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서 안데스 산맥을 넘어가는 아구아 네그라(Agua Negra) 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로로 꼽히고 있다. 해발 4,780m의 정상을 넘어야 한다. 겨울철 30~40일 동안에는 눈이 덮여 차량이 통제된다. 산악이 워낙 험준해 505km 도로 중 아스팔트 365km, 비포장이 140km나 된다. 칠레 코킴보(Coquimbo) 지역과 아르헨티나 산 후안(San Juan) 지역을 연결하는 이 도로는 1965년 3월에 개통되었지만,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물동량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두 나라는 이 지역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기로 했다. 이름하여 아구아 네그라 터널(Tunel de Agua Negra)이다.

터널 길이 13.97km로 칠레 영토 28%, 아르헨티나 영토 72%를 경유한다. 비용도 각국 영토 구간의 비율대로 댄다. 칠레쪽 입구가 해발 3.620m, 아르헨티나쪽 입구가 해발 4.085m로, 3.37도 기울기로 건설된다.

이 공사가 완공되면 국경 통과에 60km 거리와 3시간의 시간이 절약된다. 게다가 겨울철에도 차량 운행이 가능하다.

일방향 터널 2개에 각각 2차선으로 건설되며, 공사기간은 8~10년으로 보고 있다. 프로젝트 규모는 15억5,000만 달러이며, 감리비용과 세금이 추가되면 약 20억 달러 수준에 이른다. 미주개발은행(IDB)이 이 프로젝트에 약 15억5,000만 달러 규모의 융자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터널은 칠레 코킴보 항구에서 브라질 알레그레 항구로 이어지는 총 2,472km의 '태평양-대서양 연결로(Corredor Bioceánico)'를 직선화하게 된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그동안 긴 거리를 돌아 가고, 겨울철에 통제 하는 바람에 생기는 경제적 부담을 절감할수 있게 됐다. 게다가 태평양동맹(Alianza del Pacífico)과 메르코수르(Mercosur)로 양분된 남미 경제블록이 물리적으로 더욱 가까워 지게 됐다.

또 이 구간에 365일 물류가 가능해짐에 따라 아르헨티나 내륙 경제의 활성화 및 아시아지역 국가들과의 무역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는 이 터널 건설을 계기로 지난 3월부터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터널 완공을 계기로 앞으로 양국 간 교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각국의 내로라는 건설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다. 지난 5월 31일까지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가 진행됐으며, 지금까지 총 10개의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가하겠다고 등록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2015년 5월 리커창 총리의 남미 순방, 2016년 11월 시진핑 주석의 남미 순방을 통해 남미로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확장을 공공연히 천명해왔다. 아구아 네그라 터널 프로젝트에도 중국 굴지의 4개 건설기업(4개 컨소시엄)이 참가했다. 따라서 그동안 남미 인프라 건설 시장을 주도해온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SK건설이 스페인과 칠레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PQ에 참여했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 기업들의 경쟁이 거세 최종 낙찰 전망은 불투명한 실정이라고 코트라 산티아고 무역관이 밝혔다.

참가자격이 주어진 컨소시엄에 한해 올해 9월 본격적인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다. 9월 입찰 세부내용과 관련해 6월 27일 산티아고 대통령궁에서 칠레-아르헨티나 정상이 모여 합의안에 서명했다.

Agua Negra 터널 프로젝트 PQ 참가 컨소시엄 현황

김송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