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해야 할 일…졸음운전 방지, 과속 방지
상태바
국회가 해야 할 일…졸음운전 방지, 과속 방지
  • 황헌
  • 승인 2017.07.11 1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반 사항 적발되면 운수업 허가 취소 등 강한 징벌 마련해야

 

그제 경부고속도로 졸음운전 참사를 낸 운전자는 전날 18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합니다. 일본이나 유럽은 하루 9시간 이상 운전을 금하고 있습니다. 도로마다 과로 버스, 바로 ‘육상의 세월호’가 달리고 있는 이 심각한 현실을 개혁하는 게 바로 국회와 정부의 책무입니다.

 

버스 기사들 스스로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질주하는데 하품이 나기 시작하고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순간을 ‘저승사자’가 눈앞에 등장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합니다. 다중의 승객을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도록 해야 하기에 승용차 운전자처럼 졸음 쉼터에도 맘대로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제 경우엔 운전하다 졸음이 밀려오기 시작하면 일단 가까운 쉼터로 들어갑니다. 시간이 길게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약 15분 정도만 시트 편하게 펴고 눈 붙이고 나면 정신은 금세 맑아지더군요.

 

무제한과 9 또는 10의 차이는 뭘까요?

바로 일본과 유럽은 모든 버스 운전자들의 1일 근로 시간을 9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은 도로 사정이 좀 더 좋아서인지 하루 10시간 운전까지는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장거리를 가는 경우 반드시 교대운전자가 함께 버스에 타도록 의무화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버스 기사의 최장 운전 시간에 ‘노사가 합의하면’이란 전제를 달아 제한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노사의 합의만 있으면 하루 20시간 운전도 가능한 거죠.

 

봉제 일을 하면서도 주말이면 K5 승용차를 타고 함께 나들이를 해온 50대 단란한 부부의 목숨은 어처구니없게도 전날인 토요일에 18시간 동안 운전을 한 버스 운전자에 의해 사라진 것입니다. 하루 16시간 30분씩 이틀을 일하고 나면 그 다음날 하루를 휴무로 보장해서 쉬게 해줍니다. 그런데 그 이틀의 격무 끝에 온전하게 집에서 편하게 쉴 수만은 없는 게 인생사 아니겠습니까? 친구나 집안 대소사나 모임 등 얼마나 바쁩니까? 버스 운전기사라 해서 사회적 네트워크가 없을 수는 없는 법. 그러면 이틀을 거의 저승사자와 함께 일한 다음 날이라도 온전히 쉬지 못할 경우 5일 연속 격무에 시달리는 거나 다름없는 거죠. 그러니까 아예 원천적으로 16시간 이상 운전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얘기입니다.

 

또 한 가지. 11인승 이상 대형버스는 차량 출고 시 다중의 안전을 위해 최고 속도를 시속 110킬로미터로 제한하는 장치를 해둡니다. 하지만 빠르게 많이 왕복해야 돈이 되는 터라 업주들은 불법으로 속도제한장치를 풀어버립니다. 고속도로에서 규정속도 지키며 운전하다 보면 옆으로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며 빠르게 내 차를 추월해 사라지는 버스의 모습 누구나 체험했을 겁니다.

 

개혁은 바로 이런 것부터 뜯어고쳐야 합니다. 하루 최장 운전 시간을 10시간 이내로 제한하도록 하는 일, 그걸 어기면 무거운 벌금과 허가 갱신의 제한이라는 벌칙을 준비해야 합니다. 또 속도제한장치 무단 불법 해지를 했는지 여부를 음주운전 단속하듯 무작위로 국도든 고속도로든 어디서나 수시로 해서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운수업 허가를 취소하는 수준의 강한 징벌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회는 이런 거 하라고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황헌 MBC 앵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