장 어렵다"면서 "독자적 유전체 개발 등 재료와 제조 공법을 차별화해 전장용 MLCC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전기의 전체 MLCC 시장 글로벌 점유율은 25% 수준으로 전 세계 2위다. 하지만 전장용 MLCC로 범위를 좁히면 10% 미만으로 크게 줄어든다. 전장용 MLCC 글로벌 1위부터 3위가 모두 일본 기업이다. 1위 무라타제작소와 2위 TDK에 이어 다이오유덴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다이오유덴과 3위 자리를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번 기술 개발을 발판 삼아 올해 전장용 MLCC 사업에서 무라타에 이은 확고한 글로벌 2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손가락 위에 올려 놓은 MLCC(왼쪽)와 A4 종이 단면보다 가는 MLCC 모습. 사진제공=삼성전기

글로벌 점유율 40%로 1위, 무라타제작소

세계 최대 MLCC 제조사는 일본의 무라타제작소다. 글로벌 점유율은 대략 4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25%의 삼성전기와 다이오유덴(15%), TDK(12%)를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도와주는 부품이다. 스마트폰, PC, 자동차 등 대부분 전자제품에 사용되며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5G 이동통신망을 쓰는 스마트폰엔 1000개, 신형 전기자동차엔 1만3000개 정도의 MLCC가 들어간다. 첨단운전보조시스템(ADAS)이 탑재된 전기차의 경우 이전 자동차와 비교해 2.7배, 자율주행 전기차는 3.3배 더 많은 MLCC를 탑재한다. 무라타제작소는 이 중 5G 등 고급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초소형, 고용량 제품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제품 두께는 머리카락 굵기(0.3mm) 수준이고 가로 0.4mm, 세로 0.2mm에 불과하다. 

2021회계연도 3분기(12월) 기준 무라타제작소는 매출 4714억엔(약 4조7000억원), 영업이익 1139억엔(약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컨센서스 대비 매출은 6.4%, 영업이익은 35.3% 높은 어닝서프라이즈였다. 일본의 회계연도는 한국과 달리 4월1일부터 이듬해 3월31일까지로 무라타제작소는 통상 4분기(3월) 실적을 매년 5월1일즈음 발표했다. 시장에선 4분기 무라타제작소의 실적이 반도체 수급 불안에 따른 스마트폰과 자동차 수요 약세로 '다운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무라타제작소 역시 4분기(3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와 35% 하락할 것이라는 가이던스를 내놨다. 

그럼에도 MLCC 시장의 향후 전망은 밝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망라하고 연료 소비와 모터 제어를 위해 각종 센서와 전자제어장치(ECU) 탑재가 늘면서 MLCC 시장은 연평균 9%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전장용 MLCC 수요가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5620억개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술 고도화로 MLCC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 삼성전기와 아성을 지키려는 무라타제작소 등 일본 기업 간 경쟁이 향후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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