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원 칼럼] 증시 상승 발목잡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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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칼럼] 증시 상승 발목잡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
  •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 승인 2022.03.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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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 부문장] 올해 들어서도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코스피, 코스닥 시장 전체를 보면 1월 3일부터의 순매도 규모는 약 8조원이지만, 1월 13일 이후부터 보면 10조원으로, 한 달에 3.5조원 이상의 속도로 우리 주식을 팔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들도 7조원 이상을 순매도했고,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3개월간 15조원을 순매수하며 증시를 방어하고 있는 형태다.

문제는 이 같은 외국인의 순매도가 벌써 3년째 이어지고 있고, 올해 초에도 그 속도가 늦춰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시작됐던 2020년 24조원, 작년 25조원 순매도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오히려 조금 더 큰 규모의 순매도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전에는 어땠을까?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말 이후 외국인은 2017년까지 2016년을 제외하면 약 10년간 90조원을 순매수했다. 연간 10조원 이상을 꾸준히 매수했던 것이다. 

사실 우리 증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를 경험한 바 있다. 증시가 개방되고 외국인 참여가 활발해진 2000년 이후 약 6~7년간 외국인은 우리 주식을 약 50조원어치 순매수했지만, 2006년 중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극대화되던 2008년 말까지 불과 2년 반 만에 80조원 이상을 팔아 치운 것이다. 그 당시 우리 증시의 시가 총액을 감안할 때 지금보다 훨씬 큰 규모의 매도였고 잘 알려진 것처럼 주가지수는 큰 폭으로 떨어진 바 있다.

물론 그 당시와 지금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점에는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 금융시장에 시스템 위험이 커지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무차별적 매도가 나타났던 반면, 이번에는 코로나19 직후 한두달을 제외할 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시스템 위험의 징후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주가지수 역시 상대적으로 잘 방어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이뤄진 60조원의 매도세를 경시할 순 없는 일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우리 증시의 위험이 점차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파는 이유

그렇다면 외국인은 왜 3년간 국내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하고 있을까? 언제쯤 외국인의 순매도가 멈추고 매수가 재개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단기간에 외국인 매수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판단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이 유동성 확장의 시기가 아니라, 긴축의 시기라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주요국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초유의 경제활동 중단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의 재정정책과 함께 극단적인 유동성 확대 정책을 시행했고, 그 반작용으로 물가가 치솟기 시작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을 비롯한 주요국의 긴축정책은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신흥국 주식에 대한 매도 움직임을 키우는 요인이다. 사진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물론 지금의 물가 상승은 수요측 압력보다 공급망 훼손과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공급측 압력이 더 강하기 때문에 유동성을 축소한다고 물가가 쉽게 내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대 물가의 측면에서 보면 긴축은 불가피하다. 기대 물가가 오르면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지는 경우에도 고물가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여러 인사가 초기에 공격적인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을 배경으로 한다.

이렇듯 긴축이 강하게 지속되면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확장되던 시기의 반대로 움직이게 된다. 즉, 완화의 시기에 주요국에서 초단기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하면 위험이 가장 작은 단기 채권의 가격이 비싸지게 되어 결국 상대적으로 더 싸고 위험한 자산 쪽으로 자금이 흐른다. 그러나 긴축이 시작되면 이와는 반대로 상대적으로 덜 싸지고 위험이 큰 자산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산의 대표가 바로 신흥국 주식이고, 특히 유동성이 풍부해 가격에 큰 타격을 미치지 않는 우리나라 주식의 매도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매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또 하나의 이유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원자재를 수입해 중간재와 소비재를 만들어 수출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국가다. 반면 내수의 비중은 여전히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각국 내수 경제에 집중적으로 충격을 준 코로나19 이후 상대적으로 경제적 타격이 작았고,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바뀐 소비 패턴의 수혜를 입었다. 물론 여기에는 적절한 방역으로 제조업 생산이 멈추지 않았던 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재정 투입으로 보전된 소득이 주로 내구재를 비롯한 제품 구매로 이어졌던 수혜를 받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간이 2년 이상 지나며 이제 글로벌 제품 구매의 탄력은 떨어졌고,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서비스업, 특히 오프라인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이 여전히 플러스권을 기록하고 있지만, 주로 물량보다 가격 요인에 의한 금액 증가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조금씩 상황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에서도 내수는 회복되겠지만, 낮은 비중을 감안할 때 지난 2년간 보여줬던 상대적 성장 우위를 지속하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문제다. 화석 연료의 매장과 신재생 에너지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우리의 책임은 아니다. 또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면서 우리의 석유화학 산업은 10대 수출 산업 중 하나로 성장해 왔다. 에너지 가격이 비싸져도 가공을 통해 수출하는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같이 올려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과거보다 유가 상승의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구조로 진화해 온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80%를 넘어서고,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거의 0으로 수렴하고 있는 미국이나, 60% 수준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가 상승에 취약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점도 우리 증시에는 부정적인 요소다. 사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예상보다 길어지는 러-우크라이나 전쟁

더 길게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새로운 긴장 분위기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할 것이다.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은 생각보다 더 길게 이어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 간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정권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러시아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따라서 전쟁 자체는 조만간 마무리된다고 해도, 지정학적 위험이 궁극적으로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밸류 체인의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뿐 아니라, 우리 제품의 수요 공급과 관련된 기본 구도에 영향을 줄 만한 변화도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우리 시장에 작용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꾸준하지만, 반대로 원화 채권 매수 역시 꾸준하기 때문이다. 외환시장도 아직은 안정권이라고 판단된다. 원달러환율 기준으로 1220원에 달하는 상대적 고환율이 유지되고 있지만, 추가적인 상승은 제한되고 있다.

지금 수준의 환율 상승은 우리나라의 위험보다는 달러 강세 압력을 반영하는 정도다. 최근 미일 금리차 확대를 이유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엔화에 비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지지한다. 만약 지정학적 위험이 심각한 수준으로 판단되었다면 원화 채권 매도가 나타나고 달러 차입이 어려워져 환율이 올랐을 것이라는 점에서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목적 역시 이익 극대화와 위험 최소화이므로 가격을 큰 폭으로 끌어 내리는 공격적 매도에 나설 것으로 판단되진 않는다. 모든 외국인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외국인 투자자를 집합적으로 느끼지만, 사실은 개별 투자자들의 모임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매수자들이 우위가 되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주로 국가 전체의 상환 능력이 반영되는 채권 및 달러 차입 시장과 달리 기업 실적을 반영하는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극단적인 위험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지정학적 구도의 변화는 기업에게 더 많은 비용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의 지정학적 변화에 에너지 시장에서의 우위를 둘러싼 경쟁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기업에게 더 부담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주로 선진국 자금을 기반으로 한 평균적인 외국인 투자자 입장으로 볼 때,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우리 증시에 참여할 매력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당분간 외국인들의 매도를 국내 투자자들이 받아 내는 증시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되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 주식시장의 상승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 최석원 부문장은 연세대 경제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화증권 등에서 채권분석, 경제분석 파트장을 역임했으며 과거 수차례에 걸쳐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한화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거친 후 메리츠화재에서 직접 자산운용을 맡기도 했다. 2016년부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부터 지식서비스 부문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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