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명의 슈퍼카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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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명의 슈퍼카 더 늘었다
  • 박대웅 기자
  • 승인 2022.04.08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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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금액기준 시장점유율 첫 30% 돌파
1억원 이상 수입차 65.4% 법인 명의 차량
법과 제도 허점 이용, 탈세 행위 만연
"정부, 제도 보완과 관리 감독 강화해야"
한 대당 26억원이 넘는 부가티 시론 모습.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박대웅 기자]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법인 명의 차량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입차 시장의 고급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판매는 줄었지만 대당 구매 가격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매량 줄었지만…대당 구매 가격 사상 최대

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2021년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9.0% 감소한 173만5000여대로 집계됐다. 세제 감면, 보복 소비 등으로 신차 구매 욕구는 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반도체 수급난 등 공급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못한 여파로 풀이된다. 실제 공급량은 최근 5년 평균의 90%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내수판매 금액은 크게 늘었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포함한 총 판매금액은 76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평균 신차 가격도 4420만원으로 처음으로 4000만원대 벽을 깼다. 수입차, 대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기차 등 고가 차량 판매호조가 지속하면서 금액 기준 시장 규모는 연평균 6.7% 성장세를 보였다. 수입차의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2.3% 증가하며 2년 연속 30만대를 넘겼다.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 고가 차량 판매가 견조한 가운데 초고가 슈퍼카 판매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차의 금액기준 시장점유을은 사상 처음으로 30%를 돌파하며 32%를 기록했다. 

개인 구매 줄고 법인·사업자 구매 늘고

지난해 신차 구매에서 개인 비중은 감소한 반면 법인 및 사업자 구매는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법인과 사업자의 신차 구매 비중은 30%를 차지했다. 법인은 국산보다 수입차를 선호했다. 법인이 구매한 국산차는 4.0% 줄어든 반면 수입차는 5.6% 증가해 전체로 1.0% 늘었다. 공유차, 장기렌트 등 사업용 구매 대수는 전년 대비 2.8% 증가했다. 

수입차 브랜드별로는 독일계와 미국계 판매 대수가 전년비 각각 2.6%, 6.4% 증가해 역대 최대판매를 기록했다. 중국산의 경우 판매 규모는 적지만 저가 차량은 물론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BMW(IX3) 등 고급 모델까지 다양성이 확대되며 국내시장 점유를 지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업계에선 개인보다 법인과 사업자의 수요가 급증한 배경으로 수요의 고급화화 개성화 추세에 법인과 사업자에 대한 세제 지원을 꼽았다. 

법인의 슈퍼카 구매는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인의 슈퍼카 사랑

지난해 1억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 판매는 51% 급증했다. 이중 법인 차량은 4만2627대로 수입차의 65.4%를 차지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작년에 팔린 수입차는 27만7146대로 전년보다 0.5% 증가했다. 이 중 23.6%인 6만5148대가 1억원이 넘는 고가 수입차였다. 수입차 5대 중 1대가 1억원 넘는 고가였다. 2020년 팔린 1억원 넘는 수입차는 4만3158대로 전체 15.7%였다.

법인은 어떻게 가격이 높은 만큼 납부해야 할 세금 부담도 큰 고가의 수입차의 구매를 이어갈까. 여기에 일종의 편법이 있다. 높은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구입 비용을 회사의 운영경비로 신고해 세금 감면 혜택을 누리고 있다. 정부는 이런 탈세를 근절하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지만 오히려 법인에 등록된 차량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페라리의 70%, 람보르기니와 멕라렌은 80%가량이 법인 및 사업자 명의로 등록돼 있다. 심지어 이들 대부분은 과세표준이 높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 또는 중견기업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매출과 이익에 기반한 과세표준을 바탕으로 법인세율이 상이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과세표준 2억원 이하의 적용 법인세율은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는 20%다. 법인 운영자의 편에서 보면 과세표준을 낮춰서 2배의 세율 혜택을 받기 위해 일부러 고가의 슈퍼카를 법인 차량으로 구매해 그 비용과 유류비, 유지비를 경비로 처리한다. 법인은 연간 최대 800만원의 차량 감가상각비와 운행기록부 미작성 기준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 처리를 할 수 있다. 또 유류비와 보험료 공제도 가능하다. 법인 명의로 각종 혜택을 누리지만 현실에선 이들 슈퍼카들이 법인 목적보다는 대표 본인이나 가족의 개인적 용도로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법인차량 전용 연두색 번호판 예시. 사진=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실

법인 초록색 번호판 효과는

법인 명의로 구매한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하면 불법이지만 적발하기 쉽지 않다. 법인차 운행일지 작성이 의무화돼 있으나 얼마든지 서류를 꾸밀 수 있는 등 관련 제도가 허술하다. 윤석열 당선인은 법인차의 번호판 색깔을 연두색으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법인차의 번호판을 연두색으로 적용해 구분을 한층 더 쉽게 하겠다는 것이다. '무늬만 법인차'를 즉각 철퇴할 수 있는 묘책이라기보다 번호판이 눈에 띄는 만큼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연두색 번호파는 별도의 입법 과정 없이 국토교통부 고시 개정만으로 실행이 가능하다. 

정부의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제도 보완 등 움직임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업무용으로 차를 구매한 후 실제로는 가족 등 자가용으로 편법 운용함으로써 세금 혜택이 고가 수입차 구매자들에게 돌아가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면서 "이런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업무용 승용차 비용 인정 때 차 가격 상한선을 두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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