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한달] ② 출구없는 상품시장...니켈·밀 가격 급등에 세계경제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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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한달] ② 출구없는 상품시장...니켈·밀 가격 급등에 세계경제 혼란
  • 김지은 기자
  • 승인 2022.03.25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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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워
니켈 등 가격 급등은 전기차 등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밀 급등세로 식량위기 우려도 커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상품시장의 변동성이 상당히 커졌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상품시장의 변동성이 상당히 커졌다. 사진=연합뉴스

[오피니언뉴스=김지은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약 한 달 째 전세계 곳곳에 혼란을 가져왔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상품시장이다.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고, 니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밀 가격은 9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는 가뜩이나 뜨거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물가상승과 경기둔화를 초래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켰고,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를 대혼란에 빠뜨린 상품시장의 변동성은 여전히 클 수 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시장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 여전히 예상 어려워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시작됐다. 수요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공급차질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달아올랐다.

지난 2월 배럴당 90달러 수준이던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7일에는 배럴당 139달러까지 치솟으며 수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에 나선 가운데 유럽연합(EU) 역시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 내부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24일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주요 7개국 정상회의(G7), EU 정상회의 등에서는 에너지와 관련된 언급이 나오진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되면서 서방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고, 러시아 또한 이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유 가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산 가스를 구입하는 비우호적인 국가들은 유로나 달러가 아닌 루블화로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결정을 내리는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유가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전쟁이 지속될수록 유가의 폭등세가 지속될 수 있다"며 "원유의 움직임을 예상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때 거래가 중지된 니켈...전기차 등 곳곳의 가격인상으로 이어져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상품 중 하나는 바로 니켈이다. 

니켈 가격은 지난 8일 한 때 장중 111% 급등, 톤당 10만1365달러(약 1억2500만원)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런던금속거래소(LME)는 니켈 거래를 긴급 중단시키기도 했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다. 러시아는 니켈의 약 10%를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각국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니켈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것이 니켈 가격을 끌어올렸다.

전쟁에 대한 공포심이 다소 완화되면서 니켈 가격도 톤당 3만달러대까지 떨어졌지만, 이 역시 전쟁 이전 2만달러 초반이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끝난다 하더라도 니켈 부족 사태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니켈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신규 채굴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5일 테슬라는 지난 11일 주요 모델들의 가격을 인상한 지 나흘만에 또다시 가격인상에 나섰다. 결국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의 가격 급등세가 전기차 가격을 끌어올린 셈이다. 

독일 매체 DW는 "최근의 니켈 가격의 급등세는 지난 몇 달 동안 리튬과 코발트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전기차 업체들의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의 리더인 테슬라가 대대적인 가격인상에 나선 것을 비롯해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 12곳 이상도 최근 몇 달 간 판매가격 인상에 나섰다"고 말했다. 

밀, 전세계 식량위기 초래하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식량위기에 대한 우려도 고조시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밀 생산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미 비료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로 인해 2년간 130% 가까이 상승세를 보이던 밀 가격은 전쟁 이후 급등세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이달 초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에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체 물가가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이집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주식인 빵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집트에서는 최근 3주간 빵 가격이 25% 올랐으며, 수단과 이라크는 각각 50%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의 밀 급등세를 언급하며 "기아의 공포와 세계 식량 시스템의 붕괴"를 경고하기도 했다. 

영국 상품 컨설팅 회사인 CRU의 크리스 로슨 비료 담당 애널리스트는 "곡물 및 유류 종자 시장이 이미 타이트하고, 이들 시장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식품 가격의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각한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추이.

출구 없는 상품시장의 급등세

문제는 공급부족 이슈에 직면한 상품시장에서 별다른 해결책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광산업에 대한 신규 투자가 정체되면서 기업들은 공급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을 늘릴 수 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신규 광산 허가를 받기가 힘들거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 

호주 정부는 이에 승인 절차를 단축하는 혜택을 마련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르면 2026년에야 신규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식량 가격의 급등도 손 쓰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밀 가격은 물론 비료가격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전반적인 곡물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이번 공급감소의 범위가 전 밸류체인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각 분야의 10~40%에 차질이 발생하고 현재의 비료 부족이 6~18개월 후 곡물 생산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크고 긴 애그플레이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우드맥킨지는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은 의심의 여지 없이 상품시장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길 것"이라며 "상품시장에서 장기적인 시장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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