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전쟁은 어떻게 끝날까"···5개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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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 전쟁은 어떻게 끝날까"···5개 시나리오
  • 이상석 기자
  • 승인 2022.03.3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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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의 전선에 29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장갑차와 차량 잔해들이 방치됐다. 사진=로이터/연합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의 전선에 29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장갑차와 차량 잔해들이 방치됐다. 사진=로이터/연합

[오피니언뉴스=이상석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두 달째에 접어들었지만 이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20만에 가까운 병력을 투입하고 수천 발의 미사일과 포탄을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퍼붓고도 확실한 승기를 못 잡았고, 우크라이나는 예상을 깨고 수도 키이우(키예프) 등지를 지켜내며 러시아군에 큰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양측의 평화협상이 진전을 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러시아가 키이우 인근 등지에서 병력을 빼겠다고도 했지만 누구도 협상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30일 이번 전쟁은 이미 예상치 못한 국면을 여러 차례 맞이했으며 향후 전개 방향 또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10여 명의 미국과 유럽 군사·지역 전문가 등의 인터뷰를 토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배에 대한 5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전쟁은 본질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 유혈 교착상태 지속 △ 우크라이나 분할 △ 우크라이나의 결정적 승리 △ 평화 협정 △ 블랙 스완(예상치 못한 사건) 발생 가운데 하나 또는 2개 이상이 합쳐진 경로로 전개되거나 끝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혈 교착상태 지속 =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 20만 명 가까운 병력을 투입했으나 우크라이나의 격렬한 저항과 자체적인 비효율성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리들은 러시아군 병사들이 지금까지 4만여 명이 죽거나 다치거나 포로로 잡힌 것으로 추산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장성 7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의 키이우 공격은 수 주째 정체돼 있고 대도시 중 유일하게 점령한 남부 해안 도시 헤르손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도시 일부에 대한 통제권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4일 항구도시 베르댠스크에서 러시아군 상륙함 1척과 다른 선박 2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는 열악한 러시아군의 보급선을 더욱 무력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보급 재개와 병력 증강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양측 모두 소모전을 이어가며 전선에서 교착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유럽 주둔 미군·나토군 사령관을 역임한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미 해군 제독은 "러시아의 저조한 성과와 우크라이나의 높은 사기 및 서방 무기를 고려할 때 교착상태에서 어느 한 편이 큰 성과를 얻지는 못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결국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로 돌아가 그것이 그들의 목표였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를 역임한 윌리엄 테일러 미국평화연구소(USIP) 연구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승리하지도 못하고 패배도 거부하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쟁은 결국 피비린내 나는 교착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분할 =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러시아군 총참모부 제1부참모장은 지난 25일 "우리의 '1단계 작전'은 대부분 이행했다"며 "이제는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 주 정부 청사가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을 받아 건물 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 사진=AP/연합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 주 정부 청사가 러시아군의 로켓 공격을 받아 건물 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 사진=AP/연합

