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세상읽기]㉙ '총성'없는 韓·日 전고체 배터리 개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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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세상읽기]㉙ '총성'없는 韓·日 전고체 배터리 개발 전쟁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4.10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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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 韓 배터리 업체·日 완성차 업체 가 주도
K-배터리 3사, 이르면 2026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공언
도요타, 2025년 전고체 배터리 탑재 첫 전기차 공개 목표
기술적 난제·약한 가격 경쟁력,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걸림돌로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한국과 일본의 기술 개발이 치열하다. 사진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대면적 전 고체 전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불과 40년전 노트북은 공상과학 영화의 소품 정도였다. 20년전 스마트폰은 먼 미래의 상징일 뿐이었다.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버금가는 이동 수단의 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10년 후 늦어도 20년후 세상을 또 한번 바꿔 놓을 ‘모빌리티’. 아직도 모빌리티에 대한 개념은 모호하다. 모빌리티는 인류가 육·해·공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의미한다. 자동차에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모빌리티를 준비하는 글로벌 자동차·IT업계 동향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꿈의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두고 한국과 일본 양국이 총성 없는 전쟁을 펼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제한된 주행거리 불안을 해결할 가장 유망한 대안이다. 현실화 되고 있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시장 선점을 위해 한국의 'K-배터리' 3사와 일본의 도요타, 닛산, 혼다 등이 모두 전고체 배터리 부문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이르면 2026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공언했다. 사진=연합뉴스

K-배터리 3사, 2026년 양산 공언

'K-배터리' 3사 중 삼성SDI는 국내 최초로 파일럿 라인(시범생산라인)을 착공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역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위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14일 파일럿 라인을 착공하고 전고체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배터리 3사 중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착공한 건 삼성SDI가 처음이다.

남은 과제는 상온과 저온에서 충전 속도를 높이는 기술력 확보다. 삼성SDI가 밝힌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은 2027년이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지난달 17일 열린 '인터배터리 2022'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빨리 기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일럿 라인은 약 6500㎡(약 2000평) 규모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에스디아이연구소 내에 설치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두 종류를 모두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대학과 공동 연구로 기존 60도 이상에서만 충전이 가능하던 기술적 한계를 넘어 상온에서도 급속 충전이 가능한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4년 뒤인 2030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 기업 솔리드파워에 3000만 달러(약 360억원)를 투자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힘을 합치기로 했다.

지동섭 SK온 사장은 '인터배털 2022'에서 "삼성SDI가 조금 빨리했다"면서 "SK온도 준비 하고 있다"고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달 14일 포스코홀딩스도 시제품용 고체전해질 공장 착공에 나선다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월 고체전해질 기술을 보유한 '정관'과 합작법인 포스코제이케이(JK)솔리드솔루션을 설립했다.

경남 양산시에 착공한 공장은 2022년 하반기부터 연 24톤의 고체전해질을 생산한다. 24톤은 전기차 약 1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포스코 측은 "공장에서 시제품을 양산해 글로벌 배터리사와 전고체전지 공동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가 공개한 세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사진=도요타 유튜브 캡처

전고체 배터리로 게임체인저 꿈꾸는 일본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일본이 집중하는 분야는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 대표 주자는 도요타다. 도요타는 지난 9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프로토 차량을 발표했다.

자동차 번호판도 등록하고 시험 주행도 끝내며 상용화를 코앞에 뒀다. 닛산도 11월 장기 비전을 발표하며 전기차 분야에 향후 5년 동안 2조엔(약 2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비전 중 하나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다.

닛산은 2024년 요코하마에 전고체 배터리 공장을 세울 계획이며 2028년까지 독자적인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혼다도 내년까지 테스트 라인을 가동해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순조롭게 생산·출시가 진행된다면 4~5년 이내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혼다표 전기차가 나온다.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 부문 기술에서 다수의 특허를 선점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특허출원 상위 10개 기업 중 6개사가 일본 기업이다.

특허출원 건수는 도요타가 901건으로 압도적이다. 경쟁사인 파나소닉(220건)보다 681건이나 많다. 여기에 무라타, 이데미츠코산,후지필름, TDK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LG화학, 현대자동차가 각각 184건, 132건, 119건의 특허출원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전기차 리서치 업체인 SNE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올해 2GWh수준에서 2030년에 135GWh로 70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고,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IDTechEx는 2030년 약 80억달러(약 9조8000억원)의 시장규모를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20조원 이상을 전망하기도 한다. 그만큼 전고체 배터리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다. 상용화 된다면 배터리 시장은 물론 미래 모빌리티 시장 판도가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 

삼성SDI의 각형배터리. 사진제공=삼성SDI

기술 난제 外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어려운이유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전고체 배터리를 선보이겠다고 야심차게 선언했던 미국 유망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Fisker)는 지난해 초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당시 헨리 스피커 최고경영자(CEO)는 "90%를 완성시켰지만 남은 10%를 완성시키기까지가 90%에 이르는 개발과정보다 더 어렵다"면서 "전고체 배터리는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피스커는 전고체 배터리 대신 리튬이온 배터리 팩을 탑재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도요타는 올해 첫 번째 전기차 'bZ4X'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최초의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상용화까지 길은 순탄하지 않은 분위기다. 높은 기술적 난이도에 도요타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2020년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선보인 이후 여전히 배터리 수명이 짧다는 문제로 개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르면 2025년에서 2028년 사이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전고체 개발을 공언하고 있지만 일부에선 이른 시일 내 상용화 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문부호를 제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의 각형 배터리.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고체전해질의 낮은 이온 전도도를 높이기 어렵다 등 기술적 난관 이외에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발목을 잡는 건 '가격'이다.

SNE리서치는 지난해 12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로 '가격경쟁력'을 꼽았다. 전고체 배터리가 고체전해질로 쓰는 황화물, 산화물, 고분자 등 원료가 지속 상승하는 반면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은 낮아지고 있다. 특히 도요타,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이 주로 연구하는 황화물 고체전해질의 경우 주원료인 황화리튬 가격이 비싸다. 개별 원료인 황과 리튬은 비싸지 않지만 둘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높아진다. 올해 초 기준 kg당 약 1만2000달러(약 1400만원) 수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황화리튬을 활용한 고체전해질은 이온전도도가 높고 생산성이 좋은 장점이 있다. 

업계에선 황화리튬이 이 가격을 유지할 경우 전고체 배터리 가격을 KWh당 587달러(약 70만원)로 예상한다. 현재 시판 중인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KWh당 12만원 선인 걸 감안할 때 가격 경쟁력에서 한참 뒤처진다. 

LG이노베이션의 각형 배터리. 사진제공=LG화학

SNE리서치는 "전고체 배터리는 향상된 안전성과 성능을 제공할 수 있지만, 전고체 전지는 현재 킬로와트시당 100달러를 목표로 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비용 절감을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전고체 배터리 선두 주자 중 하나인 영국 일리카(Ilika)도 2025년까지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대등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추정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지속적인 비용 절감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리카는 리튬이온배터리 가격이 2025년 킬로와트시당 60~65달러(약 7~8만원), 2030년까지 50달러(약 6만원)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선 전고체 배터리 생산 비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과 이수화학은 지난해 11월 자체 기술로 개발한 황화리튬과 황화물 고체전해질, 전고체 배터리 안전성 테스트 영상을 공개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역시 2020년 9월 고체전해질을 기존 생산 비용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특수 습식합성법'과 전고체 배터리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고체전해질 최적 함침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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