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우려]③ '인플레 압력' 유럽 경제도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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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침체 우려]③ '인플레 압력' 유럽 경제도 안전하지 않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4.08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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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의존도 높은 EU 국가들...경제적 타격 불가피
고 인플레이션에 강도높은 긴축 이어질 듯...정부 및 기업에는 악영향
EU 경제 수장 "둔화 불가피하나 경기침체 가능성 낮아"
유럽 경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타격을 크게 받으면서 전망은 암울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유럽 경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타격을 크게 받으면서 전망은 암울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세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경과, 고조되는 지정학적 위기,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봉쇄조처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세계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 중에서도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유럽이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코로나19 이후 느린 회복세를 보이고 있던 유럽 경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타격은 더욱 크게 받으면서 전망은 암울해졌다. 

전문가들은 유럽 지역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를 강화하고 나설 경우 경기침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러 에너지 의존도 높은 EU...GDP 위축 불가피

유럽경제의 가장 큰 적은 인플레이션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24일 이전에도, 그리고 이미 한 달 넘게 전쟁을 지속하고 있는 현 시점에도 인플레이션이 가장 큰 우려요인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뜨거운 인플레이션 압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뜨거워졌고, 유럽연합(EU) 지역의 대러 에너지 제재 강화 논의가 지속되면서 우려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우드맥킨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의 가스 생산량은 BP와 셸, 셰브론, 엑손모빌, 사우디아람코 등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사실상 세계 가스 시장을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대러 에너지 제재가 시행될 경우 가스 등 에너지원 부족분을 충당할 곳은 마땅치 않다. 

EU는 러시아로부터 석유의 약 30%와 가스의 약 40%를 수입하고 있어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전하며 "러시아에 대한 분노가 커지면서 유럽 지도자들은 대러 제재를 확대하고 수십년동안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에 대한 EU의 의존도를 낮추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했다. 

유럽 지역이 러시아의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다른 경로를 통한 공급을 늘리거나 혹은 수요를 대폭 줄이는 것 이외에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데, 가장 가능성 있는 대안은 산업계의 수요를 줄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유럽가스 담당 헤드인 제임스 와델은 "러시아산을 대체할 만한 공급원의 부족은 결국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산업계에서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것은 엄청난 국내총생산(GDP) 감소와 일자리 증발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고 있는 이탈리아의 경우 경제적 타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분석가들은 대러 무역 단절과 러시아 관광객들의 부재가 가뜩이나 취약한 이탈리아의 경제 회복 추세를 탈선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탤리전스 유닛은 "EU 전역에서 경제성장률 추정치가 낮아졌지만 러시아와의 무역 타격과 연료비 상승, 공급망 문제 등 2차적 영향으로 인해 이탈리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올해 이탈리아의 경제 성장률은 기존 4.4%에서 3.4%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주 이탈리아의 통계청 역시 "전쟁이 지속될 경우 추가 하향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밝힌 점과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EU의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 역시 대량 실업과 불황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태트에 따르면, 독일은 지난해 1분기 기준 EU 내에서 벨기에, 네덜란드 등과 함께 석유 및 천연가스의 러시아산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다. 독일은 이같은 여건을 감안해 러시아 에너지 제재와 관련해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으나, 대내외 압박이 거세지는 등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지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몇몇 연구에 따르면, 러시아산 석유 및 가스에 대한 즉각적인 금수조치로 인해 독일 GDP의 3~6%포인트 가량이 줄어들 수 있음이 발견됐다"며 "이는 코로나19 기간 독일 경제가 겪었던 것과 거의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경기침체 가능성 30~40%로 높아져

이같은 상황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욱 고조시키면서 금리인상이 불가피한 환경을 만들어낸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것은 부채가 많은 기업들에는 부담이 되고, 특히 일부 채무가 많은 정부들에게는 도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포린폴리시 칼럼니스트이자 컬럼비아대학의 유럽 연구소소장인 애덤 투즈는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은 모두 인플레이션 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제 불가피해진 금리인상은 부채가 많은 정부와 기업들을 압박하고, 그 효과는 전세계 곳곳에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및 식품 가격 상승과 함께 채무국들에게는 상당한 도전을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경기침체 가능성을 높게 보는 전문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고든 스콧 RBC 유로지역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의 경제적 영향이 예상보다 더 나빠지거나 상황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며 "내년 어느 시점에 경기침체 가능성은 30~40%에 달해 의미있는 수치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파동 이후 기업들이 다시 문을 열면서 경기 회복세를 기대했던 경제학자들은 이번 분기의 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하향조정했다. 

독일 정부의 경제 자문단은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4.6%에서 이날 1.8%로 대폭 하향 조정했으며, 오스트리아는 최악에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0.4%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EU 경제 수장 "성장 둔화되겠지만 경기침체 가능성 낮아"

다만 EU 경제 수장은 경기가 둔화될 수 있지만 경기침체로 진입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로존의 올해 성장 둔화를 촉발할 것이며 EU의 기존 성장률 전망치인 4%는 이제 더 이상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다행인 점은 우리가 4%의 성장을 전망하는 등 좋은 기반 아래에서 이 위기에 진입했다는 점"이라며 "성장세는 확실히 둔화되겠지만, 올해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할 위험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대러 에너지 제재 여부, 그리고 이것이 투자자와 소비자 심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등 세 가지 요인이 EU의 경제 상황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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