이는 러시아군이 확고한 기반을 구축한 우크라이나 동부에 더욱 집중하는 것으로 작전을 변경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고위 관리도 같은 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확인했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은 27일 "러시아가 점령지와 비점령지로 우크라이나를 분할해 남한과 북한 같은 분단국가를 만들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남동부 도시 마리우폴을 점령한 뒤 이곳을 기반으로 북진해 하르키우에서 남진하는 러시아군과 연결될 경우 우크라이나 동부 연합군작전(JFO) 지역에서 전투 중인 우크라이나군이 고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싱크탱크 CNA의 러시아군 전문가 마이클 코프먼은 "러시아군이 동부의 우크라이나군 포위에 성공하면 우크라이나군은 전투력의 상당 부분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동부 지역에는 우크라이나군의 40% 정도가 배치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러시아가 이런 상황을 만든 뒤 돈바스 지역에 대한 더욱 큰 자치권 인정을 요구하고, 푸틴 대통령은 이들에 대한 보호를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양보하는 평화협정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미 해군 제독은 "우크라이나 분할은 푸틴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체 점령에 실패한 것이고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영토의 일부를 잃는 것이며 서방 입장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해야 하기에 모두가 싫어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것이 외교"라며 "핵무장 국가를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결정적 승리 = 서방의 국방·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한 달간 허술한 전술과 보급·장비·병참 등의 허점을 노출하며 동력을 잃었다며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거나 친서방 정부를 전복시키는 전면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우크라이나의 전면적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은 강한 결의와 뛰어난 전술로 인상적인 싸움을 전개하고 있지만 병력과 화력 면에서 여전히 러시아군에 크게 뒤져 있고 러시아 정부는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 러시아 안보전문가 새뮤얼 차랍은 "그들(러시아군)이 정체되고 더 나아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지만 그것이 군사적 패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전문가가 우크라이나의 승리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윌리엄 테일러 USIP 연구원은 "아직은 말하기는 이르지만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배제할 수는 없다"며 "러시아군이 주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고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평화 협정 = 양측 모두 군사적 전면 승리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평화 협정 같은 형태로 종전이 이뤄질 기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두 달째에 접어들었지만 이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AFP/연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두 달째에 접어들었지만 이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AFP/연합

새뮤얼 차랍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협상을 통한 해결로는 이것(평화 협정)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는 시기와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협상을 거듭하고 있으나 기대치가 아주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중립 선언과 비무장화, 크림반도의 러시아 병합 수용, 돈바스 지역독립 인정 등을 요구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7일 영상 메시지에서 안보 보장에 대한 확고한 약속과 주권 및 영토 보전 존중을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에 대해 논의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짐 타운센드 전 유럽·나토 담당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전장 상황은 점차 속도 조절 이벤트가 될 것 같다"며 "(평화 협정에 대해 논의하려면) 양측 모두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마주 앉아 어느 정도 설득력 있는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지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안보 전문가 드미트리 알페로비치는 "이곳저곳에서 휴전이 이뤄질 수 있다"며 "전술적 휴전이 있을 수는 있지만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쟁이 유가 급등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유럽 국가들이 젤렌스키 정부에 평화 협정을 모색하라는 압박을 높이는 것도 향후 평화 협정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예상치 못한 사건 발생 = 일부 전문가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 이른바 '블랙 스완 이벤트'(Black Swan Event)로 전쟁의 향방이 크게 변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블랙 스완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일단 발생하면 향후 결과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말한다.

포린폴리시는 화학무기나 핵무기 사용, 러시아의 정권 교체 같은 사건을 예로 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 전쟁을 얼마나 더 끌고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이 지금까지 궁지에 몰려서 물러선 예를 찾아볼 수 없다며 "푸틴 대통령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알만한 경험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실질적 위협'이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새 군사지원 방안에는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방어 장비도 포함됐다.

미 해군 6함대 사령관을 역임한 제임스 포고 전 제독은 "러시아가 절망적인 상황이 되면 어리석게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그 경우 서방측도 어떤 게 될지 모르지만 더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전쟁의 전체 방향이 바뀌고 인도주의적 재앙이 더욱 악화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과 유럽이 우려하는 다른 가능성은 러시아가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나리오는 여전히 가능성이 작지만 서방 국방 당국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어떤 형태든 핵무기가 사용되면 전쟁의 경로는 크게 달라지고 서방의 대응도 나토군 참전 가능성을 포함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의 향배를 크게 바꿀 충격적 사건으로 푸틴 대통령이 권좌에서 축출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 단계에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수년간 정권 교체 가능성에 편집증적 반응을 보이며 관료들의 충성을 확인하고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의 도전을 억압해왔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반전 시위를 초기에 강력히 진압하는 등 반대 세력을 철저히 억압하고 있어 민중 봉기에 의한 정권 교체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 카네기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푸틴 주변의 누구도 그에게 반기를 들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와 가깝고 직접 접촉하는 사람들은 모두 푸틴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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