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의 인사이트] 'MBTI 열풍', 믿을 만한 근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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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의 인사이트] 'MBTI 열풍', 믿을 만한 근거는 없다
  • 권상집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 승인 2022.04.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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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자신과 상대의 성향을 확인하는 것만큼 흥미로운 건 없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상황대처 및 대인관계 설정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력을 통해 계발할 수 있는 영역인 역량과 달리 사람의 성격, 성향은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기에 상대와 나의 성격을 추정하는 건 사회생활의 슬기로운 활용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최근 누구를 만나든지 자신의 MBTI를 공개하거나 상대의 MBTI를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연예인들의 프로필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MBTI 결과가 소개된다.

이번 대선 기간에도 각 당의 유력 후보는 자신의 MBTI 성향을 공개하며 유권자의 관심을 끌었다. 가볍게 생각할 예능 소재는 이내 진지한 교양의 영역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과 상대의 성향을 확인하기 위해 MBTI를 활용한 포맷이 등장하더니 급기야 TV 강연 및 교양 프로그램에서 해당 결과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이를 조직관리 및 리더십 개발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모 금융사는 공채 지원자에게 자신의 MBTI 유형을 소개하라고 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MBTI에 왜 열광할까

연예인들이 MBTI로 자신의 성향, 성격을 소개하자 SNS를 자주 활용하는 일부 최고경영자(CEO)들도 자신의 MBTI를 공개하며 네티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인터넷에서 인기를 누리던 MBTI의 활용도가 예능 프로그램에 이어 교양 프로그램으로 확대되었고 이를 참고로 일부 기업들은 신입사원 선발 및 조직관리에 MBTI를 활용하기 위한 세부 방안을 적극 고민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모 금융사는 자신의 MBTI 유형이 지원 직무에 어떤 도움이 될지 상세한 작성을 지원자에게 요구했으며 일부 기업은 채용 사이트에 당당하게 특정 MBTI 유형을 선호하며 일부 유형은 선호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올렸다. 또 특정 기업은 면접에서 지원자에게 자신의 성향을 MBTI를 통해 설명하라고 해 지원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분석심리학자인 카를 융(Jung, Carl)의 개인 심리 유형을 토대로 만들어진 진단 검사이다. 해당 검사는 열풍이 불기 전부터 상당수 대학과 회사에서 개인의 성격,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었다. 그리고 기업교육에 해당 결과를 활용하는 기업들도 현재 적지 않다.

해당 검사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일부 성격 검사와 달리 16개 유형으로 결과가 도출되어 폭넓은 설명이 용이한 것처럼 보이고 유형을 확인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안 걸리는데다 결과도 직관적이기 때문이다. 50년 가까이 해당 검사가 개발·보완된 점, 융이라는 저명한 정신분석학자의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졌기에 대다수는 MBTI의 신뢰도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사진=MBTI

타당도와 신뢰도가 부족한 MBTI

최근 필자에게도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이 “MBTI를 통해 인재를 선발하려고 하는데 어떤 유형이 조직에 적합하지 않나요?”라고 종종 문의해 온다. 구체적으로 MBTI를 바탕으로 심층면접 문항을 개발해달라는 기업도 있었다. 교양 프로그램과 언론에서 MBTI의 활용도를 적절히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 시작하자 정말 해당 결과가 옳다고 믿는 모습이다. 

맹신하는 이유가 있다. 국내 모 언론사는 포춘 500대 기업의 80%가 MBTI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조직관리에 참고해야 한다는 특집기사를 내보냈으며 상당수 교양 프로그램과 유튜브에선 해당 결과가 타당도 면에서 정확하다는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INTJ, INFJ 유형은 체제를 전복할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니 위험하다'는 근거 없는 평가는 그래서 도출된다.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 없이 단언컨대, MBTI는 신뢰도와 타당도가 떨어지기에 믿을 것도, 활용할 것도, 참고할 것도 못 된다. 필자가 박사과정 시절, 조직행동 및 조직심리 분야의 석학 교수들에게 MBTI를 활용한 리더십 및 조직혁신에 관해 논문을 쓰고 싶다고 언급했다가 그야말로 박살 난 경험이 있다. MBTI는 연구할 만한 그리고 참고할 가치도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MBTI는 융의 분석심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융 조차 자신의 저서 '심리학적 유형'에서 "모든 개인은 각각의 유형을 벗어날 수 있으며 해당 결과는 완벽하지 않다"라는 부정적 평가를 이미 내렸다. 1993년 교육연구 학술지(Review of Educational Research)에 게재된 ‘MBTI의 유용성’ 논문에서는 ‘MBTI 결과는 참고하거나 신뢰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경영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경영관리 학술지(Journal of Management)에 1996년 게재된 ‘관리자를 위한 MBTI 활용’ 논문에서는 통계 분석 결과, MBTI는 그 어떤 부분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없다’라며 이를 조직관리에 활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 이후 경영학, 심리학, 교육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에서 MBTI를 신뢰해야 한다는 결과는 나온 적이 없다. 

MBTI는 예능이지 교양이 아니다 

세계적인 학술지에서 MBTI를 활용한 연구가 없거나 해당 검사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아직도 일부 학술지에서 MBTI는 의미 있기에 다양한 분야에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논문이 매년 몇 편씩 게재되고 있다. 국제학계의 흐름과 달리 국내에서 여전히 MBTI를 연구 주제 및 논문의 키워드로 삼는 건 학자 및 연구자 입장에서 반성할 일이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 결과, 학계에서는 Big-5 성격진단, 예방·촉진 동기(Promotion/Prevention Motivation),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을 통해 개인 성향을 확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다만, 이들 유형 및 검사가 대중화되지 못한 이유는 도출되는 유형이 MBTI보다 훨씬 적고 그 의미도 세분화된 MBTI 결과에 비해 직관적이기 않기 때문이다. 

물론 MBTI를 통해 가볍게 자신과 타인의 성향을 알아보는 건 흥미 차원에서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다. 근거는 전혀 없지만 우리는 지금도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향을 파악한다. 그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를 심각하게 조직관리, 리더십, 구성원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활용한다면 그 자체로 조직의 위상과 제도, 문화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예능에 머물러야 할 MBTI를 교양으로 끌어내진 말자. MBTI는 아직 믿을 게 못 된다. 

 

●권상집 교수는 CJ그룹 인사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며 카이스트에서 전략경영·조직관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으로 2017년 세계 최우수 학술논문상을 수상했다. 2020년 2월 한국경영학회에서 우수경영학자상을 수상했으며 올 2월 '2022년 한국경영학회 학술상' 시상식에서 'K-Management 혁신논문 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현재 한국경영학회와 한국인사관리학회, 한국지식경영학회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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